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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시행] 경영계 곳곳서 '곡소리'…"처벌 공포로 혼란 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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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경제단체, 보완 입법 마련 강하게 요구…"경영자 처벌, 근본적 해법 아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경제계가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관련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보완 입법 마련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모호한 규정 때문에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과도한 처벌 때문에 심각한 경영 차질이 우려된다는 판단에서다.

경제계가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관련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사진=조은수 기자]
경제계가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관련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사진=조은수 기자]

경총은 이날 경영계 입장을 내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입법보완 없이 오늘부터 본격 시행됐다"며 "그나마 정부가 마련한 해설서 또한 모호하고 불분명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입장에서는 누가, 무엇을, 어느 정도 이행해야 법준수로 인정되는지 알기 어려운 혼란에 처해있다"며 "지금의 중대재해처벌법은 과도한 처벌수준과 법률 규정의 불명확성으로 의무준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기업조차도 처벌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관리를 소홀해 인명사고가 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규정이다. 지난 2020년 이천 물류창고 화재를 계기로 제정된 중대재해법은 사망사고를 포함한 중대재해 발생 시 기업인 1년 이상 징역형, 법인에 대한 벌금, 징벌적 손해배상책임까지 중첩해 부여하고 있다. 이미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이 웬만한 재해 예방에 대한 규정을 정해놓고 있는 만큼 재계에선 중대재해법을 두고 '경영 책임자를 위한 처벌'이라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에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법시행에 앞서 경영책임자 정의 규정 및 의무내용의 명확화, 면책규정을 마련해 줄 것을 여러 차례 정부와 국회에 건의했다. 하지만 정부는 입법보완 없이 이날부터 법률을 본격 시행해 논란이 많다.

경총은 "우리사회에 만연한 중대재해를 근절하기 위해 기업의 안전관리 역량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음을 경영계도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기업입장에서는 누가, 무엇을, 어느 정도 이행해야 법준수로 인정되는지 알기 어려운 혼란에 처해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당국이 법률의 불명확성을 해소하기 보다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엄정수사 기조만을 강조하고 있어 경영계는 향후 법 적용을 둘러싼 많은 혼란과 이로 인한 심각한 경영차질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산재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을 경영자에게만 묻고, 불명확한 의무무규정으로 과도한 형벌을 부과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이 합리적으로 개정되는 입법보완이 하루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 경총은 중대재해 문제를 기업과 경영자 처벌로 해결하려는 것은 산재감소의 근본적 해법이 아닌 만큼, 기업들의 안전투자 확대와 근로자의 안전의식 제고를 위해 선진국과 같이 우리나라의 산업안전정책이 예방중심으로 하루빨리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사범위는 사고원인과 직접 관계되는 의무사항으로 한정해 신속히 실시하되, 처벌목적의 과도하고 무리한 경영책임자 수사는 없어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안전관리에 취약한 중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구체적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등 산재예방 주체로서의 책임있는 역할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관리를 소홀해 인명사고가 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규정이다.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법시행에 앞서 경영책임자 정의 규정 및 의무내용의 명확화, 면책규정을 마련해 줄 것을 여러 차례 정부와 국회에 건의했다. [사진=경총]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관리를 소홀해 인명사고가 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규정이다.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법시행에 앞서 경영책임자 정의 규정 및 의무내용의 명확화, 면책규정을 마련해 줄 것을 여러 차례 정부와 국회에 건의했다. [사진=경총]

전경련 역시 중대재해처벌법의 광범위하고 모호한 규정을 지적하며 입법 보완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전경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기업인들이 산업안전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의무 규정이 모호하다"며 "이 탓에 일부 현장에서는 1호 처벌 대상을 피하기 위해 사업을 중단하는 사태마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은 입법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과잉처벌에 대한 우려와 실효성 논란에 시달려왔다"며 "이런 점을 충분히 감안해 법 시행 과정에서 경영자에게 명백한 고의 과실이 없는 한 과잉수사, 과잉처벌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전경련은 "법 시행을 계기로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제도 개선 논의를 본격화해야 할 것"이라며 "선진국처럼 사후처벌보다 사전예방 위주로 안전보건 체계를 확립하고 기업경영 위축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산업연합포럼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여야 대선 후보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내 보완 입법을 공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포럼은 중대재해처벌법이 해석이 엇갈릴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해 사업주 혹은 경영책임자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의무를 지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1년 이상의 징역을 부과하는 처벌 조항도 과실치사가 5년 이하 징역인 것과 비교하면 형벌의 비례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포럼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담하고 처벌 대상이 되는 경영책임자를 '사업을 총괄하는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규정해 구체적이지 않다"며 "처벌의 인적 범위가 무한정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 없어도 안전보건교육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반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미한 산업재해까지 중대재해에 포함돼 처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불어 포럼은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산업안전보건법 적용만으로도 이미 처벌 수위가 높다"며 "안전·보건 관리 의무의 내용을 명확히 하고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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