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가 이달 말 '접는폰'을 앞세워 '한국폰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그동안 한국산 스마트폰을 외면해왔던 일본 시장에서 최근 '폴더블(접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데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국에 대한 반감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 삼성전자에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단 분석이다. 경쟁사인 애플이 이미 '아이폰14'를 일본에 출시한 만큼, 삼성전자가 '갤럭시Z4' 시리즈로 정면 승부를 펼쳐 현지 시장에서 점유율 반등에 나설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29일 일본에서 '갤럭시Z폴드4', '갤럭시Z플립4'를 공식 출시한다. 지난달 26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40개국에 출시됐다는 점과 비교하면 한 달 이상 늦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갤럭시폰' 점유율이 낮다는 점에서 매년 신제품의 일본 출시 일정을 다른 지역보다 늦췄다. 다만 전작인 '갤럭시Z 폴드3·플립3'가 지난해 10월 6일 일본에 출시됐단 점에서 이번 신제품 출시일은 일주일 정도 앞당겨졌다.
일본은 '애플 텃밭'으로 알려질 정도로 '아이폰' 충성 고객층이 두텁다. 지난해 애플의 일본 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했다. 또 현지 소비자들이 샤프, 후지쯔, 소니 등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은 데다 일부에서 나타나는 반한 감정 등으로 삼성전자는 '갤럭시폰'의 점유율을 확대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고려해 지난 2015년 '갤럭시S6' 출시 때부터 '삼성'이라는 회사명도 떼고 '갤럭시'로만 승부했지만 소용없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일본에서 지난 2012년 14.8%의 점유율로 정점을 찍고 나서 2014년에 5.6%로 한 자릿수로 하락한 후 2017년 1분기에는 3.8%까지 추락했다. 이후 6.4%(2018년), 7.8%(19년), 10.1%(20년)로 점차 오른 뒤 지난해 9.7%로 다시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애플과 샤프의 점유율은 각각 52.7%→60%, 5.2%→10%로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에 '험지'로 꼽힌다"며 "애플이 점유율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자국 브랜드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오포 등 중국 업체들이 점차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하기 쉽지 않은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본 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변화가 감지되며 삼성전자는 점유율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3.5%로 2위에 올랐다. 이는 2013년 1분기(14.1%)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샤프(9.2%)·소니(6.5%) 등 현지 브랜드들도 제쳤다. 이 기간 동안 애플 점유율이 6%포인트 하락했다는 점에서도 선전했단 평가다. 또 지난 4월 일본에 출시된 '갤럭시S22'는 사전 판매 실적이 전작 대비 50% 증가하는 등 좋은 반응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최근 '갤럭시Z폴드4·플립4'의 출시를 앞두고 현지에서 공격적으로 마케팅 활동에 나섰다. 특히 일본 내 '아이폰14' 시리즈 공개 일정에 맞춰 마케팅을 펼치며 현지 시장 1위인 애플을 상당히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이폰14'가 공개된 지난 8일 '갤럭시 하라주쿠'에서 신제품 쇼케이스를 연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갤럭시폰'을 찾는 소비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특히 디자인에서 극찬을 받은 '갤럭시Z플립' 시리즈는 일본 소비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일본 최대 이동통신회사 NTT도코모가 운영하는 '도코모 온라인숍'에 따르면 9월 첫 주(5~11일) 현지 온라인 주간판매랭킹 3위에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3 5G' 모델이 이름을 올렸다. 4위도 삼성전자 '갤럭시A53 5G'가 올랐다.
일본 내 '아이폰14' 시리즈 가격이 크게 인상된 부분도 삼성전자에게 기회 요인이 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14' 시리즈의 달러 표시 가격은 동결했으나, 강 달러 등의 여파로 일본 출고가는 전작 대비 2만1천~3만 엔가량 올렸다. 반면 '갤럭시Z4' 시리즈의 일본 출고가는 1만 엔가량 인상에 그쳐 가격 경쟁력이 커졌단 평가다.
해외에서 '갤럭시Z4' 시리즈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도 일본 내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앞서 일본에 출시된 유럽에선 초기 출하량이 전작보다 2배 늘었고, 일본에선 1.7배, 동남아에선 1.4배 늘었다. 특히 동남아 국가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에선 전작 대비 판매량이 2배 늘어났다.
지난 9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브라질·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에서도 전작 대비 1.5배의 판매 성과가 나타났다. 이미 우리나라는 지난달 16~22일 진행한 사전 판매에서 약 97만 대가 판매돼 전작(92만 대) 기록을 뛰어넘었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젊은 층이 K-팝, K-콘텐츠 등을 자주 접하면서 한국에 대한 일본 내 반감도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분위기"라며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어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삼성전자에게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작인 '갤럭시Z3' 시리즈가 깔끔한 디자인으로 일본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를 자극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던 만큼, 삼성 내부에선 이번 신제품 역시 일본 내 판매량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라며 "이번에는 전작 이상의 흥행과 함께 일본 내 삼성전자의 점유율도 15%선을 충분히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