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심지혜 기자]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더 많은 채널을 볼 것이란 예상과 달리, 대부분의 시청은 20개 채널 안쪽에서 머물렀다."
TV시청 시간 증가에도 시청자들이 보는 채널은 한정돼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회가 주어져도 잘 되는 채널만 잘 된다는 것이다.
황성연 닐슨코리아 박사는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열린 '차세대 방송·미디어 기술 세미나'에서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에 오래 있으면서 TV를 많이 보게 됐지만 8개 채널이 시청률 50%를, 19개가 전체의 70%를 차지했다"며 "나머지는 코로나로 인해 늘어난 시청량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떻게 채널을 알리고, 우리 채널에 들어오게 할 지가 중요하다"며 "잘 되는 채널은 엄청 잘 되고 아닌 채널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극단적 형태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박사는 방송 시청 형태가 달라지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방송 시청 시간이 아닌 소비자들의 시청 패턴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존 방송망이 아닌 '인터넷'으로 전송하는 플랫폼에 채널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에 대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며 "방송에 인터넷이 물리면서 주문형비디오(VOD), 스트리밍서비스가 시청의 자유로움과 콘텐츠 다양성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용률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로 VOD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중심으로 비실시간 서비스에 대한 이용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국내의 경우 VOD 시청 시간이 빠르게 늘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10~40대의 점유율이 가장 높은 채널은 비실시간 서비스로 조사됐다. 특히 40대 이하에선 전부 VOD 시청이 1위를 차지했다.
황 박사는 "방송의 미래 세대라 불리는 40대 이하 세대가 VOD를 더 많이 본다"며 "이들이 나이 들면, 과연 기존의 채널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려해야 할 중점 과제로는 '시청자 일상의 변화에 따른 방송 미디어의 위치', '채널별 경쟁에 따른 시청의 변화', '방송망에서 인터넷 망으로의 변화'를 꼽았다.
황 박사는 "채널별 경쟁에 따라 시청에 변화가 나타났으나, 이제는 이런 변화가 별로 없다. 20개 채널 안에 들어오는 경쟁은 심화될 것"이라며 "또한 인터넷 망을 통해 채널이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종합적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 대비를 위해서는 '방송-편성' 중심에서 '방송-유통'으로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고병수 한국콘텐츠진흥원 PD는 "전통적 방송 시장은 제작자-시청자, 송신자-수신자가 명확했다. 시청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소비하지 못했다"며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유튜브, 넷플릭스, VOD 등으로 이런 문제가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시장은 20개 채널 안에 들어오지 못하면 오픈 플랫폼으로 소비하는 경향으로 바뀔 것"이라며 "지상파가 본방송 외에 유튜브로 수익을 얻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어려움이 계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 박사 또한 기존 실시간 시청자와 스트리밍, VOD를 제공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융합해 최대 수익을 확보하고, 시청자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황 박사는 "VOD가 늘어나지만, 그래도 실시간 채널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다. 오징어게임의 경우 우리나라에선 딱 하루 1등했고, 갯마을차차차가 1등을 유지했다"며 "국내 시장에선 실시간 방송을 보는 관성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 콘텐츠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송출과 유통에 대한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혜선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젊은 세대는 OTT에 여러개에 가입할 정도로, 디지털 미디어 선호도가 높다. 앞으론 기존 방송 매체는 MZ세대와 1인 가구에 어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아직 우리나라는 코드 커팅이 별로 없지만 이들은 코드 네버 세대가 될 수 있어 이들을 잡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지혜 기자(sj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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