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엔씨소프트가 지난 30일 '리니지W' 2차 온라인 쇼케이스를 열었다. 30분 정도 분량의 영상에 출연한 이성구 리니지W 그룹장은 공개 이후 리니지W에 얽힌 여러 질문을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엔씨소프트가 이처럼 Q&A를 중심으로 한 2차 쇼케이스를 연 사례는 처음인데, 그만큼 내부에서도 급박하고 긴장했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응집된 게이머들이 엔씨소프트의 변화를 이끈 셈이다.
2차 온라인 쇼케이스를 보고 든 첫 소감은 일단 엔씨소프트가 정말 많이 '내려놨다'는 점이었다. 쇼케이스 전반에는 리니지W 전반에 걸쳐 언급하던 이성구 그룹장은 중반부터 이용자가 정말 궁금해할 것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바로 BM 얘기였다.
이 그룹장은 리니지W에 아인하사드도, 용옥도, 유료 액세서리도, 문양, 수호성, 정령각인 등 '억' 소리 나는 과금 콘텐츠는 내지 않겠다고 했다. 특히 아인하사드는 RPG의 본질인 캐릭터 레벨과 직관되는 피로도 시스템이자 핵심 매출원이었는데, 어떠한 유사 콘텐츠도 리니지W 서비스 종료 시점까지 내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주요 수익방식(BM)은 리니지를 상징하는 변신과 마법인형이지만 이 역시 과금만이 아닌 게임 플레이로도 획득할 수 있게 한다고 공언했다. 나아가 리니지M, 리니지2M과 같은 리니지 형제들도 아인하사드 시스템을 개편하고 개인 거래를 도입한다는 예고까지 했다. 그간 과도한 수익 추구로 여론의 지탄을 받던 엔씨소프트가 확실히 변화를 위한 고민을 한 셈이다.
효과는 분명했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아인하사드까지 없애는 강수를 둘 줄 몰랐다는 반응이 상당했고 '미워도 다시 한번' 엔시소프트를 믿어보겠다는 움직임도 있었다.
물론 반대의 반응도 없지 않았다. 엔씨소프트가 그동안 축적한 '카오' 수치 탓인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여론도 적잖았다. 실제 직전에 출시한 '블레이드앤소울2'의 경우 회사 측은 '아인하사드 시스템'이 없다고 했으나 이름만 바뀐 '영기 시스템'이 존재해 논란을 빚었다가 개편됐다. 리니지M 또한 출시 당시 소개 영상에 개인 거래가 가능한 것처럼 보였으나 수년 넘게 등장하지 않았다가 이제야 재차 예고됐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리니지W가 론칭되고나니 약속과 달리 이름만 다른 아인하사드, 형태만 다른 유료 액세서리가 등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성난 이용자들의 반응이 어떨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게 현실화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여론 또한 존재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닌 셈이다. 엔씨소프트의 선택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통상 기대작 출시가 예고되면 어떤 콘텐츠를 갖추고 있는지, 줄 수 있는 재미는 무엇일지 기대를 모으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엔씨소프트의 게임들은 이러한 게임성보다는 BM이 어느 수준일지가 더 큰 관심사로 부각되곤 했다.
1% 미만 '고래' 고객만을 겨냥한 엔씨소프트의 BM 디자인은 대다수 게이머들의 접근을 막고 갈라파고스화되는데 영향을 미쳤다. 물론 이러한 전략에 힘입어 단기적으로는 막대한 수익을 올린 건 맞다. 그러나 거듭된 자기복제는 결국 한계가 있었다. 트릭스터M, 블레이드앤소울2의 흥행 부진이 이를 잘 말해준다.
오는 11월 출시를 앞둔 리니지W를 기해 엔씨소프트의 본질적인 변화를 체감할 수 있길 기대한다. 재미만 있으면 매출은 알아서 따라온다는 지극히 당연한 흥행 공식을 리니지W에서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카오에서 벗어난 엔씨소프트가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보여줄 파급력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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