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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글로벌 배터리 패권 다툼 속 정부의 역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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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 등 주요 선진국들이 무역장벽을 높이며 국내 산업계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IRA와 CRMA 모두 산업에 들어가는 핵심 원자재의 특정국에 대한 쏠림을 막고, 자국 산업의 육성을 장려하는 것이 법안의 이면에 깔려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함께 급격한 외형 성장을 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에선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올해 수주 잔액이 1천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이 물량은 2030년까지 소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향후 7~8년간 일감이 쌓인 셈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려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 시장에서 공급망 관련 무역장벽을 높이자 현지 생산체제 구축을 위해 앞다퉈 국내 배터리 업체들과 합작사 설립 등을 통해 대응에 나선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글로벌 차량용 배터리 시장이 공급자가 주도권을 쥐는 '셀러스 마켓(Seller's Market)'으로 변모해 구매 협상력 등 제고에 따른 수익성 개선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마냥 현 상황에 안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배터리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등 4대 핵심 소재의 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소재별 중국 업체의 글로벌 생산 점유율은 양극재 60%, 음극재 84%, 전해액 72%, 분리막 68%에 달한다.

IRA와 같이 CRMA도 같이 배터리 공급망에서 특정 국가 내 원자재 사용에 제한을 두거나, 자국 내 생산 또는 재활용된 원자재 적용 제품에 대해서만 보조금 혜택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현재 기준으로는 국내 배터리 3사는 물론이고, 일본과 중국 배터리 업체 모두 그 조건을 충족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6~10일까지 산업통상자원부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관계자 등이 EU 집행위원회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공동 대응에 나선 것도 CRMA의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지난해 유럽시장 점유율은 73%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공급망 다변화 등을 통한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적극적인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추진함과 동시에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위기를 넘겠다는 포부다.

이달 15~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3'에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통해 경쟁력을 뽐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BSS)'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셀' 등을 선보였다. 삼성SDI는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내세웠다. SK온은 각형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의 실물 모형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배터리 산업은 '제2의 반도체'로 불린다. 반도체에 이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무역장벽을 높여 자국 산업의 부흥을 노리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과 실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제 막 꽃피기 시작한 신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들의 '비빌 언덕'이 될 수 있는 유능한 정부를 기대한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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