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올해 하반기 최대 문제작 '리니지W'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세간의 관심 속에 지난 4일 출시된 리니지W는 단번에 국내 양대 마켓 매출 순위는 물론 대만 등 아시아 시장에서 매출 1위에 오르며 흥행에 성공했다.
물론 리니지W의 이같은 매출 성과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들도 많다. 엔씨소프트가 론칭과 동시에 유명 인플루언서들을 앞세운 막대한 프로모션을 진행한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안다는 것이다. 이처럼 엔씨소프트를 엄한 잣대로 바라보는 게이머들의 숫자는 결코 적지 않다. 그리고 두텁다. '블레이드앤소울2' 흥행 부진 이후 '변화'를 약속한 엔씨소프트가 꽤나 긴 시간 동안 뼈를 깎는 노력을 이어갈 필요가 있는 이유다.
아무튼 리니지W는 4년에 걸친 개발 기간 끝에 내놓은 게임이었기에 외형이나 핵심 게임성 등은 리니지M부터 시작되는 엔씨표 게임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다만 큰 이질감은 들지 않았다. 앞서 내놓은 블레이드앤소울2이 혹평을 받은 이유는 '블소답지 않다'였는데, 리니지W는 리니지 IP 게임인 만큼 핵심 정체성이 리니지다운 게 어찌보면 당연했기 때문이다.
리니지W는 PC 온라인 게임 리니지나 리니지M과는 달리 3D 그래픽으로 변화를 꾀한 게임이다. 쿼터뷰 시점은 그대로지만 다소 느릿느릿한 움직임과 공격 모션 등은 옛 느낌을 잘 살렸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스피디하고 빠른 템포를 원하는 젊은 게이머층은 답답하게 보일 법도 했지만 리니지란 원래 이런 게임이다.
각 클래스별로 서사를 부여한 점은 좋은 시도였다. 예전 리니지가 클래스를 골라 게임에 임하더라도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냥부터 했던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리니지W의 스토리는 장족의 발전이다. 클래스마다 전장에 참여하게 된 각기 다른 사연이 나름 흡인력 있는 전개로 펼쳐진다. 기존 리니지가 화사한 색감이라면 다크판타지를 토대로 한 리니지W는 어두침침한 연출을 바탕으로 묵직한 이야기를 안겨준다. 이 또한 마음에 들었다.
리니지W를 접하며 가장 인상깊은 건 단연 확률형 아이템의 연출이 아니었나 한다. 이 게임에서는 앞서 회사 측이 공언한 대로 '변신'과 '마법인형' 외에는 다른 확률형 상품이 존재하지 않는데, 이 두 가지만으로도 엔씨소프트의 개발력을 맛보는 데는 충분했다. 확률형 아이템의 관건은 결국 개봉 후 무엇이 나오느냐인데, 리니지W는 그 '쪼는 맛'을 극한으로 연출했다. 체스판을 모티브로 했는데, 흰말만 나오면 꽝, 붉은말이 나와야 대박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붉은 말 내부에도 등급이 있는데, 이는 NPC '페일러'의 미소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 아쉽다는 듯 옅은 미소만 흘리면 낮은 등급, '금니'를 보여주며 큰 웃음을 터뜨리면 높은 등급의 상품이 나오는 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습득한 상품들을 합성할 경우 기사와 괴물이 싸우는 연출이 등장하는데, 어떠한 전투 패턴이 나오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 확실히 리니지W 이전에는 듣도보도 못한 뽑기 연출인 셈이다. 리니지W에서 가장 높은 월급을 받아가는 건 뽑기 연출팀이 아닐까 싶다.
이래저래 리니지W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이 된 게임이다. 평소 리니지를 아끼고 즐긴 사람에게는 최고의 게임이겠지만 대척점에 있는 게이머라면 격렬하게 비판하고 싫어할 수밖에 없는 대상일 수밖에 없다. 이들의 간격은 바다처럼 넓고, 이를 좁히거나 혹은 좁힐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건 결국 엔씨소프트의 몫이다.
물론 리니지W가 엔씨소프트가 추구하는 배틀 커뮤니티의 완성이라는 데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리고 이는 국내외 어떤 게임사도 따라오지 못할 경지에 이른 수준이다. 한글과 한자로 만들어진 닉네임을 가진 게이머들이 서로를 공격하며 증오감을 불사르는 장면을 접했을 때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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