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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위기론 꺼내든 이재용…파격 인사로 '뉴 삼성'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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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3인방 모두 교체·CE-IM 부문 '세트'로 통합…'세대교체'로 미래 준비 본격화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지난달 북미 출장에서 '냉혹한 현실'을 봤다고 밝혔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뉴 삼성'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해 파격적인 인사에 나섰다. 기존의 관측과 달리 김기남(DS)·김현석(CE)·고동진(IM) 삼성전자 대표이사 및 부문장 3명을 전부 교체하는 한편, 일부 사업부를 통합하는 등 조직 개편까지 진행해 대대적인 변화를 준 것이다.

UAE 출장길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UAE 출장길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삼성전자는 회장 승진 1명,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3명, 위촉업무 변경 3명 등 총 9명 규모의 '2022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7일 발표했다. 이번 일로 3명의 대표이사가 모두 교체됐을 뿐 아니라 반도체·세트(SET) 사업부문 수장도 모두 바꾸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또 소비자가전(CE)과 IT(정보기술)·모바일(IM)부문은 이번에 세트(SET)부문으로 통합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선 성과주의 인사를 실현했다"며 "회사 발전에 크게 기여한 부회장·사장을 회장·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주요 사업의 성장과 회사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부사장들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경영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존 경영진을 유지해왔으나, 최근 이 부회장이 북미 출장을 다녀온 것이 이번 파격 인사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이 지난달 말 미국 출장 귀국길에서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게 되니 마음이 무겁다"며 위기론을 꺼내든 직후 전격적인 조직 쇄신에 나섰기 때문이다. 또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 주말에 인사 방향을 대폭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회장 승진 1명,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3명, 위촉업무 변경 3명 등 총 9명 규모의 '2022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7일 발표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삼성전자는 회장 승진 1명,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3명, 위촉업무 변경 3명 등 총 9명 규모의 '2022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7일 발표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당초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지난 8월 가석방 출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인 데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혐의 재판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각 부문별 수장을 유임시키며 안정 속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을 뒤집은 이번 사장단 인사는 그만큼 '뉴 삼성'을 향한 이 부회장의 강한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우선 지난 2018년 3월 이후 3년여간 이어왔던 현 3인 대표이사 경영진 체제는 이번에 모두 교체됐다. 3명의 대표이사들은 주력 사업인 D램 실적 호조, 폴더블 스마트폰과 비스포크 가전 흥행을 이끈 주역들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러나 김기남 부회장만 이번에 종합기술원 회장으로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고동진 사장과 김현석 사장의 행보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일각에선 고 사장과 김 사장은 이번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것으로 관측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의 역대 최고 실적과 글로벌 1위 도약 등 고도 성장에 크게 기여한 공을 고려해 김기남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켰다"며 "김 회장은 앞으로 종합기술원 회장으로 미래기술 개발과 후진양성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CE와 IM 부문을 세트 부문으로 통합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측은 이번 일로 통합 리더십 체제를 출범해 조직간 경계를 뛰어넘는 전사 차원의 시너지 창출과 고객 경험 중심의 차별화된 제품·서비스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지만, 내부에선 대표이사·사업부문장을 대거 교체함과 동시에 두 부문을 통합시키자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세트 사업 통합에 따른 인력 배치와 관련해선 조만간 발표될 조직 개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듯 하다"며 "그동안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한 적도 없는 만큼 이번 통합으로 인력 문제에선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CE와 IM부문을 통합한 신설 세트 부문의 수장은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책임진다. 한 신임 부회장은 TV 개발 전문가 출신으로 지난 2017년 11월부터 VD사업부장으로 삼성전자의 15년 연속 TV 시장 1위를 달성하는 등 역량을 보여줬다. VD사업부장직도 그대로 수행한다.

정현호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장 사장도 이번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간 중장기 사업전략 수립 지원, 삼성전자 및 전자계열사간 시너지 발굴 등 사업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섰던 만큼 향후 '뉴 삼성' 비전을 그릴 핵심 인물이 될 것이란 평가다.

김 회장의 후임인 DS부문장으로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을 지낸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이 임명됐다. 경 사장은 반도체 설계 전문가로, 삼성전자에서 D램 설계, 플래시개발실장, 솔루션개발실장 등을 역임하며 메모리 반도체 개발을 주도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또 경 사장은 지난해부터 삼성전기 대표이사를 맡아 MLCC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역대 최대실적을 견인하는 등 경영 역량을 인정받았다. 향후 삼성전자 DS부문장으로, 반도체사업의 기술 리더십을 발휘하며 부품 사업 전반의 혁신을 도모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사진=삼성전자 ]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사진=삼성전자 ]

주요 사업의 성장을 이끈 일부 부사장들도 이번에 성과를 인정 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

최경식 삼성전자 북미총괄 부사장은 세트부문 북미총괄 사장으로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구주총괄 무선담당, 무선사업부 북미PM그룹장과 전략마케팅실장을 역임한 영업 전문가로, 지난해 12월부터 북미총괄 보직을 맡아 역대 최대 매출을 이끌어 내는 등 북미지역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박용인 DS부문 시스템LSI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도 이번에 시스템LSI 사업부장 사장으로 승진했다. 동부하이텍 대표 출신인 박 신임 사장은 지난 2014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주요 보직을 역임하면서 DDI, PMIC, 센서 사업 성장을 주도해 왔다.

김수목 법무실 송무팀장 부사장도 세트부문 법무실장 사장에 임명됐다. 김 신임 사장은 앞으로 법무실장을 맡아 법무 전문성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준법경영을 보다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박학규 삼성전자 세트부문 경영지원실장과 강인엽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도 이번에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박 신임 사장은 SDS 사업운영총괄,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지원실장 등을 역임하며 회사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강 신임 사장은 모뎀 개발 최고 전문가로 인정 받고 있다.

박학규 삼성전자 세트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 [사진=삼성전자]
박학규 삼성전자 세트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 [사진=삼성전자]

이처럼 이번에 큰 폭의 사장단 인사가 진행되면서 계열사 수장들도 대거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계현 사장이 빠진 삼성전기를 비롯해 일부 계열사의 사장들이 대거 교체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삼성전기의 경우 이날 장덕현 삼성전자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내정했다.

또 삼성은 뒤이은 임원 인사에서도 계열사별로 30대 임원을 적극 발굴하도록 하는 등 세대교체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째 인사가 지연되면서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컸던 데다 '이렇게 정체된 채로는 안된다'는 이 부회장의 판단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인사가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극복함은 물론 미래준비에 집중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초일류 100년 기업으로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부사장 이하 2022년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장고(長考)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에는 플랫폼, 콘텐츠 등 '완전히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근본적인 조직 변화를 지체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에 전면 세대 교체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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