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이통3사는 ‘세계 최초’ 타이틀 획득에 진심이다. LTE 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가입자 유치를 위해서는 타사 대비 뛰어난 네트워크 성능을 뽐내야 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3CA 출혈경쟁’을 꼽을 수 있다.
2014년말 이통3사는 2차 주파수 경매를 통해 확보한 대역을 활용한 주파수집성기술(CA) 도입을 준비했다. 앞서 두 개 주파수를 엮는 ‘LTE-A’를 선보인 이통사는 세 개 주파수 대역을 엮는 ‘3CA’ 알리기에 골몰했다.
'3CA'란 3개의 주파수 대역을 마치 하나의 대역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주파수집성기술(CA) 중 하나다. 예를 들어, 150Mbps 속도를 낼 수 있는 광대역 LTE 주파수를 3개 엮으면 450Mbps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이통사로서는 타사대비 빠른 속도의 LTE를 제공할 수 있다는 마케팅적 우위를 점하게 된다.
당시 3CA를 여러 용어로 표현했다. '트리플밴드', 'LTE 카테고리(Cat). 9'뿐만 아니라 '광대역 LTE-A', LTE-Ax3' 등도 마케팅에 활용했다. 이름을 다르지만 모두 3개 주파수를 엮을 수 있는 기술에 대한 표현이다.
국내의 경우 주파수 여건상 광대역 LTE 주파수와 일반 LTE 주파수 2개를 연결해 최대 300Mbps 속도까지 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앞서 이통3사가 상용화한 LTE의 속도는 하향 최대 225Mbps 수준이었다.
2014년 11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3CA LTE 망연동테스트를 시작해 약 1개월간의 검증을 마치고 인프라 준비를 완료했다. 네트워크가 준비됐기 때문에 이를 받아 쓸 수 있는 단말이 필요했다. 테스트 단말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4 기반으로 제작된 상태. 3CA가 지원가능한 모바일AP를 적용해 별다른 문제없이 성공적인 망연동을 진행했다.
단말만 나온다면 '세계 최초 3CA 상용화' 타이틀을 따낼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동시 공급이 트렌드였던 당시 상황에서는 따로 3CA 단말을 빼내기 어려웠다.
포문을 연 곳은 SK텔레콤이었다. SK텔레콤은 같은해 12월 28일 3CA 상용화를 시작했다고 알렸다. 이와 동시에 3CA를 지원하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S-LTE'를 내놨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모뎀333이 결합된 엑시노스7420 모바일AP를 기반으로 하는 이 단말은 SK텔레콤의 '세계 최초 3 band LTE-A 상용 서비스 개시’라는 카피로 포장됐다.
KT와 LG유플러스는 즉각 반발했다. SK텔레콤의 3CA 서비스는 정식 상용화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경쟁사의 주장은 SK텔레콤이 갤럭시노트 S-LTE를 100대 한정 판매하는 방식으로 유료평가단을 구성하는 꼼수를 부렸다는 것. 하지만 SK텔레콤은 평가단이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했기 때문에 충분히 상용화 범위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품질이 보장되지 않은 단말을 제공하는 것은 상용화라 하기에 무리가 있으며, 유통망인 대리점에 단말이 상당수 보급돼 고객이 편리하게 구입할 수 없는데도 SK텔레콤이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틀날인 12월 29일 이통3사 모두 '갤럭시노트 S-LTE’ 공시지원금을 공개했다. 공시지원금은 곧 단말 출시를 의미했다. 소비자들의 기대감도 한층 커졌다. 문제는 ‘갤럭시노트 S-LTE’를 어디서도 살 수 없었다는 것. 게다가 12월 30일 갑자기 이통3사가 공시지원금을 황급히 내리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이같은 상황은 웃지 못할 촌극이었다. 3CA가 상용화됐다고 하지만 지원 단말을 살 수 없는 상태, 공시지원금을 나왔으나 해당 단말을 시장에서 찾을 수 없는 상황. 이통3사는 내부 실수로 단말지원금이 공시됐을뿐이라 손사래 쳤으나 소비자의 불만은 상당했다.
시장의 상황과는 달리 SK텔레콤은 세계통신장비사업자연합회(GSA) 보고서에 3CA 세계 최초 상용화가 게재된 점을 근거로 2015년 1월 9일부터 신규 광고인 '3-밴드 LTE-A 세계 최초 상용화' 편을 온에어했다.
이번에는 KT가 얼굴을 붉혔다. SK텔레콤이 비정상적인 소비자 기만행위를 통해 편법 마케팅을 불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로부터 고객 사전 체험용으로 수령한 단말을 한정 판매한 것이 과연 세계 최초가 될 수 있는 것인가라며 반문했다.
양측의 갈등은 결국 법정까지 다다랐다. 2015년 1월 11일 KT는 SK텔레콤의 광고가 부당하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광고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를 두고 본 LG유플러스도 가세했다. ‘세계 최초 상용화 타이틀’은 볼성 사나운 입장에 처했다.
1월 19일 법원은 광고문 가처분 신청 관련 첫 심리를 시작했다. 판결은 빨랐다. 1월 23일 법원은 KT와 LG유플러스에 손을 들어줬다. SK텔레콤의 광고 배포를 금지를 확정했다. SK텔레콤은 이의 신청 및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결론적으로 ‘3CA 세계 최초 타이틀’은 그들만의 리그였다. 소비자가 없는 이통사들의 출혈경쟁을 여과없이 드러낸 헤프닝이자 웃픈 현실이었다. 실제 이통3사가 법정 공방을 벌이는 상황 속에서도 ‘갤럭시노트 S-LTE’는 정식 출시일이 1월 21일로 잡혔으나 시장에서 구하기 어려운 희귀품으로 전락했다. 물량의 숨통이 트인 때는 그보다 훨씬 시간이 지난 1월말부터였다.
◆ LTE+와이파이 ‘어깨동무’
두 개 이상의 LTE 주파수를 엮에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네트워크 규격간에도 집성이 가능할까. 이같은 물음에 대한 도전은 쉴세 없이 계속됐다. 그 중에서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비면허대역, 즉, 공용 주파수를 이용해 트래픽을 분산시키는 방안이 유력시됐다.
다만, 공용 주파수는 말 그대로 누구나 쓸 수 있는 대역이기에 누군가 강한 압박으로 독점화해서는 안된다. 데이터를 원활하게 소통시키기 위한 LTE는 그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강한 신호를 가지고 있다. 만약 비면허대역에 LTE가 참전한다면 타 신호들이 기죽어 전송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같은 성질로 인해 이통사는 비면허대역을 보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고안했다. LTE를 주 네트워크로 쓰지만 와이파이를 통해서 이를 도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낸 것. 이와 관련한 ‘이종망동시전송기술(MPTCP)’은 표준으로도 연구가 완료된 상태였다.
MPTCP란 서로 다른 규격의 네트워크를 마치 하나의 통신망처럼 활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LTE와 와이파이라는 서로 다른 네트워크 규격을 쓰기 때문에 ‘이종망’이라 표현한다. 이통3사는 LTE 주파수를 3개 엮어 이론상 하향 최대 300Mbps로 높인 상태였다. 당시 와이파이가 낼 수 있는 이론상 속도는 866.7Mbps. 두 이종망을 집성하면 이론적이기는 하나 1Gbps 속도를 구현해낼 수 있다. 즉, ‘기가비트’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통3사는 이같은 효율적인 ‘마케팅’ 구실을 놓칠 수 없었다. 너도나도 MPTCP를 상용화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통사마다 네트워크 인프라가 다르고 각종 기술 차이가 발생하기는 하나 이론상 속도는 약 1.17Gbps에 달했다.
1Gbps 속도는 1GB 데이터를 8.5초만에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3개 주파수를 엮은 3CA LTE 환경에서는 28초, 광대역 LTE-A는 38초가 필요하다. 기존 LTE 속도 대비 15배나 더 빠르다. 3GB 무손실 FLAC 음원 100곡의 경우 약 21초면 다운로드가 완료된다. UHD 영화 1편은 2분이면 충분하다.
다만, 이종망동시전송기술이라는 용어가 고객들에게는 다소 어려웠다. 이 때문에 이통사는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마케팅 용어를 마련했다. 2015년 당시 MPTCP 상용화에 따라 SK텔레콤은 ‘밴드 LTE 와이파이’, KT는 ‘기가 LTE’, LG유플러스는 ‘기가 멀티패스’라 불렀다. 각각 추구하는 요금 브랜드에 적절하게 직설적인 보통명사를 끌어 붙인 꼴이다.
물론 MPTCP는 실전에서 크게 활용되지는 않았다. 이통3사의 타이틀 방어전에는 유용하게 쓰였으나 그에 따른 실리는 크지 않았다. MPTCP는 네트워크 기지국에서 LTE와 와이파이 주파수에 각각 알맞게 배분된 데이터를 쏘더라도 단말이 이 두 대역의 데이터를 받아 잘 조합해야만 한다. 요약하자만 MPTCP 지원 단말이 있어야 한다.
2015년 이통3사가 출시한 단말 중 삼성전자 갤럭시S6이 거의 유일한 모델이었다. 이통3사 상용화에 따라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마친 갤럭시S6이 이용 가능했다. 이후 LG전자 G4가 대열에 합류했다.
이동형인 LTE와 달리 와이파이는 고정형이다. 즉, 사용자가 이동하면서 쓰기 어렵다. LTE보다는 와이파이 컨디션에 따라 품질이 오르내린다. 균일한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있으나 마나한 네트워크 상품보다는 확실한 체감형 서비스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로 이통3사는 특정 서비스에만 MPTCP를 열어 뒀다. SK텔레콤은 당시 T-LOL이나 T-스포츠와 같은 자사 특화 서비스에만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 놨다. KT의 경우 599요금제 이상에서만 쓸 수 있도록 했다. LG유플러스도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MPTCP는 LTE와 와이파이를 엮어 당시 달성이 어려웠던 기가비트 시대를 열기는 했으나 이통3사의 기술 과시용으로 남게 됐다.
▶ 다시쓰는 이동통신 연대기 목차
1편. 삐삐·카폰 이동통신을 깨우다
① '삐삐' 무선호출기(上)…청약 가입했던 시절② '삐삐' 무선호출기(中)…‘삐삐인생' 그래도 좋다③ '삐삐' 무선호출기(下)…’012 vs 015’ 경합과 몰락 ④ '카폰' 자동차다이얼전화(上)…"나, 이런 사람이야!"⑤ ‘카폰’ 자동차다이얼전화(下)…’쌍안테나' 역사 속으로2편. 1세대 통신(1G)
⑥ 삼통사 비긴즈⑦ 삼통사 경쟁의 서막⑧ 이동전화 첫 상용화, ‘호돌이’의 추억➈ 이동통신 100만 가입자 시대 열렸다⑩ 100년 통신독점 깨지다…'한국통신 vs 데이콤’3편. 제2이동통신사 大戰
⑪ 제2이통사 大戰 발발…시련의 연속 체신부⑫ 제2이통사 경쟁율 6:1…겨울부터 뜨거웠다⑭ ‘선경·포철·코오롱’ 각축전…제2이통사 확정⑮ 제2이통사 7일만에 ‘불발’…정치, 경제를 압도했다⑯ 2차 제2이통사 선정 발표…판 흔든 정부·춤추는 기업⑰ 최종현 선경회장 뚝심 통했다…’제1이통사’ 민간 탄생⑱ 신세기통신 출범…1·2 이통사 민간 ‘경합’4편. CDMA 세계 최초 상용화
⑲ ‘라붐’ 속 한 장면…2G CDMA 첫 항해 시작⑳ 2G CDMA "가보자 vs 안된다"…해결사 등판㉑ CDMA 예비시험 통과했지만…상용시험 무거운 ‘첫걸음’㉒ 한국통신·데이콤 ‘TDMA’ vs 한국이통·신세기 ‘CDMA’㉓ 한국이동통신 도박 통했다…PCS 표준 CDMA 확정㉔ ‘디지털·스피드 011’ 탄생…세계 최초 CDMA 쾌거㉕ ‘파워 디지털 017’ 탄생…신세기통신 CDMA 상용화5편. 이동통신 춘추전국시대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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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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