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영국 BBC 사례를 눈여겨 봐야 한다.”
19일 한국방송학회(학회장 하주용)가 오후 서울시 용산구 소재 만리서재에서 ‘아시아와 유럽을 중심으로 한 국내 OTT의 국가, 지역별 진출 전략의 모색’ 세미나를 개최한 자리에서 토론 패널들이 대부분 동의한 지적이다.
이번 세미나는 박천일 숙명여자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이헌율 고려대학교 교수가 ‘아시아 주요 국가 OTT 시장 특성을 중심으로 본 한국 OTT 서비스의 진출 전략’을 주제로 첫 번째 발제를 맡았으며, 이미나 숙명여자대학교 부교수와 김선미 고려대학교 연구교수가 ‘글로벌 OTT 시장 변화와 유럽 OTT 서비스 시장의 현황과 특성’을 주제로 두 번째 발제를 맡아서 진행했다.
종합토론으로는 김설아 홍익대학교 교수,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 안영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콘텐츠 산업진흥팀장, 최은경 한신대학교 교수가 패널로 나섰다.
◆ 북미 OTT 사업자 공세에 유비무환 ‘BBC’
영국 BBC 사례가 주요하게 언급된 이유로는 국내 상황과 비슷한 부분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OTT 서비스 시장은 넷플릭스와 아마존, 디즈니 플러스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나 로컬 사업자들의 선방도 두드러지는 곳이다. 마치 국내 넷플릭스에 잠식되고 있는 있으나 K-콘텐츠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상황과 흡사하다.
이미나 숙명여대 부교수와 김선미 고려대 연구교수에 따르면 영국의 OTT 시장은 연평균 10% 가량 성장하고 있으며, 가입자 기준으로 아이플레이어와 넷플릭스, 아마존 순으로 포진해 있다. 글로벌과 권역 OTT 서비스가 활발한 경합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즉, 기존 방송사의 OTT 서비스와 미국 OTT 서비스와의 경쟁이 치열한 양상이다.
특히 가입자 기준 1위인 아이플레이어는 BBC의 OTT 서비스다. 지난 2007년부터 시작해 1위 OTT 서비스가 되기 위해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는 플랫폼이다.
브릿박스(BritBox) 역시 BBC의 자회사인 BBC 월드와이드가 합작투자 형식으로 ITV plc와 AMC 네트워크와 함께 북미를 대상으로 출시한 OTT 서비스다. 영국에서 방영후 24시간 이내 브릿박스를 통해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출시 2년만에 미국 및 캐나다에서 50만 가입자를 확보했다.
콘텐츠 제작 면에서는 BBC 월드와이드가 BBC 스튜디오와 합병으로 지난 2018년 ‘BBC 스튜디오’를 출범시켰다. 이미나 부교수는 “독자적 방송 콘텐츠 제작에ㅔ 주력해 전세계를 대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BBC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을 이룬 사례로 국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2019년 4월 미국 디스커버리와 SVOD 서비스에 향후 10년간 BBC 자연역사 다큐멘터리를 판매하는 콘텐츠 제휴를 체결했을 뿐만 아니라 경쟁사인 스카이 Q 셋톱에 아이플레이어를 탑재하고 브리티시텔레콤(BT)과 협력하는 등 제휴관계도 넓히고 있다.
◆ 배울 건 배우고, 다른건 인정해야
영국 BBC가 처한 상황은 국내와 비슷할 수 있지만 일찍부터 OTT 공세에 대비해왔다는 점에서는 다르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은 “BBC 사례가 국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나 상황은 다르다”라며, “영국은 수신료 인상을 위해 구축과정에서 디지털 전환과 OTT 구축을 일찍부터 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측면에서는 “영국은 3년전부터 아마존과 넷플릭스 가입자가 유료방송 가입자를 넘어서면서 코드커팅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저가 시장이 형성돼 있어 코드커팅이 곧장 발생하지는 않겠으나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경 한신대 교수 역시 “영국은 2007년 수신료를 인상하면서 뉴미디어 구축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고 아이플레이어에 이렇게까지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이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옳았다”라며, “북미 OTT 공세에도 아이플레이어가 지상파 중심의 VVOD 사업을 2~3년전부터 준비했기 때문에 방어가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패널들은 BBC의 브릿박스에 대해서도 국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입장이다.
안영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콘텐츠산업진흥팀장은 “영국의 브릿박스 사례는 눈여겨 봐야 한다”며, “영국 콘텐츠의 경쟁력과 북미 시장 진출에 대한 사례를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은경 교수 역시 “K-OTT가 아시아 지역 진출을 위해 브릿박스처럼 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라며, “우리의 웨이브와 모델이 비슷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냉정하게 보면 영국은 내부적으로 아이플레이어가 건재하고 5대5비율의 합작으로 영국과 미국, 캐나다, 호주, 캐나, 남아프리카 등 문화적 동질성이 높은 곳에서 성공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우리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은 독자적 행보로 가야 하는 상황 속에서 지난 2018년 시청각 서비스 지침에 따르고 있으며, 그에 따라 자국 내 OTT 시장을 북미에 내준 상태라 독특하면서도 우리와 맞는 상황들이 있다”라며, “K-콘텐츠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 '글로벌 사례의 내재화’ 급선무
K-OTT가 글로벌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글로벌 유수 사업자는 다음 단계로의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기회를 얻기는 했으나 또 다른 수익모델을 찾고 있는 것.
노창희 센터장은 “넷플릭스는 북미 가입자가 감소하고 아태지역이 증가하고 있기는 하나 미국에서의 어려움으로 인해 온라인 쇼핑몰이나 게임시장 진출이 거론되고 있다”라며, “디즈니의 경우도 본업이었던 테마파크나 영화사업에 타격을 받아 OTT에 대한 유효한 전략을 재수립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와 달리 국내는 넷플릭스에 따른 잠식이 지속되고 있다. 노 센터장은 “국내 제작 시장은 넷플릭스로 요약된다”라며, “넷플릭스는 K-콘텐츠 없이 동아시아 비즈니스가 어렵지만 글로벌 규모의 경제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콘텐츠와 플랫폼 측면에서 막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K-OTT의 경우 동아시아 시장만 가지고 플랫폼의 글로벌화가 어렵기 때문에 결국은 콘텐츠 제작 비용 수혈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문화적 할인이 있는 동아시아가 투자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유럽에서는 K-콘텐츠의 경쟁력이 아직까지는 검증되지 않은 상태”라고 분석했다.
안영민 팀장 역시 “아시아 시장 진출이 있어 문화적 동질성으로 우리 콘텐츠의 가치가 있으나 유럽은 문화적 할인이 없다”라며, “하이브의 위버스와 같은 엔터테인먼트의 플랫폼화를 통한 진출 전략을 모색하면 새로운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제언했다.
김설아 홍익대 교수는 자국 제작환경 보호에도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프랑스의 경우 디지털세를 도입해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에 으름장을 냈다”라며, “최근에는 미디어 라임라인법이라고 해 투자 규모에 따라 방송을 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주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법제를 정비해 자국 제작환경을 보호하고 투자를 유발하는 고민을 하고 있는 셈이다”라며, “유럽 진출도 규제 등과 관련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도록 그들의 가이드라인을 세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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