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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시대] '재택중독 직장인' 어쩌나…출퇴근 문화도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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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출근 체제 속속 전환에 젊은 직장인 '반발'…"하이브리드 근무 추진해야"

2020년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글로벌로 급속히 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세에 팬데믹을 선언했다. 이후 글로벌 경제는 출렁였고 각 국가별로 락다운(봉쇄)이 이뤄졌다. 대외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 경제도 코로나19 여파에 맥없이 무너졌다. 이 같은 긴긴 팬데믹의 터널을 지나 2년 1개월 만에 엔데믹 시대를 열게 됐다. 영역별로 어떨게 바뀔지 아이뉴스24가 짚어봤다. [편집자 주]
시민들의 출근길 모습. [사진=김성진 기자]
시민들의 출근길 모습. [사진=김성진 기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IT 기업에 다니고 있는 이수경 씨는 지난 4일부터 매일 아침 일찍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년 여간 재택근무 비율을 50% 정도로 유지했던 회사가 이달부터 전 직원 사무실 출근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씨는 "오전 9시까지 출근하려고 붐비는 지하철을 다시 타기 시작하니 끔찍하다"며 "그동안 하지 않던 회식도 이제 다시하는 분위기여서 적응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근 점차 완화되면서 재택근무 체제를 중단하고 사무실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다만 코로나 장기화로 2년여간 재택 근무 체제가 자리 잡힌 분위기 속에 일부 기업들이 속속 전면 출근 체제로 전환하자,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재택근무한 근로자는 114만 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9만5천 명에 비해 12배 급증했다. 올 들어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돼 재택근무가 더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 상반기에는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일하는 방식 변화와 고용영향 분석' 자료에서도 재택근무를 처음 실시한 기업은 620곳 중 절반 이상(55.5%)으로 나타났다. 또 재택근무 기업 중 26.8%는 '현재 수준으로 계속 시행할 것', 48.4%는 '축소는 하되 계속 시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체의 75.2%가 '계속 시행'을 원한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근 점차 완화되면서 재택 근무 체제를 중단하고 사무실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근 점차 완화되면서 재택 근무 체제를 중단하고 사무실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지난 18일부터 거리두기 지침이 2년 만에 전면 해제되면서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없애는 등 코로나19 이전으로 일상 복귀를 준비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포스코는 지난 4일부터 전원 재택 근무 체제를 중단하고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대면 근무 체제를 적용했다. 코오롱그룹, GS리테일 등도 사무실 출근 체제로 전환했고, 현대중공업그룹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약 2년간 부서·시기별로 30~50%의 인력이 반드시 재택근무하도록 했던 지침을 자율 시행으로 바꿨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도 출근율 제한(최대 50%)을 해제했다. LG전자와 신세계백화점은 재택근무 비율을 기존 50%에서 30% 이하로 완화했다. LG전자는 대면회의, 사내 행사, 회식 인원 수 제한도 해제했다. 쿠팡은 최대 90%에 달하던 재택근무 비율을 25%로 전환했고, 현대차그룹은 오는 25일부터 재택근무 비율을 낮출 예정이다.

인크루트가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 중 66.9%가 사무실 복귀 등 일상회복으로 인해 재택근무가 종료됐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78.7%는 재택근무에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 체제가 점차 중단되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출퇴근 시간을 줄여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챙길 수 있는 데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등 재택근무 장점이 더 많다고 판단해서다. 또 대면 회의의 번거로움이 줄고 퇴근 후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회식이 사라져 좋다는 의견도 있다.

1년 반가량 재택근무를 했다는 한 직장인은 "재택근무가 일상화하면서 업무 만족도가 매우 높아졌다"며 "꼭 사무실 출근을 해야만 업무 효율이 생기는 게 아니란 것을 이번 일로 깨달았다"고 밝혔다.

IT 업체에서 근무하는 A씨는 "그동안 사무실에 가지 않아도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 실적으로도 증명됐다"며 "집에서 일할 때 오히려 업무 효율이 더 높은데 재택 근무를 왜 없애려고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NHN 직원이 재택근무로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NHN]
NHN 직원이 재택근무로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NHN]

이에 업계에선 재택 근무와 대면 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근무 체제가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무실 출근을 유도하기 위해선 직원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늘리고 동호회 활동비를 지급하는 등 다양한 유인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기존의 전통적인 사무실 출근 체제로 완전히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동안 재택 근무가 정착된 데다 거점 오피스·유연근무제 등이 새로운 기업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업체들은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무기한 재택 근무를 도입하기도 했다. 야놀자, 직방, 라인플러스 등은 코로나가 끝나도 원격 근무를 유지하며 '무기한 재택근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많은 직장인들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

SK네트웍스, SK텔레콤 등은 재택 근무를 정식 근무 형태로 인정하고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SK텔레콤은 이달 7일 서울 신도림, 일산, 분당 등 3곳에 거점형 업무공간 '스피어(Sphere)'를 운영하며 근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본인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공간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재택근무 비율 50%를 일단 유지한다. 다만 금지하던 회식은 10명 이내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바꿨다. 또 올해부터 적용된 인사 제도 개편을 통해 서울 등 수도권 곳곳에 거점 오피스를 마련하기로 했다. 연공서열 중심의 기업 문화에 반대하는 MZ세대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재택근무의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임직원들과의 소통 행사에서 "앞으로도 재택 근무를 유지할 것"이라며 "공유 오피스 자율 근무 등 다양한 형태의 유연 근무 방식을 시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네이버는 오는 5월까지 전사 원격 근무를 원칙으로 내세웠지만, 출근 재개 시점을 고민 중이다. 전면 출근 체제로 전환할지, 아니면 탄력적 근무 체제를 도입할지 등도 관건이다.

하지만 최근 본사 직원 4천79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근무 제도 선호도 설문(응답률 76.1%)을 진행한 결과, 필요에 따라 사무실·집에서 일할 수 있는 '혼합식 근무'가 적합하다고 답한 직원은 52.2%, '주5일 재택 근무'는 41.7%로 나타나 재택 근무 해제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확산된 재택 근무가 완전히 사라지기는 쉽지 않을 듯 하다"며 "직장 내 비중이 높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재택 근무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 이들의 의견을 좀 더 들어본 후 근무 방식을 서서히 변화시키려는 기업들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택근무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기업마다 다른 경영환경 등에 맞게 적합직무 분석, 선정기준 마련 등이 필요하다"면서도 "'어디서 일하는가'가 아닌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기업들이 점차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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