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연임 적격 평가를 받은 구현모 KT 대표가 경선 승부수를 띄웠다. KT이사회에 단독 후보가 아닌 복수 후보에 대한 심사가능 여부를 검토 요청하면서다. 민영화 기업 의결권 행사지침 강화를 예고한 국민연금공단와 투자자 우려를 종식시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KT는 구 대표 연임과 관련해 KT이사회가 대표이사후보심사위로부터 연임이 적격하다는 심사결과를 보고 받았다고 13일 발표했다.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등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경선 방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사회는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추가 심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구 대표는 KT이사회에 연임 의사를 밝혔다. 이에 이사회는 대표이사후보심사위를 구성, 연임 적격 여부 심사를 진행해왔다. 연임 적격으로 결정될 경우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CEO 후보에 오른 뒤 최종 승인 절차를 밟게 된다. 재선임 통과 시 구 대표는 오는 2026년 3월까지 대표직을 수행한다.
소유분산기업이란 명확한 지배주주가 없는 기업을 말한다. KT 지분 10.35%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과 연관이 깊다. 민영화 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지침 강화를 예고하면서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간) 소유분산기업의 합리적 지배구조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나 논의가 활발하지 않았다. 이제는 소유구조가 광범위하게 구축된 기업의 건강한 지배구조 구축을 검토할 때"라고 언급했다.
외부 인사보다는 내부 등용 등을 우선시하는 관행을 지적한 것. 때문에 구 대표가 연임 적격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내년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연임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제기됐다. 실제 국민연금은 KT가 지난 3월 박종욱 경영기획부문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려 할 당시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박 사장은 사내이사직을 포기했고 결과적으로 이사 선임의 건이 무산됐다.
연임 의사를 표명한 구 대표 입장에선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필요가 있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연임의 건은 최종적으로 주주총회 의결 관문을 거치게 된다. 10%대 지분을 확보한 국민연금 측의 동향이 변수로 작동할 수 있다"며, "투명한 경선을 통해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결단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구 대표가 복수 후보 심사를 요청한 데 대해 KT는 '연임에 대한 자신감'으로 표현한다. 구 대표는 디지털 전환(DX)과 디지코(DIGICO) 사업을 견인해왔다. 취임 첫해인 2020년 매출과 영업익은 각각 23조9천167억·1조1천841억원. 2022년 3분기 합산 실적 기준으로 매출 19조671억, 영업익 1조5천387억원까지 끌어올렸다. KT 미래 성장 동력인 디지코 전략을 이어갈 적임자로 평가받는 이유다.
KT 측은 "구 대표가 단독 후보가 아닌 복수 후보 심사를 이사회에 요청한 것은 주요 주주 등이 제기한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우려를 해소하고 동시에 경선 승부에도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직 KT 대표가 대표이사후보심사위로부터 연임 적격 심사를 받고 다른 후보와의 경선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현직 CEO가 경선에 도전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은 정관 상 기재돼 있지 않다. 이에 구 대표는 이사회 측에 복수후보 심사 가능성을 검토 요청하고, 이사회는 논의 끝 이를 수용키로 결정했다.
구 대표 요청을 받아들인 이사회는 복수후보에 대한 추가 심사를 위해 후보심사위원회를 한 차례 더 진행할 전망이다. 위원회 결정 이후 이사회는 최종 후보를 선택하는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는 33년간 KT에서만 근무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경영과학 석·박사 학위 과정을 수료했다. 1987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하며 KT와 연을 맺었다. 이후 경영전략 담당, 비서실장, 경영지원총괄 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쳐왔다.
/안세준 기자(nocount-jun@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