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조용히 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 회장은 회장 승진에도 별도의 취임식 없이 예정대로 계열사 부당합병·회계부정 공판에 출석하며 평소와 다름없는 행보를 보였다.
이 회장은 27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계열사 부당합병 및 회계 부정 관련 공판에 출석했다.
이날 오전 재판을 마치고 나온 이 회장은 취임 소감을 묻는 말에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며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많은 국민들의 응원 부탁드린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이 회장의 승진을 의결했다. 이는 지난 2012년 부회장 승진 후 10년 만이다.
이 회장은 회장 승진에도 별다른 메시지나 취임식 없이 법정으로 향했다. 지난 25일 부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 2주기 추도식 이후 사장단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밝힌 소회와 각오를 사내 게시판에 올리는 것으로 취임사를 갈음했다.
재계에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 총수가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음에도 별도의 행사 없이 조용히 보내는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실제 고(故) 이건희 회장만 해도 지난 1987년 12월 1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취임식을 갖고, '제2의 창업'을 선언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그동안 직함만 '부회장'이었을 뿐,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로 실질적으로 경영을 이끌어왔다"며 "직함의 변화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이 회장의 승진이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경영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사법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어 경영 활동에 제한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회장은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의혹으로 매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재판이 없는 주간을 이용하거나 재판부로부터 불출석 허가를 받아 해외 출장 일정을 소화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계열사 부당합병 및 회계 부정 재판은 사건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 최소 3~4년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따라 경영 활동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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