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㉛ 이동통신 5사 ‘각자도생’…춘추전국시대 개막 [김문기의 아이씨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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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이동통신 연대기] ‘이동통신 춘추전국시대 개막’ 편

우리나라가 정보통신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첫발인 한국전기통신공사(KT), 한국데이터통신(LGU+), 한국이동통신서비스(SKT)가 설립된 지 꼬박 40여년이 흘렀습니다. 그간 이동통신 역시 비약적으로 성장해 슬로우 무버에서 패스트 팔로우로, 다시 글로벌 퍼스트 무버로 도약했습니다. 5G 시대 정보통신 주도권 싸움은 더 격렬해졌고, 다시 도전에 나서야할 절체절명의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과거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부족하지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동통신 연대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담긴 독자의 제보도 받습니다 [편집자주]
과거 서울 용산 전자상가 전자랜드 휴대폰 매장 핸드폰매장 대리점 모습  [사진=김현철 기자]
과거 서울 용산 전자상가 전자랜드 휴대폰 매장 핸드폰매장 대리점 모습 [사진=김현철 기자]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초반 기세를 올린 시티폰은 이동전화의 공격적 마케팅과 PCS의 홍보전으로 인해 별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휴대폰과 PCS폰의 대결구도가 형성됐다. 하지만 7월부터 PCS 사업자들이 공동협력을 종료하면서 5개 사업자의 각자도생이 시작됐다.

앞서 LG텔레콤은 기존 10월 상용화보다 한단계 더 나아가 8월 조기 시범서비스 도입을 발표했다. 초기 계획 대비 무려 5개월이나 앞당긴 결과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범 서비스를 개시한 후 10월 광역시로 확대해 상용 서비스를 전개하고 1998년 상반기 전국망을 구축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LG텔레콤의 초강수에 한국통신프리텔과 한솔PCS도 가만있지 않았다. 프리텔은 9월부터 수도권과 부산에서 시범서비스를 실시하고 10월 전국 주요도시를 중심으로 확대한 뒤 11월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우선적으로 시범 서비스를 8월로 앞당겼다. 전국망은 가장 빠른 12월을 예고했다.

한솔PCS는 9월 광역시 기반의 시범서비스 후 11월 전국 77개시를 중심으로 상용서비스를 개시한다고 예고했다. 한솔 역시 12월 전국망을 목표로 했다.

발 빠른 시범 서비스를 나서긴 했으나 당초 계획했던 2배 가량 저렴한 요금제는 실현되지 않았다.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저렴하기는 했으나 그 낙폭이 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후 요금담합 의혹이 발생하기도 했다.

1997년 8월 1일 한국통신프리텔과 LG텔레콤이 나란히 PCS 시범 서비스를 개시했다. 한국통신프리텔은 7월 21일부터 예약판매를 시작해 예약가입자 9만명을 확보한 상태였다. LG텔레콤은 이날부터 예약가입 접수를 시작했다. 한솔PCS도 9월 시범 서비스를 앞두고 이날부터 예약판매에 돌입했다.

이상철 한국통신프리텔 사장은 “핀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려야 한다”라며 서비스 안정성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 강조했다. 고객 부담이었던 보증금을 과감히 폐지했다.

정용문 한솔PCS 사장은 원샷018을 통해 이동전화 점유율 1위를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최고 통화품질과 최상의 서비스로 어떤 악조건에도 당당히 맞서겠다고 다짐했다. 정장호 LG텔레콤 사장은 고객접점을 중요시했다. 이미 통화품질에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픈마케팅 전략을 통해서 누구나 쉽게 휴대폰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장담했다.

PCS 초기 기세는 대단했다. 그만큼 가입자 확보에도 열을 올렸다. 예를 들면 내부적으로 추석 보너스를 PCS폰으로 확정하는가 하면,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 대리점까지 열렸다. 기존 이동전화 법인고객을 뺏기 위해서도 높은 조건을 내걸었다. 신용카드 제휴를 통해서 더 많은 혜택을 뽐냈다. 잡지만 구독하더라도 PCS폰이 떨어지는 세상이었다. PCS 사업자들이 부족한 단말 확보를 위해 제조업체를 압박하다보니 양측의 갈등까지 발생했다.

시범서비스임에도 1개월만에 PCS 예약가입자는 70만명을 돌파했다. 기세를 몰아 PCS 3사는 자정과 공휴일 요금, 심야요금 할인제도를 도입했다. 가령 공휴일과 오전새벽 시간, 늦은 밤에 10초당 15원을 책정했다. 심야 요금은 10~13원으로 낮췄다.

요금체계는 시간이 갈수록 더 복잡해졌다. 가입비와 보증금, 기본료, 통화료, 심야할인, 자정 공휴일 할인 등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혼란스러운 선택형 요금제가 채택됐다. 10종에 이르는 이 요금제는 기본료를 낮추는 대신 통화료를 높이거나, 기본료가 높으면 통화료가 저렴해지는 형태였다. 통화량이 많으면 프리미엄으로 적으면 라이트 요금을 선택하는 식으로 고객 편의를 제공하는 차원이었으나 워낙 복잡해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따랐다.

가령, 한국통신프리텔의 표준 요금은 기본료 1만6천500원에 표준 통화료 19원이나 라이트 요금제는 기본료가 1만원이고 통화료는 35원에 책정됐다. 한솔PCS도 라이트 요금제는 동일하나 표준 요금제는 1만7천원의 기본료에 통화료는 18원이었다. LG텔레콤은 표준 1만5천원에 통화료 21원 수준이다. 기본료는 1~5만원대로 통화료는 10초당 10~35원을 형성했다.

1997년 10월 1일 마침내 PCS 3사 모두 상용 서비스에 돌입했다. 3사는 PCS 세상이 열렸다며 7조원 시장에서 자웅을 겨루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한솔PCS는 9월 22일 하얏트호텔에서 018 PCS 개통식을 앞서 개최했다. 강봉균 정보통신부 장관과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등이 참석했다. LG텔레콤은 하루 앞선 9월 30일 서울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019 PCS 상용서비스 개시 축하연을 열고 구본무 LG그룹회장과 함께 축하공연을 관람했다. 한국통신프리텔은 10월 1일 오후 6시 하얏트호텔에서 각계 인사 9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016 PCS 개통식을 열었다. 이 자리는 강봉균 정보통신부 장관과 이계철 한국통신 사장, 오명 동아일보 사장까지 자리했다.

◆ ‘투자비·부작용·IMF’ 부담↑…험난한 시작

이동통신 5개 사업자의 치열한 경합을 통해 고객에게 보다 질 좋은 서비스가 전달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에 따른 부작용 역시 상당했다.

우선 무분별한 가입자 유치전으로 인해 단말 부족 현상을 겪었다. PCS 사업자가 준비한 초도 단말 수량이 이동통신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다. 유통망을 대대적으로 확보했으나 팔 물건이 없는 셈이다. 고객 역시 하릴없이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그에 따른 불만도 상당했다.

그러다보니 PCS 3사가 고객 달리기에 나섰다. 한국통신프리텔은 단말 지연 보상책으로 기본료와 가입비를 면제하고 300분의 무료통화 정책을 내놨다. LG텔레콤은 순차 공급과 함께 예약가입일자를 12월까지 늘렸다. 한솔PCS는 300분 무료통화와 기본료 1개월 면제 등의 혜택을 마련했다.

PCS 3사가 모집한 예약가입자는 약 200만명 수준. 하지만 상용화 1개월께 실제 개통이 실현된 고객은 15만명에 불과했다.

단말 부족 현상은 PCS 상용화 1개월 후 제조업체들이 본격적인 양산체제에 돌입하면서 점차 해소됐다. 이 과정에서 국내 휴대폰 브랜드가 재정립됐다. 삼성의 ‘애니콜’, LG정보통신의 ‘싸이언’, 현대전자 ‘걸리버’가 자웅을 겨뤘다.

예약가입자가 몰리면서 고객정보시스템 입력 지연 문제도 발생했다. 제 때 예약가입을 했음에도 전산화가 느려 밀리는 상황이 발생한 것. 고객입장에서는 우선순위가 밀리기 때문에 예민한 사고였다.

초기 통화품질이 성패를 좌우할 수 있어 기지국 불법 운용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기지국은 정보통신부의 무선국 검사와 허가를 통해 운영해야 하는데, 이 과정을 생략한 채 우선적으로 운영하게 된 것. 이같은 무분별한 불법 운용 경쟁은 서로간의 간섭을 일으킬 수 있어 오히려 고객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과열된 마케팅 경쟁은 곧 설비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전국망 구축에 1조원 가량을 투입한 PCS 3사의 중복투자도 문제겠지만 그만큼 투자비 회수 기간도 길어지기 때문에 지속가능경영이 어려웠다.

또한 약속한 통화품질 역시 좋지 못했다. 터널을 통과하거나 지하로 내려갈 때 한강대교 등을 지날 때 PCS 통화가 끊기거나 버벅거렸다. 꿈의 통신 대신 악몽 통신이라는 지적까지 일었다. PCS 3사는 통화 품질을 강화하면서 지하에서도 터진다는 문구의 대대적인 광고를 내기도 했다.

정보통신부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10월말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 실시하는 '정보통신 서비스 품질평가’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학계 연구기관, 이용자단체 전문가들로 품질평가제 수립 전담반을 구성하고 내년 상반기 공청회를 거쳐 이동전화 위주 품질 평가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소통률과 통화완료율, 통화음질, 고객지원 만족도, 시스템장비, 전화기, PCS와 휴대전화, 무선호출 등에 주요 항목으로 제시됐다.

또한 12월 4일에는 한국통신프리텔과 한솔PCS가 전국망 로밍에 합의하기도 했다. 별도 독자망을 구성하지 않고 공동망을 운영하면서 약 1조원 가량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위해 이상철 한국통신프리텔 사장과 정용문 한솔PCS 사장은 이날 조선호텔에서 만나 'PCS 전국통합망 구축 및 운용에 관한 협정조인식'을 열었다. LG텔레콤도 언제든지 망 공동운영이 가능하다는 열린 자세를 보였다.

PCS 3사는 안정적 사업 운영을 위한 특단의 조치까지 내리면서 연말까지 10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하기는 했으나 대외정세가 좋지 않았다. 우선적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여파와 단말기 가격 인상, 소비심리 위축 등 경제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 아울러 PCS 3사가 초기 겪었던 여러 부작용은 해소되지 않은 채 끝까지 회사 존립을 위협했다.

▶ 다시쓰는 이동통신 연대기 목차

1편. 삐삐·카폰 이동통신을 깨우다

① '삐삐' 무선호출기(上)…청약 가입했던 시절

② '삐삐' 무선호출기(中)…‘삐삐인생' 그래도 좋다

③ '삐삐' 무선호출기(下)…’012 vs 015’ 경합과 몰락

④ '카폰' 자동차다이얼전화(上)…"나, 이런 사람이야!"

⑤ ‘카폰’ 자동차다이얼전화(下)…’쌍안테나' 역사 속으로

2편. 1세대 통신(1G)

⑥ 삼통사 비긴즈

⑦ 삼통사 경쟁의 서막

⑧ 이동전화 첫 상용화, ‘호돌이’의 추억

➈ 이동통신 100만 가입자 시대 열렸다

⑩ 100년 통신독점 깨지다…'한국통신 vs 데이콤’

3편. 제2이동통신사 大戰

⑪ 제2이통사 大戰 발발…시련의 연속 체신부

⑫ 제2이통사 경쟁율 6:1…겨울부터 뜨거웠다

⑭ ‘선경·포철·코오롱’ 각축전…제2이통사 확정

⑮ 제2이통사 7일만에 ‘불발’…정치, 경제를 압도했다

⑯ 2차 제2이통사 선정 발표…판 흔든 정부·춤추는 기업

⑰ 최종현 선경회장 뚝심 통했다…’제1이통사’ 민간 탄생

⑱ 신세기통신 출범…1·2 이통사 민간 ‘경합’

4편. CDMA 세계 최초 상용화

⑲ ‘라붐’ 속 한 장면…2G CDMA 첫 항해 시작

⑳ 2G CDMA "가보자 vs 안된다"…해결사 등판

㉑ CDMA 예비시험 통과했지만…상용시험 무거운 ‘첫걸음’

㉒ 한국통신·데이콤 ‘TDMA’ vs 한국이통·신세기 ‘CDMA’

㉓ 한국이동통신 도박 통했다…PCS 표준 CDMA 확정

㉔ ‘디지털·스피드 011’ 탄생…세계 최초 CDMA 쾌거

㉕ ‘파워 디지털 017’ 탄생…신세기통신 CDMA 상용화

5편. 이동통신 춘추전국시대 개막

㉖ 제3 이동통신사 찾아라…新 PCS 선정 개막

㉗ ‘LG텔레콤 vs 에버넷’…‘한솔PCS vs 글로텔 vs 그린텔’

㉘ PCS 사업자 확정…‘한국통신·LG·한솔’

㉙ ‘016’ 한국통신프리텔·‘018’ 한솔PCS·‘019’ LG텔레콤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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