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오유진 기자] 삼성·LG·SK가 그룹 핵심 인물들을 배터리 사업 부문의 새 경영진으로 전진 배치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해 그룹 내 배터리 사업의 위상이 한 층 높아졌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8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최근 단행된 그룹 인사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경영진에 모두 그룹 핵심 인물들이 선임됐다. SK온은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의 합류가 유력하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먼저 임원 인사를 발표한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는 지난달 단행한 정기 임원인사에 앞서 권영수 부회장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로 보내는 '원 포인트' 인사를 실시했다.
구광모 회장의 최측근이자 '그룹 2인자'로 불리던 권 부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 새 사령탑에 오른 것은 LG그룹이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낙점한 배터리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와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 유수의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4개의 연이은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JV)·공장 설립과 200조원 규모의 수주물량을 최고 수준의 경쟁력으로 원활히 공급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또한 IPO(기업공개) 작업도 매듭을 지어야 하며, 글로벌 1등 배터리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성장 기반을 다시금 탄탄히 다져야 하는 등의 중차대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에 구 회장은 그룹 중요 핵심사업으로 부상한 배터리 사업을 더욱 확장·강화시키기 위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인 권 부회장을 LG에너지솔루션의 대표로 선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권 부회장은 전자·화학·통신 등 LG의 전 사업영역에서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를 역임하면서 대규모 글로벌 사업장을 안정적이고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LG에너지솔루션의 사업 전략과 신사업 추진 밑그림을 그리는 대표 자리에 오른 만큼 배터리 사업 강화를 위한 작업들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지난 7일 전영현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신임 대표이사로 최윤호 삼성전자 사장을 내정했다. 전 부회장은 삼성SDI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최 사장은 글로벌 시장 공략과 재무 등을 책임진다.
특히 이번 인사로 삼성SDI의 그룹 내 입지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삼성SDI에서 부회장급이 탄생한 것은 창사 51년 만에 처음이자, 삼성전자를 제외한 계열사 중 부회장급 인사를 보유한 유일한 회사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최 사장이 삼성SDI의 새 대표를 맡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최 사장은 삼성그룹의 전략을 총괄했던 미래전략실 출신으로, 삼성전자의 글로벌 성장에 기여한 바 있는 그룹 내 재무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삼성은 이러한 인물을 삼성SDI 신임 대표로 선임함으로써 배터리 사업 관련 기존 보수적인 투자 기조에서 탈피해 사업 확장 등 글로벌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극 나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그룹 핵심 인물을 전진 배치시킨 가운데, SK온은 SK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내년도 임원인사를 발표하지 않았다.
앞서 SK그룹은 이달 2일 일괄 발표 없이 관계사별로 '2022년 조직개편·임원인사'를 발표했다. 그러나 SK그룹의 이번 인사에서 최대 관전 포인트로 꼽혔던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았다.
그동안 취업제한이 풀린 최 수석부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 행선지로 SK이노베이션과 SK E&S이 꼽혀왔지만, 두 회사 인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에 최 수석부회장의 유력 행선지로 'SK온'이 꼽히고 있다.
이는 최 수석부회장이 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초기부터 주도해온 인물이며, 형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배터리 사업 관련 행사에 꾸준히 모습을 비춰오는 등 배터리 사업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SK이노베이션은 이날 SK온의 인사가 이달 중순 이사회를 개최한 뒤 별도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혀 이 같은 관측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업계 예상대로 최 수석부회장이 SK온으로 복귀할 시 국내에서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는 그룹 중 처음으로 오너 일가가 직접 배터리 사업 경영에 나서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 역시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며 "각 그룹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배터리 사업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그룹 내 핵심 인물들을 전진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유진 기자(ou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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