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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속 실력 키워라"…이재용, '긴급 회동' 삼성 사장단에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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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출장 중 최고위 임원 통해 당부…'비상 경영' 전자 중심으로 각 계열사 대응책 마련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여러 위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 실력을 키워야 합니다. 세상에 없는 기술,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는 미래 기술 발굴에 더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동남아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고위 임원을 통해 최근 한 자리에 모인 삼성그룹 전 계열사 사장들을 향해 이처럼 당부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 속에 각종 변수로 사업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전 계열사가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2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의 삼성전자 법인(SEV)을 방문해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2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의 삼성전자 법인(SEV)을 방문해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전 계열사 사장들은 지난 26일 경기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전격 회동했다. 이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으나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등이 이번 회의에서 주축이 돼 다양한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는 지난 5일 삼성전자부터 진행됐던 계열사 사장단 인사 이후 처음 진행된 것으로, 올해 경영 성과와 내년 계획을 점검하기 위한 차원에서 진행됐다. 임원 감축, 경비 절감 등 계열사 대부분이 전사적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황인 만큼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그 동안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 코로나19 사태 등 위기 상황 때마다 전문 경영인이 모이는 사장단 회의를 수시로 열었다. 최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유럽 출장을 마치고 복귀한 직후인 6월 20일 전자 계열사 사장단이 8시간가량 회의를 열고 비상 경영을 선포하기도 했다. 지난 9월 26일에도 전자·금융 계열사 사장단 40여 명이 2년여 만에 모두 모여 경영 환경을 재점검했다. 당시 이 회장은 오찬에 직접 참석했다.

이번 회의에서 삼성 사장단은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로부터 내년 국내외 경제 상황과 환율·유가·물가 변동에 대한 전망을 듣고, 기후변화와 미래 에너지 산업에 대한 외부 인사 강연을 들으며 내년 사업 전략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전 계열사 사장들은 지난 26일 경기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전격 회동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삼성그룹 전 계열사 사장들은 지난 26일 경기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전격 회동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재계에선 각 계열사 사장들이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삼성전자의 비상 경영 움직임을 기준점으로 삼고 각 계열사별로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구체적인 대응 전략 마련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 했을 것으로 봤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미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구체적인 '비용 절감' 지침까지 내려보냈다. 32년간 운용해 왔던 지역 전문가 제도도 잠시 보류하며 최근 선발된 120명에 대해 파견 취소를 통보했고, 프린터 용지를 포함한 소모품비 50% 절감, 해외 출장 절반 이상 축소 등의 지침도 내려졌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나선 것은 최근 실적이 악화된 데다 내년 전망까지 어둡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4%나 감소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가 급감하면서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보다 38.5%나 늘었다.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6조원대로 하향 조정됐고, 내년 연간 영업이익은 올해 대비 40%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를 비롯해 스마트폰, 가전 사업 전망도 암울하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 계열사 다수는 내년에도 경기 전망이 어두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강도 경영효율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안다"며 "이 회장 취임 후 처음 진행된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국정농단 사태로 중단됐던 전 계열사 사장단 회의가 비정기적으로 자주 열릴 지 지켜봐야 할 듯 하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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