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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업인 망신주기' 국감 구태 재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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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자꾸 기업인을 부르는 게 국정감사인가요? 정치인들이 주목 받기 위해 기업인을 부르는 일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만난 한 대기업 임원은 국감 시즌을 맞아 증인 채택 명단에 여러 기업인들이 오르내리자 한숨을 쉬며 이 같이 토로했다. 올해 5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지만, 여야 할 것 없이 CEO(최고경영자)를 향한 정치인들의 갑질 행태는 여전할 것이라고 판단돼서다.

이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 관계자들이 국정감사 일반증인 및 참고인 명단을 교체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이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 관계자들이 국정감사 일반증인 및 참고인 명단을 교체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올해 역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 CEO들은 다음 달 초 시작하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또 다시 불려가게 됐다. 이번엔 국민의힘이 지도부 차원에서 '기업 총수 호출 자제'를 요청해 대부분의 총수들이 이번 증인 채택에서 제외됐지만, 경영 현안을 잘 아는 회사 사장·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증인 명단은 채워지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매년 '정책 국감'이라는 점을 앞세우며 기업인들을 불러들이고 있지만, 재계에선 기업인들을 일단 불러 호통치고 망신주기 식의 구태만 반복된다는 점에서 회의적인 반응이다.

기업인들에게 질의하는 의원들의 업계나 관련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을 증인으로 불러 '반도체' 질문을 퍼부은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인 예다.

이 의원은 당시 '갤럭시워치4'의 인기에 편승해 이를 국민지원금과 엮어 삼성전자를 문제 삼고자 나섰지만 노 사장을 불러놓고 제대로 된 근거 없이 알맹이 없는 질문만 쏟아냈다. 단지 '영세 소상공인' 프레임에만 짜맞춰 마치 삼성전자가 이들에게 돌아갈 국민지원금을 뺏으려고 했다는 식으로 몰아 세우는 것에만 치중해 '기업 망신주기'의 전형적인 모습만 연출됐다.

이후 자신의 뜻대로 흐름이 이어지지 않자 "최근 미국이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핵심 정보를 달라고 기업들에게 요구했는데 삼성전자 차원에서 대응이 가능하냐"며 뜬금없이 질문을 던졌다. 사업 구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모바일 사업을 총괄하는 노 사장에게 '반도체' 질문을 던지는 황당한 일을 벌인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올해도 재연될 조짐이다. 다음달 7일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서 노 사장이 또 다시 증인으로 채택된 것이다. 이번에는 올 초 불거진 '갤럭시S22'의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사태에 따른 공정거래법 위반 관련 질의를 한다고 했으나 ▲반도체 수율 허위조작 ▲세탁기 파손 등 소비자 피해 무상수리 등에 대해서도 질의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무선사업부 수장에게 사업과 전혀 관련 없는 '반도체'와 '가전'에 대해 질의하는 일을 또 반복하는 것이다.

다음달 4일 산업통상자원부를 대상으로 하는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이재승 삼성전자 사장도 마찬가지다. 이 사장은 최근 발생한 '세탁기 유리문 깨짐' 이슈와 관련해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신청으로 국감 증인이 채택됐으나, 이 자리에선 'GOS' 문제에 대해서도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이 사장에게 스마트폰 문제를 지적하는 것 역시 삼성전자의 사업부문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인도 법을 어기거나 특별한 문제가 있다면 국감에 불러 책임을 추궁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매년 국감장에선 기업을 꼬투리 잡아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행태에만 치우쳐 정작 사업 구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윽박지르기에만 혈안된 정치인들의 모습만 반복돼 씁쓸함만 남긴다.

또 일부 정치인들은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기업인을 호출하는 갑질을 넘어 증인에서 빼주는 조건으로 자신의 민원 해결을 요구하는 적폐도 심심찮게 일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기업인 증인 신청에 대해 "국회 갑질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점을 정치인들이 곱씹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국감은 정치인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수단이 아닌 정책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따지고 잘못된 점을 바로잡는 데 존재 이유가 있다. 증인 채택 역시 이 범위에서 벗어나선 안된다. 기업인들을 하루 종일 국감장에 묶어놓고는 위원들끼리 서로 치고받거나 증인들에게 발언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호통만 치다 끝나는 구태는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 앞으로는 정치적 속셈으로 쓸 데 없이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내세우기 보다 이들을 격려하고 지원해 경제를 살리는 데 좀 더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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