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10조 클럽'에 홀로 남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주식재산이 올 상반기 동안 2조1천530억원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동안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주식재산은 4조7천억원 이상 떨어져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은 반면, 이우현 OCI 부회장은 OCI 주가가 6개월 새 40% 가까이 오르면서 주식평가액이 대폭 증가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5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2022년 상반기(1월 초 대비 6월 말 기준) 주요 그룹 총수 주식평가액 변동'을 조사한 결과, 33개 그룹 총수의 주식평가액은 올해 1월 초 64조6천325억원, 6월 말 59조7천626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6개월 새 13조1천862억원(20.4%)이나 감소한 것이다.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33명의 그룹 총수 중 29명은 올 상반기 동안 주식재산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9명에 해당하는 87.9%가 주식평가액 하락으로 울상이었다. 반면 4명의 그룹 총수는 주식가치가 상승해 미소를 지었다.
올 상반기(1월 초 대비 6월 말) 주식평가액 증가율 1위 그룹 총수는 이우현 OCI 부회장으로, 이 부회장은 OCI 종목에서만 주식을 보유 중이다. OCI 주식 종목 주가는 같은 기간 동안 40% 가까이 크게 올라 이 부회장의 주식평가액도 올 초 1천244억원에서 6월 말 1천725억원으로 480억원 이상 뛰었다.
CXO연구소 관계자는 "OCI 주가가 크게 오른 배경에는 국내 유일의 폴리실리콘 생산업체라는 프리미엄도 한 몫 거들었다"며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패널과 반도체 웨이퍼에 사용되는 핵심 원료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올 상반기 주식재산이 20% 넘게 껑충 뛰었다. 이순형 회장은 1천113억원에서 1천388억원으로 최근 6개월 새 주식평가액이 275억원(24.7%) 증가했다. 이 회장은 세아제강지주와 세아제강 주식종목 등에서 주가가 오른 영향이 컸다.
신동빈 회장은 6천943억원에서 8천485억원으로 1천541억원(22.2%)이나 주식재산이 불어났다. 신 회장의 경우 롯데쇼핑과 롯데지주 등의 주식종목에서 주가가 20% 이상 오르면서 신 회장의 주식재산도 1천억원 넘게 증가했다.
6월 말 기준 주식재산 1조 클럽 중에서는 현대중공업 그룹 총수인 정몽준 아산재산 이사장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정몽준 이사장의 주식가치는 올 초 1조1천262억원에서 6월 말 1조2천481억원으로 최근 6개월 새 1천219억원(10.8%) 넘게 주식재산이 늘었다. HD현대 주식종목의 주가가 올 초 5만3천600원에서 6월 30일 기준 5만9천400원으로 오르면서 정 이사장의 주식가치도 최근 6개월 새 10% 이상 많아졌다.
그러나 33개 그룹 총수 중 20명은 올 상반기에만 10% 넘게 주식가치가 떨어졌다. 올 1분기(1월 초 대비 3월 말)에 주식평가액이 10% 이상 떨어진 총수가 7명이던 것에 비하면 갑절 이상 늘어난 숫자다. 그만큼 3월 말 때보다 6월 말에 국내 주식 성적이 더 나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룹 총수 주식재산 하락률로 보면 불명예 1위는 넷마블 방준혁 이사회 의장에게 돌아갔다. 방 의장은 넷마블 종목에서만 주식을 갖고 있다. 넷마블의 종가는 올 초 12만7천500원에서 지난 6월 30일에 6만8천900원으로 46%나 고꾸라졌다. 넷마블 주식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방 의장이 보유한 주식가치도 2조6천430억원에서 1조4천283억원으로 내려앉았다.
김익래 다우키움 그룹 회장도 올 초 2천116억원에서 6월 말에는 1천262억원으로 주식평가액이 85억원 넘게 깎였다. 김 회장의 주식가치는 올 상반기에만 40.3%나 감소했다.
올 초 대비 6월 말 기준으로 주식재산이 30%대로 증발한 그룹 총수도 4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 39% ↓(1월 초 12조2천269억원→6월 말 7조4천578억원), 네이버 이해진 36.2%↓(2조3천48억원→1조4천711억원), 코오롱 이웅열 명예회장 30.7%↓(3천68억원→2천128억원), 에이치디씨(HDC) 정몽규 회장 30.5%↓(2천838억원→1천972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주식평가액 기준으로 올 상반기에만 1조원 넘게 하락한 그룹 총수도 4명이나 됐다. 이 중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최근 6개월 새 4조7천690억원이나 주식평가액이 줄어 가장 많은 타격을 받았다. 김 창업자는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에서 주식을 보유 중으로, 1월 초 대비 6월 말 기준 카카오 주가가 39%, 카카오게임즈 주가가 47.2% 수준으로 떨어진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이 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2조1천530억원↓), 방준혁 넷마블 의장(1조2천147억원↓),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1조1천69억원↓) 등 3명도 올 초 대비 6월 말 기준 주식재산이 1조원 넘게 크게 줄었다.
올해 6월 말 기준 조사 대상 33개 그룹 총수 중 주식재산 1조 클럽에는 11명이 이름을 올렸다. 올 1월 초와 비교하면 1명 줄어든 인원이다.
1위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12조335억원)이 차지했다. 톱3에는 각각 2위 셀트리온 서정진 명예회장(9조795억원), 3위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7조4천578억원)이 꿰찼다.
다만 올 초 때와 비교하면 6월 말 기준 2~3위 주식부자 순위는 변경됐다. 또 주식평가액 1~3위에 해당하는 그룹 총수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주식재산 10조 클럽에 포함됐지만, 6월 말에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만 나홀로 남게 됐다.
4~6위권에는 ▲4위 현대차 정의선 회장(3조2천207억원) ▲5위 SK 최태원 회장(2조7천918억원) ▲6위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2조5천164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7~10위는 주식재산 1조 원대로, ▲7위 LG 구광모 회장(1조9천550억원) ▲8위 네이버 이해진 GIO(1조4천711억원) ▲9위 넷마블 방준혁 의장(1조4천283억원) ▲10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1조2천481억원) 순으로 조사됐다.
이 외 1조 클럽에는 CJ 이재현 회장(1조209억원)도 포함됐으나, 올 초 주식재산이 1조1천521억원이었던 효성 조현준 회장은 6월 말에 8천215억원으로 탈락했다.
CXO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 33개 그룹 총수가 보유하고 있는 개별 주식종목은 105개 정도였다"며 "이 중 15곳 정도만 올 상반기에 주가가 오름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주가가 오른 종목 중 올해 1월 3일 대비 6월 30일 기준 주가가 가장 크게 상승한 곳은 '세아제강'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아 이순형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세아제강 주식종목은 올 초만 하더라도 9만5천900원이었으나, 6월 말에는 15만1천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주가상승률은 57.5%로, 그룹 총수가 보유한 주식종목 중 가장 높았다.
이 외 최근 6개월 새 주가가 20% 이상 주가가 뛴 곳은 ▲CJ프레시웨이 40.5%↑(2만9천400원→4만1천300원) ▲OCI 38.6%↑(10만3천500원→14만3천500원) ▲세아제강지주 38.5%↑(10만원→13만8천500원) ▲롯데칠성음료 33.6%↑(13만1천원→17만5천원) ▲롯데지주 25%↑(2만9천850원→3만7천300원) ▲롯데쇼핑 20.4%↑(8만6천400원→10만4천원) 등으로 조사됐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그룹 총수의 주식재산 증감 여부에 따라 해당 주식종목을 보유한 일반 소액 투자자들의 주식가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문제는 6월 말 이후에도 주가가 반등하지 않고 점점 내리막길로 가고 있어 침체된 국내 주식시장 분위기 전환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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