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지도부를 결정하는 8·28 전당대회 본선도 어느덧 반환점을 돌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관계자들 사이에선 '역대급 노잼('재미가 없다'는 뜻의 신조어) 전당대회'라는 자조만이 나온다. 유력 주자인 이재명 후보의 무패행진과 매일같이 터져 나오는 여권 내부갈등 소식으로 인해 대중의 이목을 전혀 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어버린 전당대회 열기는 낮은 권리당원 투표율로도 증명되고 있다. 지금까지 권역별 권리당원 투표가 실시된 12개 지역(강원·경북·대구·부산·울산·경남·제주·인천·대전·세종·충남·충북)에서 40% 이상의 투표율을 보여준 지역은 대구(59.21%)·경북(57.81%)·인천(41.26%)·부산(50.07%)·세종(45.05%) 5곳뿐이다. 참고로 송영길 전 당대표를 배출했던 2021년 임시전당대회의 평균 권리당원 투표율은 42.74%, 이낙연 전 당대표를 탄생시킨 2020년 4차 전당대회 평균 투표율은 41.03%였다.
한 민주당 다선 의원은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지만, 후보자 간 비전 경쟁이 실종된 것도 흥행 실패의 원인이다"라고 평가했다. 박용진·강훈식 후보는 1강 이 후보에 맞서 각각 '사회연대정당', '젊은 수권정당'이라는 비전을 제시했지만 내용과 디테일은 막연했다. 당내에서는 오히려 이 후보가 제시하는 '기본소득', '기본 사회' 비전이 가장 선명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낮은 주목도와 득표율로 고전하던 강훈식 후보는 결국 15일 중도 하차를 선언했다. 이에 이 후보의 승리가 더 확실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 후보가 마지막까지 박 후보와의 단일화 제안과 거리를 두면서 강 후보에 대한 지지가 이 후보에게 갈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용진 후보가 역전드라마를 다짐하고 있지만 현실 정치는 법정에서 돌고래가 튀어나오는 우영우처럼 극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결국 어대명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면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가 선거 3연패의 내홍을 수습하고 다시 수권정당, 대안정당의 역량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고(高)물가·고유가·고금리에 둘러싸인 국민은 제1야당이 더는 '당헌 80조 논란'과 같은 지엽적인 문제로 시간 낭비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국민이 야당에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정부·여당을 올바로 견제하고 내 삶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정치적 능력과 정책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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