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오유진 기자] 유럽연합(EU)이 현대중공업그룹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반대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조선 빅딜'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조선해양 측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기업결합 승인을 이끌어내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13일 조선업계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 간 결합을 심사하는 EU 집행위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거부 방침을 세웠다.
로이터는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따른 독점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구제조치를 제출하지 않아 EU가 인수 승인을 거부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한국조선해양은 구제조치 제출 마감기한인 이달 7일까지 EU 측에 세부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EU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 기한을 오는 2022년 1월 20일로 정했지만, 세부 방안들을 내놓지 않은 만큼 끝내 기업결합이 무산될 것이라는 부정적 관측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앞서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6개국에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했다. 현재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의 승인을 받았으며, EU를 비롯해 한국과 일본에선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 중 단 1곳만 불허 결정을 내려도 양사 기업결합은 무산된다.
당초 EU 심사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의 주요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이는 유럽지역에 선주들이 밀집해 있을 뿐더러, EU 심사결과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와 일본이 최종 결론을 낼 것으로 전망되서다.
EU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하면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선 시장의 70%가량을 차지해 관련 시장을 독점할 우려가 높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EU는 한국조선해양 측에 대우조선 인수 시 LNG선 시장을 독점하게 되는 부분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구했고, 한국조선해양은 국내 중형조선사에 건조 기술을 이전하겠다는 조건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EU는 한국조선해양이 제시한 조건에 만족하지 못해 더 실질적인 방안 제시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번 기업결합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번 로이터 보도에 대해 "EU 측에 (독점 우려 해소를 위한) 세부 방안을 별도 제출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미제출로 인해 바로 불승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시장은 단순 점유율로만 지배력을 평가하기가 불가하고 특정업체의 독점이 어려운 구조이므로, 앞서 조건 없는 승인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던 3개국(카자흐스탄·싱가포르·중국)과 마찬가지로 유럽연합 경쟁당국도 조건 없는 승인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EU는 2019년 12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결합 심사를 개시한 후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심사를 3차례 유예하고 지난달 22일 심사를 재개했다. 이는 지난해 7월 13일 심사유예를 밝힌 이후 약 1년 4개월 만이다.
/오유진 기자(ou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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