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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한화그룹, 대우조선해양 인수…2조원 유상증자로 지분 49%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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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대우조선해양, 조건부 투자 MOU 체결…"방산 시너지·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 구축"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으로 매각됐다. 지난 2001년 워크아웃(재무개선작업) 졸업 이후 21년 만이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의 2조원대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49%를 확보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방위산업과 친환경에너지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룹의 핵심역량을 글로벌 톱-티어인 대우조선의 설계∙생산 능력과 결합해 회사의 조기 흑자전환은 물론, 방산과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글로벌 메이저'로 성장하겠다는 포석이다.

LNG, LPG를 추진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장비와 휘발성 유기화합물 복원 설비(VOC RS) 등 대우조선해양의 최신 친환경 기술이 대거 적용된 셔틀탱커의 운항 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LNG, LPG를 추진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장비와 휘발성 유기화합물 복원 설비(VOC RS) 등 대우조선해양의 최신 친환경 기술이 대거 적용된 셔틀탱커의 운항 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한화그룹은 26일 대우조선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조선 지분 49.3%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 입찰과 실사, 해지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또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는 향후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기본합의서에 함께 서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각각 1조원과 5천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한화임팩트파트너스(4천억원)을 비롯해 한화에너지의 자회사 3곳(1천억원) 등 모두 6개 계열사가 대우조선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면 현재 55.68%인 산은의 대우조선해양 지분율은 28.2%로 줄어들고, 한화그룹이 49.3%를 보유하는 최대주주가 돼 대우조선해양 경영권을 확보한다.

이번 매각은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진행된다. 스토킹호스 매각은 사전에 인수예정자를 미리 정해놓고 매각작업을 진행하되, 경쟁 입찰이 무산되면 인수예정자에 우선매수권을 주는 방식이다.

다만 산은은 해외 기업 단독이나 국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은 입찰 참여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 LNG는 국가 핵심 기능이고 방산 부문에서도 국가 기술이 있어서 해외 인수사에는 입찰 자격을 주지 않고 재무적 투자자(FI)만 허용할 예정"이라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거래 종결 가능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상세 실사 뒤에 공정한 경쟁을 거쳐 최종 인수자로 선정되면 올해 11월말경에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한화, 대우조선 R&D 투자로 미래 방산기술 확보… "민간 친환경∙자율운항 선박 적용"

한화그룹은 이번 인수로 '빅 사이클' 초입에 진입한 조선산업에 진출하는 것을 넘어 그룹 주력인 방산 분야에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전 세계에서 지정학적인 위기로 한국 무기체계에 대한 주요국의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통합 방산 생산능력과 글로벌 수출 네트워크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한화디펜스와 11월 합병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해양 방산의 강자인 대우조선 인수로 기존의 우주, 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고 유지보수(MRO)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중동, 유럽, 아시아에서의 고객 네트워크를 공유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의 무기체계는 물론 대우조선의 주력 방산제품인 3천 톤(t)급 잠수함 및 전투함의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대우조선에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확보한 미래 방산 기술을 민간상선에 적용할 수도 있다. '함정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전투체계(CMS)를 대한민국 해군 함정에 사실상 100% 공급하고 있는 한화시스템의 해양첨단시스템 기술이 대우조선의 함정 양산 능력과 결합되면 자율운항이 가능한 민간 상선 개발역량도 확보할 수 있다. 이미 잠수함에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탑재한 한화디펜스의 기술을 향후 수요가 급증하는 친환경 선박에 적용할 수도 있다.

◆ 에너지 '생산-운송-발전' 밸류체인 구축…"LNG는 전 영역으로 사업확대"

한화그룹은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에 대한 이슈로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이 빨라지는 시점에서 대우조선의 조선, 해양 기술을 통해 '글로벌 그린에너지 메이저'로 확고히 자리한다는 목표다.

특히 에너지 전환의 '브릿지 기술'로 평가 받으면서 최근 가격이 급등한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에서도 대우조선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한화그룹은 이미 LNG를 미국에서 수입해 통영에코파워가 발전하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 대우조선의 LNG해상 생산 기술(FLNG)과 운반(LNG운반선), 연안에서 재기화 설비(FSRU)까지 더해지면 향후 수요가 급증하는 LNG시장에서 전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게 된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생산 및 발전사업과 한화임팩트의 수소혼소 발전기술, 한화의 에너지 저장수단으로서의 암모니아 사업 등을 대우조선의 에너지 운송사업과 연결하면 '생산-운송-발전'으로 이어지는 그룹사의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도 새롭게 구축할 수 있다.

또 대우조선이 경쟁력을 갖춘 해상풍력설치선(WTIV)을 활용해 한화솔루션은 미국과 유럽에서, 한화건설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해상풍력 발전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사업 추진 계획 [사진=한화그룹]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사업 추진 계획 [사진=한화그룹]

◆ 우호적 경영환경에 41조원 물량확보…"투자 통해 시너지 내면 조기 흑자전환"

한화그룹은 최근 LNG선을 중심으로 한 노후선박 교체수요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 선박의 신규 수요, 선박 발주 증가에 따른 도크 경쟁으로 조선업이 2000년대 중반 이후 다시 제2의 빅 사이클 초입에 돌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저가로 수주한 물량을 상당부분 해소하고, 자산가치 재평가를 통해 부실을 해소한 대우조선 역시 향후 3년 반~4년간 일감인 288억 달러(약 41조원)의 수주 잔량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익성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여기에 그룹의 방산 수출 확대와 해상 풍력 진출, 친환경에너지 운송 시장 확대 등 새로운 사업이 추가되면 조기에 '턴 어라운드'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한화그룹은 이번 대우조선의 인수로 '국가 기간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단순한 이익 창출 수단을 넘어 투자와 일자리, 수출 확대로 대우조선이 위치한 경남 거제의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조선 기자재와 하청 제작 업체 등 지역 뿌리산업과도 지속 가능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인수합병(M&A)의 성공경험을 축적한 한화그룹은 노조와의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신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노사 관계도 구축할 예정이다.

한화그룹 측은 "이번 인수는 그룹의 사업적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뿐 아니라 국가 기간 산업에 대한 투자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매각과 관련해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을 헐값에 한화그룹에 넘긴다는 논란도 제기된다. 그동안 대우조선에 투입된 공적자금만 4조2천억원에 이른다. 이 중 산은이 투입한 자금만 2조6천억원이다.

앞서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매각 금액이 적다며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도 반대한 바 있다. 노조는 오는 29~30일 이번 매각 결정과 관련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헐값 매각 논란에 대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에만 1조7천억원, 올 상반기에는 6천억원의 손실을 낼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R&D 투자나 경영정상화가 가능한 민간기업을 찾는 게 최선으로 생각했고, 이 방안이 국민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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