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혜리 기자] 세계 각국 통신 선도 사업자들이 글로벌 콘텐츠·기술 기업에 '망 투자 비용 공동부담'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넷플릭스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겠다'는 SK브로드밴드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오는 16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맞붙은 '망 이용대가' 소송 2차 변론이 열릴 예정이다. 관련 업계는 최근까지 이어진 세계 각국 통신연합의 '망 이용대가 요구' 성명 등이 소송에 어떤 영향을 줄 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도이치텔레콤, 보다폰 등 유럽 13개 통신사들은 유럽 1위 통신사업자 연합회 '에트노'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의 거대 기술 기업들이 통신망 개발 비용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한 데 이어, 지난달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에서도 이 내용이 공론화됐다.
한국에서 유일한 GSMA 이사회 멤버인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달 MWC 기간 중 GSMA 이사회에 참여해 '글로벌 콘텐츠 제공사업자(CP)의 망 투자 비용 분담'에 대해 논의했다고 언급했다.
구 대표는 "이사회 스터디 그룹 중 '폴리시 그룹'에서 글로벌 CP들이 망 투자에 대해서 분담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면서 "특히 기존에 사용하는 '망 이용대가'라는 표현이 통신사업자가 대가를 받는 형태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고 판단해 '글로벌 CP도 망 투자에 분담을 해야 된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분담을 하게 되면 지금까지는 분담을 한 만큼 이용자들한테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구 대표는 "방안은 구체적으로 3가지 정도가 제기됐다"면서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건 정부가 주도하는 펀드를 만들고 이에 글로벌 CP들이 돈을 내는 형태를 제안한 보고서로 이를 이사회에서 승인을 했다"고 강조했다.
◆ 일제히 '더 이상 버틸 수 없다'…SKB 소송 도화선
이처럼 세계 각국 통신사들이 일제히 '망 이용대가를 받겠다', '망 투자 비용을 분담하자'고 나선 것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상황 을 표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 '공룡'들이 발생시키는 기하급수적 트래픽이 망 사업자·통신 사업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는 주장이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 망에 발생시키는 트래픽은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2018년 5월 50Gbps 수준에서 올해 9월 1천200Gbps 수준으로 약 24배 폭증했으며, 이에 따라 회사의 손실 역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브렌든 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상임위원은 지난해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 기고를 통해 "거대 기술 기업들은 인터넷 인프라를 무료로 이용하면서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구축하는 데 필요한 수십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해 왔다"며 "한 연구에 따르면 넷플릭스, 유튜브, 아마존 프라임, 디즈니플러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5개 빅테크가 미국 시골 지역 광대역 네트워크 전체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달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대근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은 "전 세계 통신사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지난 1심 결과가 발화점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CP 간 계약은 기밀유지협약에 따라 외부로 언급할 수 없었는데, 법원판결로 이것이 공론화 되자 '우리도 목소리를 내자'이런 분위기가 조성 됐다"면서 "이에 GSMA에서 리포트 된 것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결정이라 판단된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이런 움직임들로 인해 SK브로드밴드의 주장이 단순 'SK브로드밴드만의 주장'이 아닌 전 세계에서 동일한 고민,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심 재판부는 넷플릭스의 청구 가운데 협상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부분은 각하하고 망 사용료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달라는 부분을 기각했다. 이번 2심은 이번 소송은 지난 1심 판결 이후 넷플릭스 측이 이에 항소하면서 망 이용대가 지급을 거부하자, SK브로드밴드 측이 반소로 응수해 재점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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