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글로벌 OTT와도, 시가총액이 수십배인 사업자들과도 경쟁해야 하는데, 지상파를 소유한 기업은 일정 지분을 보유할 수없어서 매각해야 한다. 경쟁을 통한 시장 활성화가 필요한데, 투자비를 확보하고 유수 콘텐츠 사업자와 지분 교환을 통한 제휴 등을 추진해야 하지만 지금은 어렵다.”
최대식 SBS 정책팀장은 19일 한국미디어경영학회(학회장 박주연)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글로벌 경쟁시대의 민영방송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특별세미나장에서 현행 민영방송사에 대한 소유규제에 대한 규제완화를 주장했다.
이에 앞서 발제자로 나선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미디어 산업의 大변혁기에 대응한 민영방송 영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방향'을 주제로한 기조발표에서 ‘소유규제’를 주된 쟁점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민간영역이 지속적 투자와 혁신이 요구되지만 최다액출자자에 대한 자산규모 제한이 경직적일 경우 오히려 최다액출자자의 규모나 성과가 제한될 우려에 따라 민영 지상파 방송시장에 대한 투자 위축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실은 전통방송과 OTT가 대체 과정을 밟으면서 향후 인터넷 미디어와 OTT 중심의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법적,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오는 11월 진출 예정인 디즈니 플러스 등 글로벌 OTT 사업자의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에 따라 국내 방송미디어 산업의 성장을 OTT와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견인하는 환경으로 급변하고 있기 때문.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의 상황에 따라 방송미디어와 산업의 경계가 소멸되고 있으며,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 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방송미디어 재원은 취약해지면서 콘텐츠 제작의 선순환 구조가 파괴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종관 수석전문위원은 “방송시장 규모가 외형적으로 성장해보이지만 내부적 거래 재원의 증가에 의한 착시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라며, 국내 가계 소비지출 대비 방송미디어에 대한 지출 증가가 적고, 국민의 소비지출 및 타 산업의 지출이 방송시장에 유입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어려움에 따라 공영방송을 경쟁외적 영역으로 분리하고 민간영역에 대한 경쟁을 촉진해야 하며, 공적책임에 대한 차등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 구조규제 완화뿐만 아니라 행위규제 역시 보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중에서도 소유규제는 지난 2008년 12월 개정된 것으로 현재 국내 경제규모나 기업규모, 시장 상황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해 규제가 강화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에 따라 현행 민영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소유규제는 애초 도입 목적에도 불구하고 시장축소형 규제라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규제가 재정된 2008년 대비 지난해는 국내 명목 GDP 규모도 1천154조원에서 1천924조원으로 연평균 4.4% 성장했으며, 우리나라 경제규모 순위도 15위에서 6계단 상승한 9위에 랭크돼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 자산규모도 1천161조1억원에서 2천226조4천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자산규모 10조원 이상 기업도 23개에서 40개로 늘었다.
즉, 현행 대기업 소유제한 기준인 자산규모 10조원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 공정거래위원회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은 대기업 소유제한 취지와 부합하지 않아 별도 방송법 기준 제정이 필요하다는 게 이 수석전문위원의 주장이다.
◆ 시장 변화와 연동된 유연한 규제 도입…외부 변화에 민감한 정책적 고민
이에 대해 김용희 숭실대 교수는 “국내 사업자와 경쟁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글로벌 OTT가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급한 문제”라며, “OTT 투자 규모를 고려해 지상파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유규제가 완화돼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시가총액에서 열위에 놓인 민영 지상파가 다른 기업과 협력 모델을 구축하려고 해도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
김 교수는 “최대주주의 기업규모가 커지면 그에 따른 이점이 있을 수 있는데 지분을 매각하거나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은 자본력을 취약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최대식 팀장도 그에 따른 현장의 고민이 크다고 역설했다. 그는 “소유규제는 지상파를 통한 여론 독과점을 막기 위함이지만 현재는 이런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라며, “사실상 거대해진 MPPP는 글로벌 OTT와 콘텐츠 제작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파에서도 이같은 방송사가 하나쯤은 나와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 축소적인 소유규제가 아니라 시장 변화와 연동된 규제 통해 유연성과 혁신성을 가져야 방송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라며, “특별한 배려를 바라는 게 아니라 방송 콘텐츠 시장에서 대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우석 방송통신위원회 지상파방송정책과장 울산방송과 광주방송의 사례를 통해 최근 이같은 규제에 대한 이슈가 불거졌다고 언급했다. 다만, 정책적 고민이 있어야 하겠으나 외부적인 영향에 따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김우석 과장은 “울산방송은 최대주주가 자산규모가 10조원이 넘어 시정명령을, 광주방송은 최대주주가 빠져나가고 다른 주주가 들어와 현상적으로도 당장 이슈가 돼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에서 이런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적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방송과 미디어에 대한 대대적 제도개선 논의가 공론화되고 있는 현 실정과 내년 대선 정국에 따른 변화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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