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범LG가(家)'인 구자홍 LS그룹 초대 회장 겸 LS니꼬동제련 회장이 11일 오전 8시 향년 76세로 별세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LG그룹과 LS그룹의 이별 과정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는 LG그룹이 본격적인 계열분리를 추진한 지 20년이 되는 해로, 지난 2002년 LG전선(현 LS전선)의 독립을 공식화 한 것이 시작이다. 2002년 4월 당시 LG그룹은 "2003년으로 예정된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계열분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범 LG가로 분류되는 그룹은 LS를 포함해 GS, LF(옛 LG패션), LIG, 아워홈, LX 등이다.
LG그룹은 지난 2001년 말 기준 공정자산은 건설·유통·전선 계열뿐 아니라 증권과 카드 등 금융계열사를 포함해 54조원 규모였다. GS, LS, LF 등이 분리되고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과 LG카드(현 신한카드) 등 금융회사들이 매각됐지만 LG는 성장을 지속해 지난해 말 기준 151조3천220억원의 자산을 기록, 3배가량 덩치가 커졌다. 매출도 123조4천340억원 규모다.
LG가 처음 계열분리에 나선 것은 지난 1999년 LG화재로, 구인회 창업 회장의 첫째 동생 고 구철회 LG 창업 고문 일가가 맡았다. LG화재는 2006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LIG그룹은 2004년 LG이노텍 방위사업부문(현 LIG넥스원)을 인수했다.
이듬해에는 LG유통 식품서비스사업부문(현 아워홈)과 LG벤처투자(현 LB인베스트먼트)가 LG에서 분리 독립했다. 아워홈은 구인회 회장의 셋째 아들(구자학), LB는 넷째 아들(구자두) 회사다.
이후 LG그룹은 2001년 4월 화학부문 지주회사 LGCI(LG Chem Investment), 이듬해 4월에는 전자부문 지주회사 LGEI(LG Electronics Investment)를 설립한 후 2003년 3월 두 회사를 합병해 그룹 지주사인 (주)LG를 세웠다. 경영구조를 미래 주력 핵심 사업으로 재편하기 위해서다. (주)LG 지분 구조는 구자경 LG 명예회장 직계가족 위주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구태회·평회·두회 LG 창업고문 일가(LS그룹)와 고 구인회 LG 창업 회장과 함께 LG그룹을 일궈낸 고 허준구 LG건설(현 GS건설) 명예회장 자녀들도 건설·유통 계열사로 이동하며 GS그룹의 출범을 예고했다.
구태회·평회·두회 회장 측은 가계의 계열분리를 위해 LG전선(현 LS전선)을 중심으로 극동도시가스(예스코), LG니꼬동제련(LS니꼬동제련), LG칼텍스가스(E1) 등을 한 그룹으로 모으기로 했다. 허준구 명예회장 자녀들은 LG칼텍스 정유와 건설, 유통 등을 가져갔다.
다만 LG칼텍스 정유의 자회사 중 LG칼텍스가스와 극동도시가스는 LG칼텍스정유에서 분리돼 LG전선그룹(LS그룹)에 포함됐다. 구평회·두회 형제가 LG칼텍스 정유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판단에서다.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은 1974년부터 1987년까지,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은 1987년부터 1993년까지 LG칼텍스정유(당시 호남정유) 대표를 역임했다. LPG 수입회사 LG칼텍스가스는 여수에너지라는 이름으로 1984년 설립됐으며 초대 대표는 구평회 명예회장이었다. 구두회 명예회장은 여수에너지에서 이름이 바뀐 호유에너지 회장을 지냈다.
또 LG에서 분리되면서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열 LG투자증권 영업총괄 부사장은 2001년 10월 LG전선 부사장으로 이동했다. 구 명예회장의 차남 구자용 LG전자 상무는 같은 해 LG칼텍스 가스로 옮겼다.
LG전선과 LG니꼬동제련은 2003년 3월 (주)LG 설립과 동시에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삼성동 아셈타워로 본사를 이전했다. 공정위는 그 해 11월 LG전선, LG니꼬동제련, LG칼텍스가스, 극동도시가스의 계열분리를 승인했다.
이후 고 구태회 LG전선 명예회장 장남인 고 구자홍 LG전자 회장은 2004년 1월 LG전선 초대 회장에 취임했다. 2005년 3월에는 사명을 LG전선그룹에서 LS그룹으로 바꿨다.
재계 관계자는 "범LG가는 사전에 충분한 합의를 거쳐 원칙을 정하고, 정해진 원칙을 지키며 결과에 대해서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해왔다"며 "합리적인 원칙에 바탕을 둔 인화와 각자 지분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지배구조 덕분에 성공적인 계열분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후 구자홍 LS그룹 초대회장은 그룹 회장직을 맡은 지 10년 만인 2012년에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사촌 동생인 구자열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며 '사촌 간 공동경영'이라는 승계 전통을 이어 갔다. 고인은 이듬해인 2013년 LS그룹의 연수원인 LS미래원 회장으로 이동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2015년에는 2014년의 별세한 동생 구자명 회장의 빈 자리를 채우며 LS니꼬동제련 회장에 복귀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자홍 LS그룹 초대회장은 전기·전자, 소재, 에너지 분야에서 적극적인 인수합병과 해외 진출을 주도해 10년간 매출을 4배, 영업이익을 3배, 기업가치를 7배 키우며 성공적으로 회사를 이끌었다"며 "사촌 동생 구자열 회장에게 잡음 없이 자리를 넘겨주면서 그룹 공동 경영의 모범 사례로도 꼽힌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별세한 구자홍 회장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되며 장례식은 오는 15일까지 5일장으로 치러진다. 유족으로는 부인 지순혜 여사와 구나윤·본웅(포메이션8그룹 대표)씨, 며느리 유현영 씨 등이 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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