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10여년 전. '갤럭시탭'을 전화기로 들고 다닐 때가 있었다. 넓직한 화면에 매료돼 구입했지만 무겁고 가지고 다니기가 불편해 2년 내내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7인치형 화면으로, 크기가 큰 탓에 지하철에서 이 제품을 들고 전화 통화를 할 때면 주변의 시선이 쏠리는 게 느껴져 가끔 창피하기도 했다. 그 때 당시엔 아이패드(730g) 보다 절반 수준인 무게에, 한 손으로 들고 사용할 수 있단 점에서 혁신적인 제품이었지만 실용성 측면에선 그리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갤럭시탭'에 질려버린 후 곧 바로 '아이폰5'로 갈아탔다. 엄청 큰 스마트폰을 쓰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아이폰5'를 쓰니 세상 편하게 느껴졌다. 무게도 가볍고 '아이폰'만의 감성이 느껴지는 카메라도 좋았다. 하지만 아이폰도 2년 넘게 쓰니 불편한 점이 1~2개가 아니었다. '기계치'에 '마이너스 손'이어선지 '갤럭시'에 비해 사진 하나 쉽게 옮기지 못하는 폐쇄적인 애플의 생태계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아이폰5'를 쓰면서 애플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그렇게 운명처럼 '갤럭시노트'를 만났다. '갤럭시노트3'를 시작으로 2년 주기로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주로 써왔다. 지금까지 사용한 제품은 '갤럭시노트3·5·9·10+'까지 4종류로, 개인적으론 도둑 맞은 '갤럭시노트9'이 가장 좋은 경험으로 남았다.
이른바 '노트빠'로 살아왔던 만큼 올해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출시하지 않기로 한 것에 굉장히 아쉬움을 느꼈다. S펜의 사각사각 거리는 소리가 매력인 '갤럭시노트'만의 감성을 올해는 '갤럭시S' 시리즈와 '갤럭시Z' 시리즈가 나눠 갖는다는 점도 그냥 싫었다.
'노트빠'를 자청하는 일부 소비자들도 같은 마음인지 최근 곳곳에서 '갤럭시노트'를 출시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에는 세계 최대 청원 사이트인 '체인지닷'에 '신형 갤럭시노트를 가능한 다시 빨리 만나고 싶다'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지난 11일 밤 '갤럭시 언팩 2021'에서 공개된 '갤럭시Z폴드3'를 두고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이미 유명 IT 팁스터(정보유출가)들이 신제품에 대한 정보와 렌더링 이미지까지 다 공개해 정작 공식 행사에서 흥미롭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었다.
하지만 며칠간 기기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갤럭시 언팩' 다음날인 지난 12일 '갤럭시Z폴드3'를 마주했을 때는 기대 이상이었다. 외형은 전작과 동일한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탓에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두께와 무게가 다소 줄어든 탓인지 그립감은 한 손에 착 붙는 느낌이 들어 나름 괜찮게 느껴졌다. 또 펼쳤을 때는 힌지 부분과 제품 테두리 부분의 차이가 거의 없어져 전작보다 좀 더 매끄러운 느낌이 들었다.
기기를 펼쳤을 땐 '갤럭시탭'을 사용했을 때의 추억이 잠시 스쳤다. 7.6형의 메인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10여년 전 쓰던 '갤럭시탭'처럼 화면이 넓직하다는 점은 일단 마음에 들었다. 특히 유튜브 등을 통해 동영상을 볼 땐 큰 화면이 펼쳐져 스마트폰으로 볼 때보다 몰입감이 좀 더 좋은 듯 했다. 또 평소 화면에 영상 하나를 팝업창으로 띄워 놓고 온라인 쇼핑을 하거나 정보를 자주 검색했던 만큼 한 화면에 최대 3개의 앱을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있게 다가왔다. 다만 '갤럭시Z폴드3'를 오랫동안 사용해야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듯 했다.
'갤럭시Z폴드3'를 이용할 때 가장 좋았던 점은 샤워를 할 때였다. 그립톡이나 다른 지지대 없이 '갤럭시Z폴드3'를 살짝 접기만 하면 동영상을 틀어놓고 샤워를 즐길 수 있었다. 또 폴더블폰 최초로 기존 '갤럭시S' 시리즈와 동일한 수준의 IPX8 등급의 방수를 지원해 생활 방수가 된다는 점에서 물이 튀어도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또 역대 스마트폰에 사용된 알루미늄 중 가장 강력한 아머 알루미늄이 프레임과 힌지 커버에 사용돼 내구성이 좋다는 점에서도 다소 안정감이 느껴졌다.
다만 카메라는 인상깊게 다가오지 않았다. 특히 이번에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UDC)'를 전작과 차별화 한 핵심 무기로 내세웠다는 것에 비해 크게 차이를 느끼진 못했다. UDC가 자리한 카메라 홀 윤곽이 여전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듬성듬성 배열된 격자 무늬 픽셀 구조로 펀치홀(카메라 구멍)을 가리려는 듯 했지만 여전히 도드라져 보여 아쉬웠다. 또 UDC로 촬영한 사진의 화질도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이미지 보정이 이뤄진다고 하지만 다소 흐릿하고 선명하지 않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사진을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이 동시에 미리 보기를 하며 촬영할 수 있는 '듀얼 프리뷰' 기능은 마음에 들었다. 1천만 화소의 외부 전면 카메라로 셀피 촬영을 하는 동안 커버 디스플레이를 보면서 표정과 자세,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폴더블폰만의 장점을 다소 느낄 수 있었다. 또 여러 명과 함께 사진을 찍을 때는 폴더블폰만 세워두면 촬영 인원에 따라 카메라가 자동으로 구도를 조절해줘 편리했다.
폴더블폰에 처음 적용된 'S펜'도 사용감이 좋았다. '갤럭시노트'에서 쓰던 S펜과 연동되지 않고 폴더블폰용 S펜을 따로 구매해 사용해야 한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손글씨로 쓰면 텍스트로 자동 변환되는 등의 사용감은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했다. 또 화면이 넓어선지 S펜을 경험하기에는 '갤럭시노트'보다 더 나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화면을 반으로 접어 고정하는 플렉스 모드에서도 폴더블폰에 적용된 S펜의 장점은 더 잘 드러났다. S펜 버튼을 누르고 화면 하단을 탭하면 삼성 노트가 자동으로 실행돼 영상 통화를 하거나 PDF 등 문서를 보며 필기를 할 수 있어 편리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Z 폴드3'용으로 특별히 제작된 'S펜 폴드 에디션'과 'S펜 프로'는 크기와 두께가 최적화돼 편안한 그립감을 제공한다"며 "압력을 제한하는 기술이 처음 적용돼 폴더블폰에서도 걱정 없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S펜 모델은 처음부터 폴더블폰의 UTG(Ultra Thin Glass)를 고려해 설계됐고, 디스플레이에 500gf 이상의 힘이 가해지면 자동으로 이를 제한하는 기술이 적용된 '프로 팁(Pro tip)'이 탑재됐다"며 "기존 S펜 대비 지연시간(latency)을 40% 단축해 실제 종이에 쓰는 듯한 자연스러운 필기감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S펜이 '갤럭시노트'처럼 기기에 수납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선뜻 폴더블폰으로 갈아타야겠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 넓은 화면과 전작을 뛰어넘는 우수한 성능, 기기가 반으로 접힌다는 점에서 일상 생활에서 활용하기 좋을 듯 하지만, 아직까지 '환승'을 하기에는 무게와 두께, 휴대성 측면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반면 잠깐 경험해 본 '갤럭시Z플립3'는 '갤럭시Z폴드3'의 단점으로 여겨지는 부분들을 모두 해소해주는 느낌이 들어 당장 구입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두 제품을 모두 경험해 본 결과 폴더블폰을 구매해야 한다면 '갤럭시Z플립3'를 택할 듯 하다. 다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업무, 학습을 하는 이들에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기능들이 적용된 '갤럭시Z폴드3'가 더 나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혁신하고자 노력했다"며 "'갤럭시Z폴드3'는 멀티태스킹에 최적화돼 있고, 메인 디스플레이로는 방해 없이 좋아하는 쇼나 스포츠 게임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는 스마트폰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제품"이라며 "개방성과 혁신을 바탕으로 한 갤럭시 생태계와 함께 모든 일상 경험을 즐길 방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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