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년전인 1995년. 소프트웨어 왕국 건설을 꿈꾸며 의욕적인 인수합병(M&A)을 추진하던 IBM은 그룹웨어 업체인 로터스를 주목하고 있었다.
로터스 인수 작전이 본격화된 지 얼마 뒤, 루 거스너 IBM 회장은 레이 오지란 천재 프로그래머와 마주 앉아 있었다. 오지가 떠나면 로터스는 사실상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주변 사람들의 설득에 힘입어 친히 그를 찾았던 것이다.
당시 거스너 회장은 오지에게 IBM 특별 연구원 자리를 제안할 생각이었다. 보수도 넉넉하고 부대 조건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
하지만 오지는 오직 한 가지만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노츠 개발 작업을 자신이 책임지고 할 수 있도록 요구했던 것. 거스너 회장이 오즈의 요구를 받아들임으로써 오지는 IBM에 합류할 수 있었다.
35억 달러 짜리 로터스보다 더 소중한 존재로 꼽혔던 천재 프로그래머 레이 오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오지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제국의 재도약을 이끌고 있다.
◆ MS 핵심 브레인 급부상
레이 오지는 올해 봄 또 한 차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1997년 IBM을 떠나 P2P 방식의 그룹웨어 개발업체인 그루브네트웍스를 설립하고 독자 노선을 걷던 그는 MS에 인수되면서 자신의 존재를 다시 한번 알린 것.
당시 MS가 그루브 인수에 나선 것은 바로 천재 프로그래머인 오지를 탐냈기 때문이란 것이 언론들의 일관된 분석이었다. 게이츠 회장은 오지에 대해 '지구상에 있는 5대 프로그래머 중 한 명'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결국 오지는 'IBM 부활의 주인공' 루 거스너와 SW 황제 빌 게이츠란 당대 최고의 거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셈이다.
레이 오지는 MS에 합류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핵심 브레인으로 급부상했다. 지난 9월 조직 개편 당시 MS의 차세대 서비스 사업을 이끌 인물로 떠오른 것.
오지는 현재 구글 등 인터넷 기업들의 위협을 받고 있는 MS의 위기탈출 방안인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 전략을 진두 지휘할 야전 사령관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 오지의 천재성이 얼마나 통할까?
레이 오지를 오늘의 그로 만든 주인공은 그룹웨어의 대명사격인 로터스 노츠였다. 노츠는 기업용 컴퓨팅 산업에서 본격적으로 협업(Collaboration) 개념을 도입한 최초의 SW로 꼽히고 있다. 당시 컴퓨터 환경에선 혁명적인 발상으로 통했다.
그런 그가 이제 MS에서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란 슬로건을 내걸고 또 한번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구글 등 어느새 MS를 위협할 정도로 커버린 인터넷 기업들과 전면전도 벌여야 한다.
그의 천재성은 MS를 통해 세계를 뒤흔들 수 있을까.
그가 MS의 미래를 모두 짊어진 것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MS 서비스 사업에 던지는 그의 발언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