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심지혜 기자] 차기정부의 미디어・ICT 거버넌스 개편을 두고 통합론에 무게가 쏠리는 가운데 단순히 물리적인 종합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칫 한지붕 두가족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미디어 정책만 담당하는 별도 부처 신설 필요성이 제기된다.
◆ '방송'위한 별도 혁신기구 설립 필요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는 8일 한국미디어정책학회 주최로 열린 '미래방송 발전을 위한 방송혁신기구 설립・운용방안' 세미나에서 '방송진흥 정책 필요성과 방송혁신기구 설립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발표했다.
홍 교수는 "대선후보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여야 상관 없이 미디어 정책 기능 통합에 대해 동의하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미디어 정책기구가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통합 미디어 거버넌스의 비전이 부족하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짚었다. 단순 물리적 통합이 이뤄질 경우 기술, 산업 중심의 ICT정책으로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재 진행되는 미디어 거버넌스의 통합이 대부분 ICT산업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있어 방송영상분야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미디어 정책을 관장할 방송영상혁신기구 설립을 주장했다. 홍 교수는 "지금의 미디어 거버넌스 통합 논의가 ICT정책 중심으로만 논의되고 있고, 정책 목적처럼 비춰지고 있다"며 "이럴 경우 산업 규모 측면에선 방송영상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기 어렵다. 방송 영상에 대해 혁신적 역할을 하는 진흥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방송영상 분야는 특성상 산업의 1차적 규모만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사회공공적 가치나 경제적 파생효과를 갖고 있는데, 이는 표면적으로 쉽게 확인되지 않아 적극적 가치 발굴과 의제 형성이 중요하다"며 "관련 부처 중복으로 발생하는 정책적 혼란을 해소할 필요는 있지만 통합 거버넌스 속 방송영상 분야 정체성을 전문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보완적 기구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새로운 미디어 거버넌스에서 방송영상 분야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며 "진흥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바탕으로 이해조정과 협력의 주체로서 방송영상 진흥의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단순 '미디어+ICT 통합' 부정적…분리해야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또한 미디어 정책을 담당할 별도 부처 신설을 강조했다. 이날 안 위원은 구체적인 거버넌스 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안 위원은 "미디어 정책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에 혼재되면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렇듯 세계 유례없이 3개 부처에서 미디어 정책을 관장하는 것에 대해 학계, 현업, 국회를 중심으로 조직개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전문위원은 "대개 방송미디어와 ICT를 합치면 끝난다고 보는데, 그렇지 않다"며 "디지털 경제의 기반이 통신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이 종합돼 있다. 이게 ICT인데 여기에 미디어를 붙인다는 건 한지붕 두가족이 되는 격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디어 정책과 ICT는 별도로 분리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미디어 정책과 관련해서는 '미디어 커뮤니케이션부(가칭)'를 신설, 각 부처에 산재돼 있는 업무를 통합할 것을 제안했다. 문체부의 콘텐츠・미디어 정책과 방통위의 방송 진흥,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의 정책, 과기정통부가 맡던 방송관련 정책은 물론 디지털 콘텐츠 영역을 모두 관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방통위가 맡던 통신 정책, 규제, 이용자 보호 등의 업무는 과기정통부로 이관하고 미디어 정책을 제외한 과기정통부는 현행대로 운영한다.
방통위는 '미디어 (공익)위원회'로 바꾸는 방안을 제시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담당하던 통신 심위 역할은 과기정통부에 넘기고, 방통위 내에 심의기구를 별도로 신설해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콘텐츠 진흥과 정책 연구를 담당하는 별도 기구 신설 필요성도 제기했다. 안 위원은 "현재 미디어 관련 정책 전문기관이 없어 영상 진흥에 대한 역할이 잘 안되고 있다"면서 "'미디어 콘텐츠 진흥원'을 설립,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서 담당하는 프로그램 제작 지원 관련 업무를 담당하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방송 정책과 관련한 전문 연구기관도 있어야 한다"며 "일각에선 산업지원과 연구를 같이하자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산업지원에 치우치게 된다. 별도로 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언론진흥재단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단일화도 제안했다. 언론진흥과 방송광고, 정부광고를 한 기구에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시각이다.
◆ '진흥' 위한 규제 개혁 필요성 대두
이외의 토론자들도 미디어 중심의 거버넌스 개편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 조성동 한국방송협회 정책연구위원은 "글로벌OTT 등장 등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맞게 조직개편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특히 부처별로 나뉘어진 미디어 정책을 한 곳에 모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전규제를 사후규제로, 구조규제의 행위규제 전환 등 규제혁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통합 미디어 거버넌스 비전에 수립에 있어 글로벌 콘텐츠 홍수 속 문화 독립성 유지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었다. 이헌율 고려대 교수는 "글로벌 OTT가 국내에 진출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문화 다양성을 강조하는 비전이 필요하다"며 "방송혁신기구가 있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김진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현 정부의 방송 산업 정책의 역량 부족을 지적하며 시장 확대를 위한 진흥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을 통해 국내 미디어 콘텐츠의 역량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정체된 방송 시장에 훈풍을 불어넣는 등 정부 역할을 해외 자본이 대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차기 정부의 미디어 거버넌스는 결국 방송 진흥을 뒷받침할 방향으로 결정돼야 한다"며 "방송 진흥에는 사회 여러 목소리 담을 다양성이 가장 중요하다. 세계 시장에서 다양한 요소를 표출할 수 있도록, 시장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진흥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측 토론자로 참석한 장대호 방통위 방송정책기획과장은 "시간이 걸려도 통합적이고 보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며 "미디어 산업에서의 규제 정책은 반면 다른 한 쪽에선 강력한 진흥정책이 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 정책 연계성을 확보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지혜 기자(sj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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