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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1200도에 태어나 -163도를 견디는 고망간강 생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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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광양제철소 후판공장서 생산...LNG 탱크에 활용
극저온 상황서도 강재 파손되지 않고 원가도 30% 저렴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광양 제1 LNG터미널 탱크에 활용
"철강 침체기 건너게 할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주력할 것"

[아이뉴스24 최란 기자] 지난달 26일 전라남도 광양시에 있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후판공장. 공장 안은 그야말로 도가니 속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불처럼 뜨거운 열기가 훅하고 전해져왔다.

쉼 없이 돌아가는 기계 소리에 사람의 목소리는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 곳은 포스코가 지난 10여년에 걸쳐 그룹 차원에서 특별히 공을 들인 '고망간강'을 생산하는 곳이다. 고망간강은 1200도의 열기 속에서 태어나 영하 163도의 극한 저온에서도 견뎌내는 특수강이다.

인근에 있는 광양 LNG 터미널의 탱크가 이 고망간강으로 만들어졌다.

공장 안에서는 한 눈에 봐도 강렬한 열기를 간직하고 있을 네모 모양의 주황빛 슬라브(철강 반제품)가 레일을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슬라브의 온도는 1200도. 레일을 출발하는 슬라브 표면에는 까만 스케일(불순물)이 묻어 있었다. 레일 중간 쯤을 지나자 특정 장치를 거쳐 불순물이 깨끗하게 제거됐다.

후판공장 고망간(Mn)강 생산공정. [사진=포스코]
후판공장 고망간(Mn)강 생산공정. [사진=포스코]

이 장치는 고압수를 분사하며 슬라브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데, 이때 물이 1200도가 넘는 슬라브를 만나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수증기로 변했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은 다시 재활용된다고 한다.

슬라브는 그 이후 1만2000톤의 압력을 가지고 있는 압연기를 통과 하게 된다. 압연 작업은 여러 번에 나눠서 하는데, 압연기를 지날수록 길이는 늘어나고 두께는 얇아졌다. 이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크기와 두께를 정밀하게 맞추게 된다. 두께의 오차범위는 0.8mm~1mm 정도다.

이후 또 한 번 물을 내뿜는 장비를 통과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는 불순물 제거뿐만 아니라 물이 슬라브 온도를 낮춰 계속 빨갰던 슬라브가 우리가 아는 회색 철판으로 바뀌어 나왔다. 얇게 펴진 슬라브를 교정하는 작업을 거치면서 갈수록 평평해지는 철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후판공장 고망간(Mn)강 생산공정. [사진=포스코]
후판공장 내 생산을 마친 고망간강 후판 제품. [사진=포스코]

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철강 신소재 '고망간강'이 완성된 것이다.

고망간강의 가장 큰 특징은 영하 163도 극저온에서도 견딜 수 있다는 점으로, 온도가 변해도 강재가 파손되지 않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고망간강에 첨가하는 망간은 세계적으로 매장량이 풍부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기존 소재로 쓰이던 9% 니켈강 대비 약 30% 저렴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망간강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광양 제1LNG터미널 6개 탱크 중 5, 6호기 내조 탱크에 쓰였다. 현재 공사 중인 7, 8호기에도 적용하고 있다. 이는 영하 163℃의 LNG를 직접 담아둘 수 있다.

광양 제1LNG터미널은 제철소에서 30분 정도 버스로 이동하면 도달할 수 있다. 현장에 도착하면 거대한 LNG 저장탱크가 눈앞에 펼쳐지는데, 그 모습은 마치 거대한 밥솥이 놓여있는 것 같았다.

공사 중인 7호기 내부에 들어서자 바닥 면에 고망간강 제품이 쓰인걸 볼 수 있었고, 현장 곳곳에는 고망간강 자재가 비치 되어 있었다. 작업자들은 빨간 불빛을 내뿜으며 용접 부위를 정교하게 마무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후판공장 고망간(Mn)강 생산공정. [사진=포스코]
광양 제2 LNG터미널 부지에 고망간강 기술을 활용해 건설 중인 7호기 탱크 내부사진. [사진=포스코]

주성철 포스코이앤씨 차장은 "전기밥솥이랑 비슷한데 밥솥을 콘크리트로 내솥을 고망간강으로 만든다"며 "처음에는 신소재다 보니 용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는데 5·6호기 건설 이후, 용접 품질을 개선해 불량률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7·8호기가 완성되면 광양LNG터미널은 총 133만kL(킬로리터)의 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전 국민이 40일 동안 난방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포스코는 글로벌 철강 시황의 장기침체 상황속에서도 독자 기술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의 품질 혁신은 물론 기술의 절대적 우위를 확보해 미래 시장 변화를 주도할 방침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고망간강이다.

포스코는 "단순 철강재 공급을 넘어, 고부가가치 철강 제품 생산을 확대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LNG 저장탱크에 사용되는 극저온 고망간강을 개발해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기가스틸(Giga Steel)과 같은 초고강도 경량 소재를 개발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공급함으로써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포스코는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LNG 수출 제한 조치를 완화하고, 관세와 연계해 통상 협상 카드로 활발히 활용함에 따라 LNG생산, 저장·운송, 활용 등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시장의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고 분석하며 그룹내 시너지를 모아 LNG 관련 밸류체인 확장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양=최란 기자(r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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