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유럽연합(EU)이 탄소배출이 많은 수입품에 세금을 물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을 전격 도입키로 하면서 국내 철강업체들이 비상 상황에 놓였다. 철강업종은 아직까지 제품 생산에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커 탄소배출이 많은 대표적인 산업이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최근 수입품의 탄소 함유량을 조사해 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와 연동된 탄소국경세를 물리는 CBAM 도입에 잠정 합의했다. EU는 이르면 2026년부터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철강 등 수입 공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전망이다.
일단 EU는 내년 10월부터 수입품의 탄소 함유량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동한 탄소 가격을 추가 부과하는 조치를 시범 운영한다. 특히 탄소배출이 많은 일명 '탄소집약산업'으로 꼽히는 철강과 비료, 알루미늄, 전력 등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제도 시행 후 첫 3년간 탄소 배출량을 의무 신고해야 한다.
이번 일로 한국의 경우 생산 공정상 탄소배출이 많은 철강사들이 CBAM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EU 수출 규모는 철강이 43억 달러(5조6천억원)로, 알루미늄(5억 달러), 시멘트(140만 달러), 비료(480만 달러)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한국철강협회는 최근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와 함께 EU에 CBAM 도입 추진에 대한 우려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철강협회는 CBAM 조치가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고, 수입산 차별을 금지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의 위배 소지가 있어 CBAM 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EU 집행위원회에 전달했다. CBAM 제도가 도입되면 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유사한 국가단위 배출권거래제를 시행 중인 한국에 대해서는 CBAM 부담에 대한 감면이 필요하고, CBAM 제도가 국제 규범에 맞게 EU 내 철강기업과의 차별성이 해소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철강사들은 탄소국경세가 논의되기 시작한 2019년부터 탄소배출 저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2026년까지 국내 33조원을 포함해 글로벌 53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중 20조원을 친환경 철강 공정 전환 등에 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효율성 높은 파이넥스 공정을 기반으로 수소환원제철을 내놓는 하이렉스 기술로 전환하고, 실제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술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수소환원제철의 상용화는 이르면 2033년께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빠른 시일 내에 효과적인 탄소 감축이 가능한 전기로가 대안으로 꼽힌다. 일반적인 고로에선 조강(쇳물) 1톤(t)을 생산할 때 평균 2톤의 탄소가 배출되는 반면, 전기로는 4분의 1 수준이기 때문이다.
현재 단계에서 전기로는 자동차 강판이나 선박용 후판 같은 고급강 생산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철강업계는 전기로 기술고도화로 이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는 2025년까지 전남 광양제철소에 전기로 1기, 2027년까지 포항제철소에 전기로 1기를 각각 도입할 예정이다. 전기로 신설을 통해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7천100만 톤 이하로 감축한다는 목표다. 포스코는 탄소배출량을 10% 줄이면 연간 5천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로 생산 비중이 약 50%인 현대제철은 독자적 전기로 생산 기술의 고도화에 나섰다. 탄소중립 철강 생산체계인 '하이큐브(Hy-Cube)'를 구축해 2030년부터 전기로에서 고급강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수소 기반 공정 융합형 철강 생산체제를 이르는 말로, 전기로에 고로 생산 쇳물과 스크랩, 직접환원철을 활용해 탄소 발생을 줄이면서도 고급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지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EU의 CBAM 도입으로 철강 기업들의 전기로 전환 등 저탄소 설비 투자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국내만 보더라도 전기로 비중이 50%인 현대제철의 조강 탄소집약도(소비 연료당 탄소배출량)가 포스코보다 낮은데, 향후 탄소 가격이 부과될수록 이러한 차이는 비용 부담에 더 큰 영향을 미쳐 저탄소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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