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HMM에서 노조의 사상 첫 파업 움직임이 꿈틀거리고 있다. 노사의 마지막 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아내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HMM은 오는 11일 해상노조(선원노조)와 4차 임단협 교섭을 진행한다. 노조는 교섭이 결렬되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조정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쟁의조정 신청은 합법적인 파업을 위한 수순이다. 육상노조(사무직노조)는 이미 중노위 조정을 진행 중이다.
갈등의 쟁점은 임금 인상률이다. 앞서 3차 교섭에서 사측은 ▲임금 5.5% 인상 ▲기본급의 100% 격려금을 제시했다. 반면 노조는 ▲임금 25% 인상 ▲성과급 1천200% ▲생수비 지원(인당 하루 2달러) 등을 요구하며 입장차만 확인했다.
노조는 HMM의 현재 임금이 비정상적으로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국계 해운회사 머스크의 경우 인건비가 수익에 차지하는 비율이 6.9%인 반면 HMM의 경우 1.6%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25%를 올린다 하더라도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1.9%에 그친다. 실제로 HMM은 지속됐던 해운업 불황으로 8년간 임금이 동결된 바 있다.
HMM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해운운임 상승 등 호재에 힘입어 연간 9천80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올해는 1분기만에 1조193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번 주 발표될 예정인 2분기 실적도 1조2천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측된다.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었던 지난 1분기 실적을 뛰어넘는 수치다.
노조는 이같은 영업실적을 감안했을 때 임금인상은 물론 성과급 지급 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HMM은 최대주주(24.9%)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처지여서 대놓고 임금 인상에 나서기가 힘든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채권단 관리 체제에 있는 HMM에서 높은 임금 인상에 나서는데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적자금을 투입한 회사에서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측이 외부 컨설팅을 통해 11.8% 수준의 임금 인상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받고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인상률을 제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4차 교섭에서도 사측이 전향적인 제시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HMM의 사상 첫 파업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글로벌 해운업계 호황으로 물류 대란까지 벌어지는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되면 HMM의 실적은 물론 국내 산업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실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노조는 최근 집단 연차 사용을 통해 '파업 예행연습'에 나서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의 해운운임 담합 과징금 부과 움직임도 HMM에 악재가 되고 있다. 공정위는 다음달 전원회의에서 HMM을 포함한 국내외 선사 23곳에 대한 과징금 부과 여부 및 액수 등을 심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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