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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가석방] 경영활동 여전히 제약…재계선 '사면'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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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위기 극복·백신 확보 해결 위해 사면 절실…"文, 국익 위한 긍정적 판단 필요"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이 결정되면서 삼성전자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는 분위기지만 재계에선 경영 활동에 제약이 많다는 점을 들어 여전히 '사면'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부회장 개인을 향한 연민보다 경제 회복과 미래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자유로운 경영 활동이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석방심사위원회를 열고 광복절 가석방 대상자 명단에 이 부회장을 포함시켰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6일을 기준으로 전체 형기의 60%를 채워 가석방심사위원회의 심의 대상자 명단에 포함됐던 상태로, 이번 법무부의 결정에 따라 오는 13일 오전 석방될 예정이다. 기존 출소 예정일인 2022년 7월보다 11개월 빨리 사회로 복귀하는 셈이다.

◆가석방 보다 '사면'…"국민 대다수도 원해"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된 후 서울구치소에서 7개월째 복역 중이다. '모범수'로 꼽히는 데다 복역률을 포함해 나머지 기준들을 충족한 만큼 법조계 안팎에선 이전부터 가석방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또 가석방 심사의 중요한 기준인 '사회적 법감정' 측면에서도 최근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이 부회장의 가석방 혹은 사면에 찬성하는 국민들이 더 많다는 점에서 가석방에 힘이 실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아이뉴스24 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아이뉴스24 DB]

실제로 리얼미터가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부회장의 광복절 가석방에 대해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해야 한다'는 응답이 66.6%로 집계됐다. '특혜 소지가 있으니 하면 안 된다'는 28.2%, '잘 모르겠다'는 유보적 응답은 5.2%였다. 이번 조사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4%포인트다.

지난 5월 시사저널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6.0%가 이 부회장의 사면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지난 3일 뉴스토마토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혹은 특별사면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73.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적극 반대했다. 기업 성장을 이유로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다면 향후 기업 범죄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재계 관계자는 "그 동안 가석방에 대한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꾸준히 높았던 상황"라며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법 감정상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던 만큼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재용 사면'을 부르짖던 재계는 이날 정부의 가석방 결정에 대해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가석방의 경우 형이 집행 중인 상태에서 수감만 풀려 나는 것이기 때문에 거주지나 해외 출국에 제한을 받아 정상적으로 경영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어서다. 반면 사면의 경우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형 집행 자체를 면제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곧바로 모든 경영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활발한 투자 및 경영 활동을 벌이기 위해선 이 부회장이 가석방되는 것보다 경영활동에 제약이 없는 특별사면이 더 필요하다"며 "정부의 가석방 결정으로 이 부회장의 운신의 폭이 줄어들면서 해외 출장 등을 통한 현장 경영뿐만 아니라 대형 투자나 인수합병(M&A) 결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오너 부재로 대규모 투자를 실행하지 못했던 상황이 몇 개월간 지속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은 다른 나라에 비해 '시계제로' 상태였다"며 "미국과 일본, 대만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이 부회장의 글로벌 핵심 인맥을 활용해 지위를 다져야 하지만, 가석방 결정으로 해외 경영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쉽지 않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해외 출국 때마다 법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며 "ASML 등 삼성전자와 교류하는 기업들이 모두 글로벌 기업인 만큼 사면을 통해 자유롭게 이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정부도 나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인맥 부자' 이재용, '민간 외교관'으로 나서야

재계는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이 부회장의 탄탄한 글로벌 인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한국이 안보 이슈와 직결되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대응하기 쉽지 않아졌다고 분석했다. 또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이 부회장이 할 수 있는 역할도 제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그 동안 웬만한 국가수반을 뛰어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여줬다. 이병철 선대회장 때부터 쌓아왔던 삼성 오너 일가의 탄탄한 인맥과 이 부회장이 세계 곳곳을 누비며 쌓아온 글로벌 정·재계 네트워크는 국가 위기가 있을 때마다 빛을 발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정국으로 한·중 관계가 불편했던 지난 2019년 시진핑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의 고향인 산시성 시안 공장에 80억 달러 추가 투자를 결정하면서 '윤활유' 역할을 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해 수출 규제를 선언하자 먼저 나서 가교 역할을 맡았다. 이 부회장은 이때 곧바로 일본으로 출국해 일본 기업 고위 관계자들과 수입선 다각화, 우회 수출 같은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이 외에도 이 부회장은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난 지난 2018년 2월부터 지난해까지 조지 W 부시·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 등 전·현직 주요국 수반을 만나며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 냈다.

지난해 10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베트남 정부]
지난해 10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베트남 정부]

또 지난 2002년부터 국내 인사로는 처음으로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드코 미디어 콘퍼런스'에 초청받아 거의 매년 이 행사에 참석해왔고,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중국의 보아오포럼에서 이사로 활동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돈독한 관계를 쌓았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관련 소송 때는 2014년 이 행사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와 만나 소송 취하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이 부회장은 마르쿠스 발렌베리 SEB(스톡홀름엔스킬다은행) 회장,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그룹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글로벌 경제계 실력자들과 도이치텔레콤, NTT도코모 등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정보통신기술(ICT)업계 리더들과도 수시로 만나며 끈끈한 인맥을 구축해놓고 있다. 이에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사면을 통해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보장해줌으로써 탄탄한 글로벌 인맥을 다양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타격을 적게 받았던 데는 기업인들의 역할이 컸다"며 "이 부회장이 충분한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는 점과 현 상황을 고려할 때 국익 차원에서도 가석방 보단 문재인 대통령이 사면에 더 힘을 실어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신 수급' 난제…이재용, 해결사 역할 기대

일각에선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 부회장의 사면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코로나 백신 확보에 대해 매번 자신감을 표출했지만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자 정·재계에선 이 부회장을 '백신 특사'로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29일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2천만 명분의 모더나 백신을 확보했고 올해 2분기부터 국내에 공급키로 했다고 밝혔지만, 2분기까지 국내에 들어온 모더나 백신은 11만1천회 분에 그쳤다. 이후 7월 말까지 들어온 물량은 104만 회분으로 문 대통령이 약속했던 4천만 회분의 3%도 안됐다.

여기에 보건당국에 따르면 모더나는 백신 생산 관련 실험실 문제 여파로 8월에 계획된 공급물량인 850만회 분의 절반 이하만 우리 측에 공급키로 해 백신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또 모더나 수급 불안을 화이자가 메우게 되면서 화이자는 2차 접종 간격을 3주에서 4주로 늦추기도 했다. 이에 정부가 예고한 11월 집단면역 달성에 대한 우려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 군산시 코로나19 백신접종용 최소잔여형(LDS) 백신주사기 생산 현장인 풍림파마텍을 방문해 LDS 백신주사기 생산라인을 시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풍림파마텍 스마트 공장에 20명의 멘토단을 상주시켜 노하우를 전달하는 등 대량생산체계 구축을 지원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 군산시 코로나19 백신접종용 최소잔여형(LDS) 백신주사기 생산 현장인 풍림파마텍을 방문해 LDS 백신주사기 생산라인을 시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풍림파마텍 스마트 공장에 20명의 멘토단을 상주시켜 노하우를 전달하는 등 대량생산체계 구축을 지원했다. [사진=뉴시스]

이처럼 정부가 백신 공급에 계속 차질을 빚자 재계에선 이 부회장을 사면해 민간 외교관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이 부회장이 코로나19 초기에 정부 요청을 받고 다각적으로 지원했던 것도 '해결사'로서 면모를 충분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마스크 대란 당시 인맥을 총동원해 마스크 원료인 MB 필터를 대량 확보했고, '쥐어짜는 K주사기' 개발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 승인에도 힘을 보탰다. 또 정부는 지난 3월 '쥐어짜는 K주사기'를 화이자에 수출하면서 그 대가로 화이자 백신 50만 명분을 당겨 받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병상 부족 사태가 벌어지자 삼성의료원 산하 상급종합병원들의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을 확대해 운영했다. 또 삼성인력개발원 영덕연수원을 제공하며 의료진을 파견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앞장서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고(故) 이건희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던 것처럼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경제 회복은 물론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 도약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문 대통령이 기업들의 도움만 받을 것이 아니라 이번엔 이 부회장의 사면을 통해 기업에 힘을 실어줄 차례"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고려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 경제 5단체장은 광복절을 앞두고 오는 1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이 부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을 거듭 요청키로 했다. 5단체장은 지난 4월 정부와 간담회에서도 사면건의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손경식 경총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이 직접 외국 고위급 의사결정권자들을 만나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며 "국가 경제라는 큰 틀에서 사면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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