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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점프 기회 삼자"…전략회의서 불안감 속 각오 다진 삼성 DX 임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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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전략 구상 중 '복합위기' 상황에 한숨 가득…한종희 "위기 속 기회 창출" 주문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1997년 IMF,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속에서도 그 때마다 이를 계기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지금도 대내외적으로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이를 퀀텀점프(단기간의 비약적 성장)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합니다."

삼성전자 DX(디바이스 경험) 부문 임원들은 지난 21일부터 3일간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하는 동안 현 상황에 대해 걱정과 한숨을 쏟아내는 동시에 앞으로 위기를 잘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졌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공급망 충격, 금융 시장 불안 등 대내외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더해지며 관련 지표들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각 임원들은 삼성만의 DNA를 앞세워 하반기에는 반드시 위기를 넘어 성과를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삼성전자 DX(디바이스 경험) 부문 임원들은 지난 21일부터 3일간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삼성전자 DX(디바이스 경험) 부문 임원들은 지난 21일부터 3일간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2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X 부문은 이번 회의를 통해 신제품 판매 확대와 프리미엄 리더십 강화를 통한 수익성 확보 방안, 제조·품질 경쟁력 강화, e스토어 등 온라인 채널 성과 극대화, B2B 판매 강화 등을 통해 실적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내놨다. 또 참석자들은 매출에 비해 수익성이 경쟁사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며 올 하반기에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것이란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회의 기간 내내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무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원자재, 에너지, 식량 등의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심화하는 데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제품 판매 부진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여기에 금융시장 불안까지 겹쳐 시장이 혼돈기에 빠지면서 곳곳서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은 가장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 정체가 이어지고 올 초 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GOS)논란까지 일면서 소비자들의 신뢰가 떨어졌다는 점은 뼈아프다. 또 국내외 경기 악화에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삼성 스마트폰 판매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내부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월 평균 2천만 대씩 스마트폰을 자체 생산해오다 5월들어 1천만 대 초반으로 생산량을 줄였다. 스마트폰 유통재고 물량은 5천만 대에 육박한 상태로, 올해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 목표 역시 연초 3억3천400만 대로 잡았다가 최근 2억7천만~2억8천만 대 수준으로 낮췄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재고 물량은 연간 출하량의 10% 초반까지를 최대치로 보는데 삼성전자는 올해 전망치와 비교하면 18% 수준으로, 적정 수준을 훨씬 넘는 상황"이라며 "재고가 많은 데다 업황도 불확실해 하반기에도 스마트폰 생산량을 크게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 내부에선 올해 출하량 목표를 여전히 2억9천만 대 수준으로 잡고 있지만, 스마트폰 부품 계열사들이 보는 추정치는 2억7천만 대 수준"이라며 "시장에선 생산량이 이보다 더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 갤럭시 S22 울트라 [사진=삼성전자 ]
삼성 갤럭시 S22 울트라 [사진=삼성전자 ]

일각에선 고환율도 스마트폰 사업에서 부담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달러 상승이 신흥국의 구매력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원자재 압박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량 비중이 큰 삼성전자 입장에선 신흥국의 수요가 약해질 경우 '갤럭시A·M' 등 주력 중저가 모델들의 판매량이 줄어 수익이 안좋아질 수 있다"며 "신흥국들은 달러가 오르면 소비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가 상승으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 등의 원자재 값도 올라 삼성은 원가 상승 부담을 받고 있을 것"이라며 "삼성의 세트사업은 우리나라에서 직수출하는 구조가 아니고 해외 현지공장에서 매출이 이뤄져 (달러 강세로) 현지통화가 약세가 되면 매출에 타격을 입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경영진단을 지난해에 이어 최근에 또 진행했다. 이달 첫 주에는 최고경영진이 경영진단 결과를 두고 추가 논의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2년 연속 스마트폰 사업 경영진단에 나선 것은 모바일 사업이 비상 상황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일 이후 올해 연말에는 대규모 조직개편과 인사 교체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이 '비스포크 홈 2022' 글로벌 행사에서 2022년형 '비스포크 홈'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이 '비스포크 홈 2022' 글로벌 행사에서 2022년형 '비스포크 홈'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가전사업 역시 부진이 예고된 상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 코로나 봉쇄, 원자재·물류비 상승 등의 여파를 고스란히 맞을 것으로 보여서다. 특히 올 초 2억1천700만 대로 예상됐던 세계 TV 시장 전망이 최근 2억1천200만 대로 낮춰지는 등 전반적인 가전 수요 급감이 예상된다는 점도 내부에선 고민거리다. 삼성은 이달 세계 주요국 판매 실적이 전월 대비 10~20%가량 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부담까지 급증하면서 가전 사업 전반적으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며 "그 사이 가전 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올린 데다 여유 자금이 빠듯해진 소비자들이 예전만큼 가전 제품에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가격 정책도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 탓에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시장의 전망도 어둡다. 주요 증권사들은 최근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며 그 이유로 "2022~2023년 이익 추정치 하향과 금리 인상으로 인한 무위험 이자율 상향 때문"이라며 "글로벌 금리 인상, 유럽전쟁, 중국 봉쇄 등 매크로 영향으로 스마트폰 등 IT 세트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도 6천800만대로 감소할 것"이라며 "2분기 실적은 스마트폰 판매부진으로 인한 영향이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MX와 VD·가전 부문에서는 원달러 상승과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이익률이 전분기 대비 감소할 전망"이라며 "세트 부문의 출하량 감소와 원가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기대치도 낮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DX부문장인 한종희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DX부문장인 한종희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임원들은 현 상황이 '위기'라는 것을 내세우길 꺼려하고 있지만, 내부에선 일찌감치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것을 인정하며 전략 정비에 나서는 분위기다. 또 온·오프라인으로 이번 회의에 참석한 DX 사업부 본사 경영진과 해외 법인장 등 240여 명의 주요 임원들도 하반기 목표치 달성에 대해 상당히 어렵다는 점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각 지역별 임원들이 어떻게 전략을 마련할 지 난감해 하며 불안해 했던 것으로 안다"며 "애플 등 경쟁사들에 비해 제품은 많이 판매하는 데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에 대해서도 반성하며 대안 마련을 두고 이번 회의에서 깊게 논의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DX 부문을 이끌고 있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번 회의에서 현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강조하며 임원들에게 미래 준비에 철저하게 나설 것을 당부했다. 한 부회장은 "녹록지 않은 대내외 여건을 헤쳐 나갈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위기 속에 기회를 창출하며 미래를 준비하자"고 주문했다.

삼성전자 평택반도체 공장 2라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반도체 공장 2라인. [사진=삼성전자]

DX 부문의 침통한 회의 분위기는 오는 27~29일에 진행되는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 상반기 글로벌 경영전략회의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DS 부문 사업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어서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이 예고된 데다 최근 환율이 1천300원대를 넘어서면서 하반기에 어려움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수출이 주를 이루는 만큼 당장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부담이 크지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고객사들의 수요 감소 등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또 올 초부터 4나노 공정의 수율(제조품 중 양품의 비율) 향상과 관련된 대외 우려 등이 끊이지 않았던 점도 고민거리다. 여기에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를 위한 기술력 확보에 대한 의구심도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지난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담당 임원들이 직접 나서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까지 나섰지만, 결국 이달 초 반도체 관련 연구 임원들이 대거 교체되는 등 강경책이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 정기인사를 단행한 지 6개월 만에 부사장급 10여 명이 이번에 한꺼번에 교체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파운드리 등 미래 전략 분야에서 더욱 획기적인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DS 부문은 이번 회의를 통해 미국 텍사스주 파운드리 공장 건설 상황과 D램 가격 하락에 따른 수요 부진 여파 등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올 하반기와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황을 전망하는 한편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 판매 확대 방안, 파운드리 글로벌 신규 수주 확대 방안, 중장기 기술 개발 로드맵, 국내외 투자 계획 실행 방안 등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2018년 이후 4년 만에 상반기 회의를 연 것은 그만큼 위기 의식이 높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사실상 '비상 경영' 체제에 들어간 상태"라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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