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美 출장서 위기감 느낀 이재용…'뉴 삼성' 행보 박차

[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열흘간의 미국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보니 마음이 무겁다'는 소회를 밝혔다. 20조원 규모의 미국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신규 공장 부지를 텍사스주 테일러시로 결정하고 통신,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미래 중점 사업의 파트너와 회동하며 '뉴 삼성' 의지를 다졌지만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 '냉혹한 현실' 등의 표현으로 위기감도 드러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4일 오후 4시께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투자도 투자지만 현장의 목소리들,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게되니까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는 세계적인 반도체 패권 경쟁. AI나 5G로 재편되는 기술 경쟁 등에서 위기감을 느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5년 만에 방문한 미국에서 핵심 파트너사 경영진과 회동에는 만족감을 표했다.

이 부회장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보고 회포를 풀 수 있었다"며 "미래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참 좋은 출장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4일 출장길에 올라 미국 동서부를 횡단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반도체뿐 아니라 바이오와 5G, AI 등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직접 챙겼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을 잇달아 방문해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혁명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와 관련된 전략을 공유하고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16~17일에는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와 연쇄 비즈니스 미팅을 하고 각각 바이오,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구글 본사를 방문해 순다르 피차이 CEO 등 경영진을 만나고 시스템반도체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자율주행, 플랫폼 혁명 등 차세대 ICT·소프트웨어(SW) 혁신 분야의 공조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의 반도체와 세트 연구소인 DS미주총괄(DSA)과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도 방문해 AI와 6G 등 차세대 핵심 기술 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연구원들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며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자"고 주문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 대미를 미 파운드리 신공장 부지 결정으로 장식했다. 이를 위해 이 부회장은 지난 18~19일 워싱턴DC에서 백악관 고위관계자와 연방의회 의원들을 면담하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에 대한 의견도 나웠다. 또 파운드리 신규 공장에 대한 인센티브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재가동하고, 대규모 투자를 마무리 지었지만 반도체 패권이나 차세대 기술 경쟁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향후 인사, 조직 개편, 인수·합병(M&A) 등에서 '뉴 삼성' 행보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출장은 이 부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재가동하고 '뉴 삼성'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또 '마음이 무겁다'라는 소회를 밝히며 임직원 전반에 위기의식을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