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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준 카카오 내정자 자진 사퇴…급박한 카카오 '단독·공동?' [IT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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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옵션 물량 대량매도로 '물의'…안팎서 책임론 일자 결단 내린듯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당초 카카오 공동대표 중 한 명으로 내정됐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카카오페이 주식 대량 매도 건으로 10일 자진 사퇴를 표명하면서 노사가 갈등이 일시 봉합되는 분위기다. 다만, 카카오가 오는 3월 주주총회 전 또 다른 공동 대표를 세워야 하는 상황이라 시간이 많지 않다. 이에 따라 여민수 대표 단독 추대로 거론된다.

10일 카카오는 공시를 통해 "지난해 2021년 11월 25일 당사의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된 류영준 후보자가 2022년 1월 10일 자진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라고 밝혔다.

또 공식 입장문을 통해 "류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혔고, 카카오 이사회는 최근 크루(직원)들이 다양한 채널로 주신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숙고해 이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카카오는 앞으로 주주가치 제고와 임직원의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발표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오는 3월 카카오의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카카오 공동대표로 정식 취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10일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으로 취득한 회사 주식 23만주를 한꺼번에 매도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류 대표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이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한 주식만 44만933주에 달한다. 약 900억원 규모다. 이 중 류 대표가 가장 많은 주식을 팔아치웠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카카오 대표로 내정됐으나 최근 논란으로 사퇴했다.[사진=카카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카카오 대표로 내정됐으나 최근 논란으로 사퇴했다.[사진=카카오]

경영진들의 '매도 폭탄'으로 카카오페이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스피200' 지수 편입 등 호재로 한때 24만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는 이후 하락을 거듭했고 이날 기준으로 14만원대까지 떨어졌다. 통상 상장사들은 경영진들의 스톡옵션 행사 물량에 대해 1년간의 보호예수를 걸어 상장 후 단기간 내에 경영진들이 대량으로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데, 카카오페이는 스톡옵션과 관련해 보호예수 조항을 걸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류 대표 등 카카오페이 경영진들은 막대한 차익을 얻었지만 결과적으로 주주들에게는 피해로 다가오게 됐다. 카카오페이 우리사주 보유 직원들도 유탄을 맞았다. 우리사주조합에 묶인 340만주의 주식은 1년간 보호예수가 설정돼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직원들도 손실을 떠안게 됐다.

곳곳에서 논란이 불거지자 류 대표 등 카카오페이 경영진들은 지난 4일 직원 간담회를 열어 카카오페이 직원들에게 사과하고 '책임경영' 의지를 나타냈다. 그러나 카카오 노동조합이 다음날인 5일 성명을 내고 "류 대표의 신임 카카오 대표 내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사태는 더욱 커졌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는 성명서에서 "경영진은 수백억원의 차익을 얻었고 크루(직원)들은 변함없이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명해야 하는 경영진은 이후 소통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간담회에서도 경영진의 책임 있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라며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의 신임 카카오 대표 내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카카오의 지분 7.42%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해 3월로 예정된 카카오 정기주총에서 류영준 대표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질 것도 요구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기관투자자가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한 자율규범을 일컫는다. 아울러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카카오 창립 이후 첫 쟁의행위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회사 안팎으로 사퇴 압박이 강해지면서 결국 류 대표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류 대표는 이날 오전 이사회에 사퇴 사실을 공유했고, 이사회 구성원들이 사퇴에 동의하면서 최종적으로 결정이 이뤄졌다. 류 대표는 오는 3월까지인 카카오페이 대표 자리는 유지한다. 3월 카카오페이 주주총회 이후 신원근 카카오페이 전략총괄부사장(CSO)이 대표를 이어받게 된다.

류 대표 내정자가 사퇴하면서 카카오의 차기 공동대표에는 여민수 대표 혼자만 남게 됐다. 카카오 측은 류 대표의 사퇴가 이날 공식화된 만큼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후보 물색에 들어갈 전망이다.

카카오는 공시에서 "당사는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내부 논의와 절차를 거쳐 확정되는 대로 추후 재공시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카카오 노조는 류 대표 사퇴에 대해 "구성원들의 정당한 요구가 논의되고 수용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번 사태로 입은 내부 직원들의 상처를 회복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한 다양한 대책들을 회사에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노조가 거론한 대책은 ▲상장 시 일정 기간 임원진의 매도 제한 규정 신설 ▲선량한 관리자 주의 의무 강화를 위한 내부 점검 프로세스 강화 등이다. 특히 올해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카카오 주요 계열사들의 상장이 줄줄이 예정된 만큼, 상장 후 임원진의 매도 제한 규정 신설을 통해 유사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자고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와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모두 이전에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바 있다. 류긍선 대표는 지난해 12월 132만주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지급받았다. 행사 가격은 9천94원, 총 스톡옵션 규모는 약 120억원이다. 이진수 대표는 지난 2018년 12월 135억원 규모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구체적인 주식 수와 행사가액은 비공개지만 역시 상당한 규모다. 류 대표의 스톡옵션 행사 기간은 2023년 12월11일부터인 반면, 이 대표는 지난 2020년 12월31일부터 스톡옵션 행사가 가능한 상황이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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