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실생활에 쓸 수 있는 인공지능(AI)을 선보이려면 스페셜 AI를 개발하는 것이 비용도 적고 좋은 성능을 낼 수 있다."
박근한 NHN AI 사업본부장은 2일 서울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아이포럼 2021'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향후 여러 분야에 쓰일 것으로 기대되는 보편적인 AI를 개발해 실전에 적용하기보다 애초에 특정 목적을 가진 AI를 연구해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이라는 조언이다. 쉽게 말하자면 만병통치약을 개발하는 것 보단 특정 질병을 치료하는 약을 개발하는 것이 쉽다는 얘기다.
박근한 사업본부장은 지난 2019년 이세돌 9단의 고별 대국을 치른 국산 바둑 AI인 '한돌'의 개발을 진두지휘한 AI 전문가다. 삼성전자, 네이버 등에서 AI 연구를 진행했으며 2015년 NHN에 합류, 현재 AI사업본부장으로 사내 AI 개발 및 사업을 이끌고 있다. 그는 한돌을 개발하며 축적한 AI 노하우를 토대로 우리 실생활을 유용하게 바꿀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매진 중이다.
이날 박근한 본부장은 2016년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국을 펼쳐 전 세계에 AI의 위력을 실감케 한 '알파고'를 비중있게 소개했다. 알파고는 구글 딥마인드가 머신러닝 등의 기술을 토대로 개발한 바둑 AI로 이세돌 9단을 꺾어 주목받은 AI다. 이후 알파고는 바둑 이외에 게임 등 여러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제너럴 AI로 발전했다.
다만 박 본부장은 이러한 제너럴 AI가 당장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지는 의문을 표했다. 바둑 AI의 '축 버그'가 대표적이다. 바둑에 입문하는 사람이 처음 배우는 기술인 축은 계단 형식으로 단수를 치는 개념이다.
가령 바둑 AI는 수를 놓기 전 승률을 계산하는데, 승률이 낮아질 경우 AI 스스로 축에 내몰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AI가 항상 최선의 수를 두진 않는다는 의미다. 아울러 접바둑이나 9점을 미리 깔고 시작하는 등 여러 변수 상황에 놓일 경우 바둑 AI는 승리 확률이 1% 이하로 수렴하는 만큼 엉뚱한 수를 둘 때가 종종 생긴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바둑 AI는 접바둑과 같은 실전 바둑에서 요구되는 사항들을 수용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는 게 박근한 본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가령 축에 걸리지 않고, 덤을 조절할 수 있거나 바둑판 크기 조절도 가능하고 접바둑도 두는 형태로 바둑 AI가 발전하고 있다"며 "AI의 자가대국 비용을 줄이기 위해 승패가 결정됐다고 판단되면 빠르게 다음 판을 두게 하거나, AI의 자가대국은 중간까지는 거의 비슷하게 두기 때문에 중간부터만 나머지 수를 시뮬레이션하는 등의 방법을 쓴다"고 설명했다.
NHN은 이처럼 바둑에 초점을 맞춘 한돌을 비롯해 패션, 이미지 검색 등의 실전성에 초점을 맞춘 스페셜 AI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NHN이 올해 서비스를 시작한 AI 패션은 이미지 검색 기술을 바탕으로 이용자가 해당 상품명 등 관련 정보를 알지 못해도 유사 상품 등을 찾아 주는 서비스다. 온라인 쇼핑 전 자신에게 사이즈가 맞는지 등을 가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 등도 개발했다.
박근한 본부장은 "NHN은 AI 연구를 위해 데이터센터 확보, AI 플랫폼 개발, 클라우드 AI 서비스 제공 등 세 가지 방향을 잡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AI 기술이 특정 회사나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가성비 좋은 AI를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전세계 AI 시장의 패권을 가를 초거대 AI 발전을 위한 제언도 했다. 초거대 AI는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특정 용도에 한정하지 않고 종합적이고 자율적으로 사고하는 인간의 뇌 구조를 닮은 AI라고 할 수 있다.
박근한 본부장은 "비용 등의 문제상 초거대 AI를 연구할 수 있는 곳은 한정적이며 향후 양극화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뜻을 같이 하는 회사끼리 연합하고 국가적으로 베이스라인을 만들어 제공하거나 인재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영수 기자(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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