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고객 경험'을 강조했다. 특히 주요 사업부문의 명칭에 경험(experience)을 뜻하는 영어 단어에서 가져온 '엑스(X)'를 넣었다.
가전·모바일 부문도 통합했다. 해당 부문 명칭은 'DX(Device eXperience·디바이스 경험) 부문'으로 변경됐다. 무선사업부의 명칭도 'MX(Mobile eXperience·모바일 경험)사업부'로 바꿨다. 26년 만에 부서명 변경을 하며 모두 'X'를 넣었다. 그만큼 '고객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겠다는 의미다.
고객 경험 또는 사용자 경험은 소비자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느끼는 총체적 경험을 의미한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이번 '갤럭시 GOS 논란'은 이 같은 사업의 지향성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좋은 경험을 바라고 고가의 '갤럭시' 스마트폰을 구매했던 사용자들을 한 순간에 '호갱(호구·고객 합성어)'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GOS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고성능 게임과 애플리케이션(앱)을 안정적으로 구동하기 위해 탑재한 시스템 SW다. 고사양 게임 실행 시 처리할 데이터와 전력소모가 많아지면 스마트폰 발열이 심해져 저온화상 등의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이 같이 움직였다.
GOS는 '갤럭시S7' 시리즈부터 이를 적용시켰다. 사용자들에겐 성능 제한에 대한 안내는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를 알아챈 일부 게임 유저들은 '갤럭시S' 시리즈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줄곧 항의를 했지만, 삼성전자는 들은 척도 안했다.
이번에도 '갤럭시S22'의 GOS 논란이 터지자 삼성전자는 일부 게임 유저들의 칭얼거림 정도로만 치부했다. 특히 원UI 4.0(안드로이드12)을 적용하면서 기존에 제공하던 GOS 선택 기능을 배제해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했지만 귀담아 듣지 않았다. 진심어린 사과 대신 "안전을 위해 타협은 없다"고 말하며 사용자들의 불만에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한 태도도 보였다. '고객 경험'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삼성전자의 말이 무색하게 여겨지는 부분이다.
고객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은 삼성전자는 결국 '갤럭시' 사용자들의 신뢰를 잃었을 뿐 아니라 스마트폰 성능 측정 사이트 '긱벤치'에서도 퇴출 당했다. '갤럭시S22'뿐 아니라 '갤럭시S21', '갤럭시S20', '갤럭시S10', '갤럭시탭 S8'까지 차트에서 삭제됐다. 이전까지 리스트의 '제외된 기기 목록'에는 중국 스마트폰만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가 제대로 굴욕을 당한 셈이다.
'GOS 논란'은 일파만파 커져 공정거래위원회의 정식 조사까지 받게 됐다. '갤럭시S22' 구매자들은 집단 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갤럭시'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살아 있었다면 '애니콜 화형식'이후 '갤럭시 화형식'을 또 한 번 치렀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 MX사업부를 이끄는 노태문 사장은 임직원들에게만 먼저 사과를 건넸다.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종희 부회장이 이번 논란을 두고 사과했지만, '갤럭시' 사용자들은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노 사장이 소비자들에게 먼저 사과하지 않은 것을 두고 여전히 뿔이 나 있다.
노 사장이 이번 논란 속에 보여줬던 경영 판단들은 순간 순간마다 아쉬움이 가득하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옛 속담처럼 노 사장과 삼성전자의 안일한 대응은 "어차피 살 사람은 살 것"이란 자만심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항상 귀 기울이고 이를 반영했다"고 '갤럭시 언팩' 때마다 노 사장은 외쳐왔다. 이제는 '말'이 아닌 '실천'을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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