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조사 논란', '유병호 사무총장 문자 논란' 등에 둘러싸인 감사원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가 11일 시작됐다. 여야 의원들은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감사의 적법성, 감사위원들의 국정감사 배석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며 극한 대립을 이어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감사원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시작부터 감사원장의 업무보고를 받기 전 의사진행 발언을 주장하며 국민의힘 법사위원들, 김도읍 법사위원장과 충돌했다. 초반부터 양당의 설전이 거세지자 김 위원장은 시작 9분 만에 정회를 선포하고 약 20여 분간 협의를 진행했다.
출석한 최재해 감사원장은 회의 재개 후 업무보고에서 최근 감사원을 둘러싼 논란들을 의식해 "과거의 일을 주로 대상으로 하는 감사의 특성상 전(前) 정부 감사에 대한 비판이 있으나 '이 자리에서 일관되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공정한 감사를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 원장의 발언 이후에도 여야는 감사위원들의 국정감사장 배석 문제를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
여당은 감사원의 중립성 보장을 위해 감사위원들이 국감에 참석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사건 감사가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부적법 감사라고 주장하는 일부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감사원의 중립성을 검증하기 위해 감사위원들이 배석해야 한다고 맞섰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저는 최소한 감사위원들이 (국정감사장에서) 의원들과 국민들의 얘기를 경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는 상황에서 최소한은 하셔야 한다. 이석(離席)에 동의 못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이전에도 감사위원들이 국감장에서 질의를 받거나 답변하거나 한 적이 없다. 감사원의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며 "감사위원들이 국정감사를 방송 등으로 보고 (야당의 우려를) 충분히 반영할 것으로 본다"고 반박했다.
비교섭단체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민주당 편을 들었다. 조 의원은 "2016년 국정감사 때도 감사위원이 법사위원들의 질의를 받고 이석한 사례가 있다"며 "감사원을 감사할 수 있는 기관은 국회 법사위가 유일하기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만큼 (배석을) 요구할 만하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최근 '김건희 특검법' 처리 문제로 민주당과 마찰을 빚은 바 있으나 이번에는 민주당을 옹호했다.
여당 법사위원들은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당시 월북 판단 과정에서 있었던 의혹들을 거론하며 감사의 적법성을 주장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시 이대준씨(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피해자) 실종과 관련된 서면보고를 받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그날 밤에 (이씨는) 북한 해역에서 사살당했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의 가장 큰 역할이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고, 이걸 제대로 안 한 걸 감사하는 데 왜 반대를 하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2020년과 2021년만 해도 감사위원회 의결 없이 이뤄진 특정감사가 44건에 달한다"며 "결국 민주당이 하고 싶은 얘기를 위해 중립성을 지켜야 할 감사원을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감사위원의 국감 배석에) 절대로 동의를 못한다"고 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7 5월~2022년 5월까지 감사 중 연간 감사내역에 포함되지 않는 감사(감사위원회의 의결이 없는 감사)가 103건에 달한다"며 "지난 5년간 왜 문제를 제기 안 했는가. 내로남불이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서해 공무원 사건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최초 보고된 이후 6시간 동안 어떤 조치도 되지 않았다"며 "(유가족이) 밝혀달라고 절규하는데 감사를 통해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감사원장은 서해 공무원 사건 감사 적법성과 관련해 "감사 착수는 감사위원회의 의결 사항이 아니고, 감사원장한테 (권한이) 있다"며 "감사위원회와 (감사원) 사무처는 감사원장의 지휘감독을 받아 회계감사와 직무감찰, 심사청구 이런 것들을 한다. 위원회의 지휘감독을 받도록 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감사위원 배석 문제에 대해서는 "위원들의 소신을 위해 (배석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날 감사원 국감에는 최근 '문자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도 직접 참석했다. 유 사무총장은 "제 문자에 대해서 논란거리를 제공해드려서 송구스럽다"면서도 "(대통령실과의) 소통은 정상적인 것이다. 문제되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유 사무총장은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기획수석비서관에게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 논란을 빚었다. 민주당은 이에 대통령실이 감사원의 감사에 개입한 '대감(대통령실-감사원) 게이트'라고 주장하며 이관섭 수석의 법사위 출석을 주장한 바 있다.
법사위는 감사위원들의 국감 배석 문제와 관련해 간사 간 협의를 거쳐 오후에 확정하기로 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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