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 취임 2년을 맞는다. 정 회장은 취임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확산과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위기, 전기차로의 전환 등 완성차 시장의 대격변기 속에서도 최대 실적을 이끌며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톱3'로 끌어올려 리더십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을 강조하며 전기차를 비롯한 자율주행,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SW) 등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전 세계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 완성차 판매 글로벌 '톱3' 진입…회장 취임 2년 만에 현대차·기아 영업이익 4배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시장에서 329만9천 대를 판매했다. 일본 도요타그룹(513만8천 대)과 독일 폭스바겐그룹(400만6천 대)에 이은 세 번째로, 현대차그룹이 판매량 글로벌 '톱3'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0년 이후 12년간 글로벌 판매 5위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전체 판매량 기준 4위로 올라선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순위를 한 한계 더 끌어 올리며 2년 만에 순위가 2단계 뛴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실적도 매 분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 106조5천억원, 영업이익 8조7천억원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 추세를 이어가면 양사는 올해 연간 매출액 200조원, 영업이익 17조원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영업이익이 각각 10조5천억원, 8조2천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양사 모두 사상 최대 실적으로, 정 회장 취임 당시인 2020년 현대차(2조3천947억원)와 기아(2조665억원) 영업이익의 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성과는 정 회장 취임 이후 2년간 코로나19 확산, 원자재 가격 급등,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이룬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정 회장이 취임 이후 제네시스 브랜드 등 고수익 차량 중심의 제품 믹스(차종별 구성비율) 변화, 원가구조 효율화, 제조 혁신 등이 현대차와 기아의 실적 향상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 전동화 전환 시대 '퍼스트 무버' 전략으로 선제적 대응
특히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정 회장의 '퍼스트무버(선도자)' 전략을 펼치며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판매를 끌어올린 것이 현대차그룹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글로벌 순수전기차 시장에서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22만8천588대를 판매하며 이미 지난해 판매량인 20만 대를 훌쩍 넘어섰다. 자국 내 판매가 대부분인 중국 브랜드를 제외하면 테슬라와 폭스바겐에 이어 전기차 판매 '글로벌 톱3'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현대차 '아이오닉 5'와 기아 'EV6'의 판매 호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GV60, '아이오닉 6' 등 신차를 연이어 선보이며 연간 30만 대 이상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오닉 5'와 'EV6'는 현대차그룹이 독자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만든 첫 순수 전기차로, 두 차종은 각각 '2022 세계 올해의 차(WCOTY)', '2022 유럽 올해의 차(ECOTY)'를 수상하는 등 글로벌 3대 올해의 차 가운데 2개를 석권하는 등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기차 분야에서 선도 기업에 되겠다는 정 회장의 강력한 의지와 전략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 회장은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우리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였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모든 업체들이 공평하게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다. 경쟁 업체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성능과 가치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고 전기차 대중화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독려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에는 연간 총 323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약 12% 수준의 점유율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2030년까지 18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고, 기아는 13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차세대 전용 전기차 플랫폼 개발도 본격화한다. 2025년 승용 전기차 전용 플랫폼 'eM'과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전기차 전용 플랫폼 'eS' 등 신규 전기차 플랫폼 2종을 도입해 성능을 강화하는 한편 효율적인 EV 라인업 확대와 상품 경쟁력도 확보한다.
전기차 생산 능력도 대폭 늘린다. 현대차 울산공장 내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건설하고,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 최대 신개념 PBV 전기차 전용공장을 신설하는 등 올해 약 35만 대인 국내 전기차 연간 생산량을 2030년 144만 대로 늘린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내연기관 중심의 생산시설을 전동화에 최적화된 생산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한편, 향후 전기차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전기차 생산 능력 확충을 추진할 계획이다.
◆ 자율주행·AAM 등 미래 모빌리티 신사업 체계적 추진
정 회장은 신사업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도 진두지휘하고 있다.
미국 내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과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독립법인 '슈퍼널'을 설립했고, 지난해에는 지난해 정 회장 사재 2천490억원을 포함한 1조원을 쏟아부어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최근에는 KT와 7천500억원 상당 주식 맞교환을 하며 6세대 이동통신(6G) 자율주행 기술, 위성통신 기반 AAM 분야 협력방침도 발표했다. 아울러 AI 역량 강화를 위해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케임브리지에 '로봇 AI 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소프트웨어(SW)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대적인 변화도 예고했다. 현대차그룹은 모든 차종을 'SW 중심의 자동차(SDV)'로 전환을 선언하며 관련 분야에 18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차세대 차량 플랫폼과 통합 제어기, 자체 개발 SW 플랫폼을 바탕으로 2025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종에 무선(OTA, Over-the-Air) SW 업데이트를 기본 적용한다.
나아가 미래 모빌리티 제품군을 SW 중심으로 개발해 하나의 계정만으로도 AAM, 로봇, 로보택시, PBV가 연동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미래 최첨단 상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은 AI를 비롯한 SW 원천 기술 확보에 달려있다"며 이를 통해 자율주행, 로보틱스, AAM, PBV 등 미래사업 영역에서 스마트 솔루션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나갈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 4월 정 회장을 세계 자동차 산업의 파괴적 혁신가 중 '올해의 선지자(Visionary of the Year)'로 선정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을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변모시키며, 자동차 산업의 틀을 뛰어넘어 인류의 자유로운 이동과 연결이 가능하도록 모빌리티 영역을 재정의하고 있는 정의선 회장의 혁신에 주목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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