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 황폐화된 거리. 컨테이너 박스가 켜켜이 올려진 빈민가 풍경. 식량 파동으로 황폐하게 변해버린 2045년 지구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는 오직 가상현실(VR) 게임인 '오아시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속의 주인공 웨이드는 VR 헤드셋 안에 펼쳐진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친구를 만나고, 게임을 하고, 돈을 벌고, 휴가를 가고, 쇼핑을 한다. 여기에 햅틱 수트를 입고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걸을 때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어느새 모호해져 버린다. 웨이드가 "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자 상상하는 모든 것이 이뤄지는 곳"이라고 표현한 것만 봐도 충분히 공감되는 대목이다.
실현되지 않을 것 같았던 영화 속 '오아시스'는 어느샌가 우리 삶으로 녹아들고 있다. 현실판 '오아시스'를 연상케하는 플랫폼 '로블록스(Roblox)'가 그 예다. 메타버스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로블록스에선 사용자들이 아바타를 통해 소통하고 직접 게임을 만들어 놀 수 있다. 게임 속 화폐인 '로벅스'로 아이템을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제 돈으로도 환전 받을 수도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도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적극 나선 곳이 있다. 바로 유통 대기업인 롯데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7월 하반기 롯데그룹 사장단회의(VCM)에서 메타버스를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관련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놔 주목 받았다. 특히 '롯데온' 등 이커머스에서의 부진을 메타버스를 통해 만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그동안 롯데홈쇼핑, 롯데백화점, 롯데하이마트 등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기도 했다.
신 회장의 메타버스 시장 개척에 대한 의지는 이달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IT 전시회 'CES 2022'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롯데의 미래 먹거리 개발 중심에 선 롯데정보통신이 이곳에 부스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CES 행사에 올해 첫 참가한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7월 인수한 자회사 칼리버스와 함께 롯데하이마트와 롯데면세점의 메타버스 체험 공간을 부스에 마련했다. 이에 'CES 2022'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현실판 '레디 플레이어 원'을 체험하기 위해 삼삼오오 몰려들어 부스엔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이날 하루 동안 체험한 관람객 수는 700여 명이다.
이날 30여 분간 기다린 끝에 부스에 들어서자 현장 직원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체험 시설을 꼼꼼히 소독한 후 자리로 안내했다. 손소독제를 손에 바른 후에는 체험을 위해 착용해야 하는 HMD(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기기에 일회용 부직포를 덧대어 머리에 씌워줬다.
기기의 초점을 맞춘 후 시작된 롯데판 메타버스는 따뜻한 벽난로가 있는 드넓은 집의 거실 장면부터 시작됐다. 이곳에서 보이는 모든 물건들은 실제와 같이 정밀하게 구현돼 있어 마치 실제 집에 있는 소파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오른속에 쥐어진 컨트롤러로 거실의 가전, 가구 등 집안의 물건들을 클릭하자 버추얼 스토어, 피팅룸, 영화관 등 다른 메타버스 세계로 연결됐다. 가장 먼저 오른쪽 거실에 있는 냉장고를 클릭하자 나무와 높은 층고가 보이는 롯데하이마트 매장으로 순식간에 이동해 냉장고, TV, 세탁기 등 PB브랜드인 '하이메이드' 상품을 둘러볼 수 있었다.
또 이곳에선 가상 가전 상담원인 디지털 휴먼이 등장해 실제 매장에서 상담을 받는 것처럼 제품을 설명해줬다. 여기에 제품 색상 기능 등 고객 선호도 투표에도 직접 참여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롯데하이마트 공간을 벗어나 다시 돌아온 거실에서 왼쪽에 놓여진 옷을 클릭하자 이번엔 롯데면세점 매장으로 곧장 이동했다. 이곳에선 버추얼 피팅룸이 마련돼 아바타를 통해 셔츠, 바지, 액세서리, 가방 등 원하는 아이템을 다양하게 착용해 볼 수 있었다. 특히 아크메드라비, 널디, 만다리나덕 등 한국 스트릿 패션을 대표하는 인기 브랜드 제품을 가상 공간에서 현실감있게 체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또 마음에 드는 아이템은 아바타에 착용해 컨트롤러로 클릭하자 가격이 표시되며 메타버스 안에서 결제까지 가능하도록 구성해 인상 깊었다.
롯데정보통신 현장 직원은 "고객의 신체 정보를 입력하면 해당 아바타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며 "실제 착용한 듯한 모습을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돌아온 거실에서 TV를 클릭하자 이번엔 롯데시네마의 영화관 안에 들어온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양 옆에는 또 다른 아바타들이 앉아 있어 마치 옆에서 함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또 이곳에선 아이돌 그룹 '세러데이'의 메타버스 콘서트도 즐길 수 있었다. 오른손에 있는 컨트롤러는 가상 공간 안에서 흰색 응원봉으로 교체돼 있었고 콘서트장 안에는 반짝이는 별들이 쏟아져 내리는 듯한 풍경도 펼쳐졌다.
공연장은 6만5천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로, 관람객들이 가득차 있었다. 함성 소리와 함께 시작된 공연은 '새러데이'의 신나는 노래와 함께 다양한 시각으로 무대가 연출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버지니아주에서 온 로레인 겔러 씨는 "가상 공간에서 실제 공연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어 매우 즐거웠다"며 "현실감 있는 체험을 하고 나선지 기기를 벗은 후에는 멍해지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고 밝혔다.
롯데정보통신 관계자는 "공연장은 가상 콘서트 공간 중 최대"라며 "다른 사람과의 동시 접속을 통해 향후에는 친구와 같이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새로운 메타버스의 방향성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정보통신이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인 메타버스 공간들은 앞으로 다양한 분야로의 무한한 확장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 롯데정보통신은 일단 상반기 안에 롯데그룹 계열사에 메타버스 적용을 완료한 후 국내외 메타버스 기업과 협력을 확대해 메타버스 플랫폼을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제페토 등이 선점한 메타버스 커뮤니티 시장에도 올 여름께 진출해 실감형 메타버스 특성을 극대화 한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노준형 롯데정보통신 대표는 "이번 CES는 롯데정보통신과 칼리버스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메타버스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소중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위한 혁신을 멈추지 않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라스베이거스(미국)=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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