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난 2년간 국회에서 '작은 거인'으로 통했다. 모 의원의 말처럼 겉보기엔 "앙증맞은 몸"이지만, 정치권에서는 박 의장이 '협치'와 '합의'라는 원칙을 지키는 수문장의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박 의장은 임기 동안 여야의 대립을 방관하지 않고 언제나 '열정적인 중재'에 노력했다. 임기 초 여야의 원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자, 본회의를 다섯 번이나 연기하며 양 당 간 합의를 시도했으며 2021년에는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를 꾀하자 한 민주당 의원에게 'GSGG'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원내 1당의 입법 독주를 저지했다. 최근에는 여야가 이견을 보이던 이예람 특검법과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합의를 주도하기도 했다. 언론은 박 의장의 중재로 여야의 대치가 풀릴 때마다 '박병석 리더십'이라는 제목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국민'과 '국익'을 내세우며 의회의 중심을 지켰다. 여야가 21대 국회 초기 원구성 협상에 실패하자 본회의장에서 "그 어떤 것도 국민과 국익을 앞설 수 없다"며 여야 의원들을 질책했다. 서민과 약자 앞에서는 약한 모습도 보였다. 이예람 특검법이 통과될 당시 본회의장을 찾은 고(故) 이예람 중사의 부친을 직접 만나 위로했으며 특검법이 통과되자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26일 자신의 퇴임 기자회견 마지막 발언에서도 코로나를 극복한 국민을 언급하며 목소리를 떨기도 했다.
이렇듯 '강강약약'(강자에겐 강하고 약자에겐 약한)의 원칙주의자로 살아온 박 의장에게 최근 있었던 검찰개혁법(검수완박법) 통과는 아픈 손가락이다. 그는 퇴임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주도했던 검찰개혁법 관련 여야 합의를 "정치권 거의 모든 단위의 동의와 공감대를 거친 아주 높은 수준의 합의"라고 평가하면서도 "의회정치의 모범을 보였으나 일방적으로 뒤집혔다. 참으로 아쉽다"고 개탄했다. 물론 검찰개혁법의 통과는 아직도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의회 합의라는 원칙을 고집스레 지켜온 박 의장의 발자취를 고려할 때, 화살은 독단적 입법을 시도한 민주당과 여야 합의를 도중에 뒤집은 국민의힘에 겨눠지는 것이 타당하다.
여당의 한 국회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의장에 대해 "그는 강성 지지층에 끌려다니지 않고 의회의 정신을 존중하는 몇 안 되는 민주당계 정치인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6선(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유권자의 지지도 필요하지만 원칙과 정치감각, 실력이 모두 갖춰져야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제 박 의장은 국회의장실을 떠나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간다. 이제는 국회의장이 아닌 원로 정치인으로서 대선 패배, 지방선거 위기,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팬덤정치의 혼란에 빠진 민주당의 중심을 잡아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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