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⑰ 최종현 선경회장 뚝심 통했다…’제1이통사’ 민간 탄생 [김문기의 아이씨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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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이동통신 연대기] 제2이동통신사 大戰편

우리나라가 정보통신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첫발인 한국전기통신공사(KT), 한국데이터통신(LGU+), 한국이동통신서비스(SKT)가 설립된 지 꼬박 40여년이 흘렀습니다. 그간 이동통신 역시 비약적으로 성장해 슬로우 무버에서 패스트 팔로우로, 다시 글로벌 퍼스트 무버로 도약했습니다. 5G 시대 정보통신 주도권 싸움은 더 격렬해졌고, 다시 도전에 나서야할 절체절명의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과거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부족하지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동통신 연대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담긴 독자의 제보도 받습니다 [편집자주]
고 최종현 SK 회장 20주기 사진전에서 최태원 SK 회장이 손을 맞대고 있다 [사진=SK]
고 최종현 SK 회장 20주기 사진전에서 최태원 SK 회장이 손을 맞대고 있다 [사진=SK]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1994년 1월 11일 전경련은 새해 첫 회의를 열고 제2이동통신 단일 컨소시엄 구성방식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앞서 10일 한국통신이 한국이동통신 주식 64% 중 44%에 해당하는 243만8천300주를 희망수량에 의한 경쟁입찰방식으로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입찰서류는 24~25일까지로 낙찰자 발표는 26~27일 발표할 예정이었다. 컨소시엄 구성은 이렇듯 촉박하게 진행됐다.

전경련은 모든 의사결정과 최종결정을 회장단회의가 맡기로 결정했다. 다음달인 2월 17일까지는 최종 확정을 계획했다.

◆ 최종현 선경그룹 회장의 용단

1월 15일 전경련 회장단은 비공식회의를 개최했다.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회장단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장소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최고의 한옥을 짓겠다는 목표로 서울 한남동 자택내 마련한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열렸다. 업계에서는 이 모임을 가리켜 ‘승지원 결의’라고도 불렀다.

이틀이 지난 1월 17일 업계를 뒤흔든 일대 깜짝 발표가 나왔다. 선경과 쌍용이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 게다가 1차 선정 당시 1위를 차지하면서 가장 유력시됐던 선경의 포기는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판단이었다.

이같은 판단에 대해 세간에서는 고 최종현 선경그룹 회장의 용단이라고 평가했다. 현재의 SK텔레콤이 1위 이통사로서 굳건한 모습을 보인 것은 이 당시 최 회장의 결단이 퍼트린 씨앗이 만발한 셈이다. 그간 최 회장은 이동통신 사업 영위를 위해 단 하나의 오점도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온바 있다.

1차 선정 당시 압도적 1위 였음에도 노태우 대통령과 사돈관계로 인한 특혜 시비로 고배를 마신 후, 공교롭게도 2차 선정 때는 최종현 회장이 단일컨소시엄을 맡긴 전경련 회장 자리에 앉아 있었다. 때문에 전경련 회장으로서 또 다시 구설수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했다.

다만, 제2이통사 포기 역시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이미 단일 컨소시엄으로 구성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재계 부담은 일시적으로 줄어 들었으나, 또 다른 대안인 한국이동통신의 인수는 시간이 갈수록 부담이 배가됐다. 이로 인해 한국이동통신 지분 매입에 대해 유력 후보인 포항제철과 코오롱 마저 재검토에 나서기도 했다.

즉, 선경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고 유력한 제2이통사를 포기하고 상당한 리스크를 안은 채 제1이통사인 한국이동통신을 택한 셈이다. 물론 리스크가 큰 만큼 그에 따라 얻는 혜택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지난 15일 열린 1차 승지원 결의에서도 최 회장은 “재계가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국민과 정부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선경의 제2이통사 참여 포기가 불가피하다”고 회장단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참여하고 있던 회장단 역시 이같은 최 회장의 결단을 말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쌍용 역시 과열된 제2이통사에 뛰어 들기 보다는 제3이통사에 도전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 포기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미 체신부가 이동통신 시장을 키우기로 했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제3, 제4의 이통사를 계획하고 있었다.

◆ 선경 ‘제1이통’ 잡다…이동통신 민간경쟁시대 개막

선경과 쌍용의 제2이통사 포기는 결론적으로 포철과 코오롱 2파전 구도를 만들어냈다. 17일 선경의 제2이통사 포기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자마자 코오롱이 한발 앞서 제2이통사 지배주주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언했으며, 다음날인 18일 포철이 기자회견을 통해 제2이통사에 정식 도전하겠다고 밝히면서 양측의 갈등은 점차 깊어졌다.

1월 22일 제2차 승지원 결의에서도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전경련은 컨소시엄을 개방해 포철과 코오롱, 동부 등 기존 3개사 이외에 금호와 아남, 건영, 삼환영풍 등 5개사가 추가돼 모두 8개 기업이 지배주주를 위한 경합에 돌입했다.

그 사이 한국이동통신 주식입찰의 날이 밝았다. 1월 23~24일 일정으로 한국이동통신 주식 입찰이 시작됐다. 선경은 한국이동통신의 지배주주가 되기 위해 안감힘을 썼다. 대규모 입찰가를 모아야 하는 상황이 쉽지 않았다. 그룹 내에서도 최 회장의 결단을 아쉬워한데는 이같은 자금 부담이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선경은 마지막날인 25일 오후 가까스로 입찰에 참여했다. 유공과 흥국상사, 선경인더스트리 등 3개 계열사를 통해 437억원의 입찰보증금을 납부했다. 26일 선경그룹은 한국이동통신의 주식 23%인 127만5천주를 4천271억2천500만원에 매입키로 하면서 드디어 이동통신 사업을 다시 한번 거머쥐게 됐다.

손길승 대한텔레콤 대표는 10년만의 집념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환호했다. 그룹투자규모가 1조7천억원선으로 4천억원을 추가 조성하는 것에 부담이 있으나 어려움을 없을 것이라 단언했다. 이에 앞서 최종현 선경그룹 회장 역시 인수금액에 대한 부담과 제2이통사 포기와 관련한 고민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풀어놓으면서도 정보통신사업 진출이 부담을 이길 정도로 중요하고, 진출 자체가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울만큼 값지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날은 우리나라에서 이동통신 사업이 국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민간경쟁시대로 진입한 첫 시작점으로 남게 됐다.

▲ 다시쓰는 이동통신 연대기

1부. 삐삐·카폰…이동통신을 깨우다

① '삐삐' 무선호출기(上)…청약 가입했던 시절② '삐삐' 무선호출기(中)…‘삐삐인생' 그래도 좋다③ '삐삐' 무선호출기(下)…’012 vs 015’ 경합과 몰락 ④ '카폰' 자동차다이얼전화(上)…"나, 이런 사람이야!"⑤ ‘카폰’ 자동차다이얼전화(下)…’쌍안테나' 역사 속으로

2부. 1세대 통신(1G)…삼통사 라이즈

⑥ 삼통사 비긴즈⑦ 삼통사 경쟁의 서막⑧ 이동전화 첫 상용화, ‘호돌이’의 추억➈ 이동통신 100만 가입자 시대 열렸다⑩ 100년 통신독점 깨지다…'한국통신 vs 데이콤’

3부. 제2이동통신사 大戰

⑪ 제2이통사 大戰 발발…시련의 연속 체신부⑫ 제2이통사 경쟁율 6:1…겨울부터 뜨거웠다⑭ ‘선경·포철·코오롱’ 각축전…제2이통사 확정⑮ 제2이통사 7일만에 ‘불발’…정치, 경제를 압도했다⑯ 2차 제2이통사 선정 발표…판 흔든 정부·춤추는 기업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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