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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그런 거 몰라요"…LG전자, 미래 발굴에 올해 공격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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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VS 사업 부문에 투자 집중…자회사 LG이노텍도 애플 덕에 '조단위' 투자 예고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LG전자가 올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사상 최대 투자를 집행해 주력 사업인 가전 부문 지배력 강화와 미래 먹거리 발굴에 속도를 낸다.

18일 LG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시설투자 예상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4% 증가한 4조2천965억원이다. 이는 오스트리아 차량용 헤드램프 업체 ZKW 인수 등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지난 2018년 4조9천114억원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ZKW 인수를 제외한 일반 투자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LG전자의 올해 시설투자 예상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4% 증가한 4조2천965억원이다.  [사진=장유미 기자]
LG전자의 올해 시설투자 예상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4% 증가한 4조2천965억원이다. [사진=장유미 기자]

LG전자는 계획 기준으로 2019년 3조5천155억원, 2020년 3조1천903억원, 2021년 3조3천729억원 등 최근 몇 년간 3조원대 투자 규모를 기록하다 올해는 투자 속도를 더 높이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 설비 투자 계획 중 가장 역점을 두는 부문은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과 자동차부품솔루션(VS) 사업이다. 올해 전체 설비투자 규모에서 두 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5.8%다. LG이노텍이 포함된 기타 부문을 제외하면 78.8%에 달한다.

이 중 가장 중점을 둔 H&A 부문 설비투자는 8천51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집행됐던 투자금 대비 9.4%가량 늘었다.

H&A 사업 부문에 힘을 싣는 이유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올해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매출 27조1천97억원으로 미국 월풀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랐던 것이 투자 규모를 더 키우게 된 원동력이 됐다. 이를 통해 LG전자는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부터 스타일러, 건조기 등 신가전의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에 더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중장기로 진행 중인 생산 시스템 고도화에도 투자를 늘린다. LG전자는 수백억원을 투자해 H&A 핵심 생산기지인 창원사업장을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시켜 생산 효율을 높였다. 이곳은 최근 국내 가전 업계 최초로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등대공장'에 이름을 올린 상태로,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이번 일을 기점으로 전 세계 공장에도 창원 스마트파크의 생산 시스템을 확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조 사장은 "창원 스마트파크 공장에서 개척한 디지털 기술을 전 세계 다른 LG전자의 생산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라며 "고객의 요구에 보다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운영 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 소재 LG 스마트파크 전경 [사진=LG전자 ]
창원 소재 LG 스마트파크 전경 [사진=LG전자 ]

LG전자가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전장사업(VS) 사업본부 투자도 작년에 집행했던 것보다 50.8% 늘어난 6천881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연간 매출이 처음으로 7조원을 돌파하는 등 성과를 보이면서 자신감도 붙었다. VS 사업본부 매출은 지난해 7조1천938억원이다.

LG전자는 전기차 파워트레인, 차량용 조명,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을 주축으로 전장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출범한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 등 전장 분야 주요 기업 수주가 시작되면서 설비 투자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몇 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VS 사업본부의 수익성은 다소 아쉽다. 다만 시장에선 LG전자 VS 사업본부가 올해 분기 단위 흑자전환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VS사업부는 올해 4분기에 영업이익 270억원을 거두며 분기 단위 흑자전환을 이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현재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VS사업본부는 비용 효율화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올해 하반기에 분기 흑자전환을 이룰 것"이라며 "2023년에는 1천26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전자는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가세로 올해 가장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선제 투자에도 적극 나선다. 올해 HE 사업 부문 투자 규모는 전년도 집행 금액 대비 7.5% 늘어난 3천131억원이다.

다만 올해 태양광 패널 사업을 종료하며 사업 규모가 축소된 BS 사업본부의 투자액은 소폭 줄어든 1천3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LG전자 연결 자회사이자 애플을 주요 고객사로 거느린 전자부품 업체 LG이노텍의 영향으로 '기타'에 포함된 투자액은 전년 집행금액인 1조5천55억원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LG이노텍은 올해 1분기에만 기판사업(4천130억원)과 광학솔루션사업(1조561억원) 등에서 총 1조4천691억의 투자 계획을 밝힌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애플 스마트폰 출하량의 변동이 예상된다"면서도 "하지만 LG이노텍의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의 경우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13'의 흥행에 이어 올해도 제품 공급이 원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폰 판매량 증대 및 고객사 내의 점유율 확대로 카메라 모듈 사업부는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이 전망된다"며 "애플이 하반기에 내놓을 예정인 확장현실(XR) 기기에 자사 광학솔루션(카메라모듈)이 채택될 것을 염두에 두고 LG이노텍이 해당 생산 설비 증설도 추진하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LG이노텍 카메라 모듈 [사진=LG이노텍 ]
LG이노텍 카메라 모듈 [사진=LG이노텍 ]

이와 대조적으로 다른 기업들의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붙은 모습이다. 원자재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데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되는 등 퍼펙트 스톰이 올 것이라는 우려가 기업들 사이에 확산된 탓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시설투자 및 유형자산취득을 공시한 기업은 모두 54곳으로, 투자금액은 3조7천846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분기 36개사가 공시한 투자금액(7조9천499억원)과 비교하면 52.3%(4조1천653억원) 감소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분기(5조2천506억원) 수준에도 밑도는 수치다.

통계청 수치에서도 기업 설비투자가 쪼그라드는 모습이 포착됐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설비투자는 전달과 비교해 5.7% 줄었다. 2월 설비투자 증가율은 2020년 2월 후 2년 만에 가장 낮았다.

업계 관계자는 "치솟는 원자재 가격과 고공행진하는 금리가 기업 투자심리를 옥죄고 있음에도 다른 기업들과 다르게 LG전자는 꾸준히 투자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라며 "기존 핵심 사업 영역을 강화하면서 전장사업과 같이 미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영역에 투자를 강화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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