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재계 오너일가 3세·4세 경영 시대가 본격화 됐다. 이번 일로 5대 그룹 총수가 모두 '회장' 직함을 달게 됐을 뿐 아니라 앞으로 1960∼1980년대에 태어난 창업주 3·4세대가 경영 전면에 나서는 일도 더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주요 그룹 총수 중에선 1960년대생이 대세가 됐다. 1960년생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포함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968년생),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1962년생), 구자은 LS그룹 회장(1964년생), 이해욱 DL그룹 회장(1968년생),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1968년) 등이 모두 같은 시대에 태어났다.
이 중 4대 그룹 총수 중 가장 먼저 '회장'으로 올라선 최태원 회장은 지난 1998년 최종현 선대 회장이 갑자기 타계하면서 38세의 나이에 SK그룹의 총수로 올라섰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삼성가 3세인 이재용 회장은 5대 그룹 총수 중 가장 마지막으로 이날 '회장' 직함을 달았다. 회장 승진은 지난 2012년 부회장 승진 10년 만이다.
1970년대생 총수도 최근 많아졌다. 1970년생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대표적으로, 정 회장은 지난 2020년 정몽구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공식 총수 자리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의 총수가 교체된 것은 20년 만이다.
4대 그룹 총수 중 막내인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1978년생이다. 구 회장은 지난 2018년 6월 고 구본무 전 회장 별세로 회장 자리에 올랐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1976년생으로, 대표적인 1970년대생 총수로 꼽힌다.
오너가 3세들의 경영 참여도 최근 들어 활발해졌다. 올 들어서만 범현대가인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SK, 롯데, 한화, GS, 금호석유화학 등에서 3세와 4세가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특히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1983년생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을 중심으로 경영 승계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2010년 한화에 입사한 김 대표는 2015년 전무로 승진한 후 2020년 초에 부사장으로, 다시 9개월여 만인 사장으로 승진했다. 또 사장 승진 2년 만인 올해 8월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기존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에 더해 ㈜한화 전략부문·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도 함께 맡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가 김 부회장을 사실상 그룹의 차기 리더로 대내외 천명한 것"이라며 "김승연 회장으로부터의 지분 상속 작업도 조만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현대중공업그룹 3세인 정기선 HD현대(구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 대표도 가까운 시일 내 지분 승계 후 회장직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1982년생인 정 대표는 그룹 소유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맏아들로, 지난 3월 현대중공업지주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앞서 열린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 주주총회에서도 사내이사에 올랐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는 HD현대→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으로 이어진다. 지주사와 중간지주사에서 지배력을 확대한 만큼 3세 경영이 본격화됐다는 평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1986년생 신유열 상무도 올해 들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 합류한 신 상무는 지난 8월 신 회장의 베트남 출장에 동행하면서 경영 수업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신 상무는 2020년 1월 신격호 창업주의 장례식에서 첫 모습을 드러냈으며, 노무라증권에서 일하다 2020년 일본 롯데 계열사인 ㈜롯데의 유통기획부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에서는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 사업총괄이 올해 SK네트웍스 사내이사에 올랐다. 최 총괄은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손자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조카다. 1981년생인 최 총괄은 SK그룹 오너3세 중 가장 먼저 경영에 참여한 인물로, 지분율은 지난해 말 1.89%에 불과했지만 올해 적극적으로 지분을 늘리면서 2.57%로 높아졌다.
코오롱그룹에서는 4세 경영이 시작됐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자동차 부문 부사장이 처음으로 계열사 대표를 맡은 것이다. 이는 2012년 코오롱그룹 입사 후 10년 만이다.
CJ그룹도 최근 인사에서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 리더를 글로벌 식품사업 전반의 전략을 관장하는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선임해 눈길을 끌었다. 1990년생인 이 실장은 지난 2019년 마약 밀반입 사건으로 기소돼 한 때 논란의 중심에 섰으나, 지난해 1월 CJ제일제당 부장으로 복귀한 후 빠른 속도로 승진하고 있다.
지난해 LG그룹으로부터 독립한 LX그룹도 경영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본준 LX그룹 회장 장남인 구형모 LX홀딩스 전무는 지난해 5월 LX홀딩스 상무로 임명된 후 10개월만인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전무로 승진했다. 구 전무는 지난해 12월 구본준 회장으로부터 약 11%에 달하는 지분을 증여받은 데 이어 최근에는 처음으로 장내 지분 매수에 나서 재계에선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해석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장남 박준경 부사장도 지난 7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금호석유화학 오너 일가의 사내이사 합류는 박찬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1년 2개월 만이다.
1978년생인 박 부사장은 금호석유화학 지분 7.21%를 보유한 개인 2대 주주다. 2010년 금호석유화학 해외영업팀 부장으로 입사한 이후 수지해외영업(상무)·수지영업담당(전무)를 거쳤다. 지난해 국내외 영업을 총괄하는 본부장(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GS칼텍스 대표는 지난 3월 이사회 의장에 올랐다. 허진수 의장이 3년 임기를 마치고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허 대표가 자리를 물려받았다. 허 대표는 2019년부터 GS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GS칼텍스를 이끌고 있으며, 주요 오너 4세 경영인 중 가장 먼저 계열사를 이끌었다. GS글로벌에서 거둔 사업 다각화 성과를 인정받아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 외에 한진그룹 오너가 3세 조현민 ㈜한진 부사장은 올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 이후 일선에서 물러난 조 사장은 2019년 6월 지주사 한진칼 전무로 경영에 복귀했고 지난해 부사장에 올랐다. 초고속으로 사장까지 승진한 셈이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주요 1970년 이후에 태어난 오너가 중 임원은 모두 270명이다. 이 중 '회장' 직함을 쓰는 오너 경영자는 21명에 달했다. 1980년 이후 태어난 MZ세대 오너가 임원도 오너가의 1970년 이후 출생자 중 30%나 됐다.
재계 관계자는 "젊은 오너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만큼, 앞으로 1970~1980년대생 임원들의 발탁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기존과 다른 사업 스타일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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