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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84조의 딜레마]②'정상적 사법작용'과 '민주적 정당성'의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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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학·법조계 "헌법상 '소추' 의미는 공소제기"
"형사소송법상 '재판 정지 요건' 명확…대통령은 없어"
"민주적 정당성 얻어…법원, 기일추정으로 자제 가능성"
"5년간 재판 정지…재판 재개되도 정상적 공소유지 의문"

[아이뉴스24 라창현·최기철 기자] 역대 대선에서 재판 받는 피고인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출마한 예는 없었다.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헌법 84조 조문 해석 여하에 따라 이른바 '정상적 사법작용'과 '민주적 정당성'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2022년 3월 8일 저녁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의 꿈이 이재명의 꿈입니다' 서울 집중 유세에서 지지자와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2.3.8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2022년 3월 8일 저녁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의 꿈이 이재명의 꿈입니다' 서울 집중 유세에서 지지자와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2.3.8 [사진=연합뉴스]

헌법, 2공화국 외 일관되게 '불소추특권' 명시

헌법 84조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한다."

법제처가 2010년 발간한 헌법 주석서에 따르면, 의원내각제였던 2공화국을 제외하고 우리 헌법은 일관되게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했다. 내란이나 외환과 같은 중대한 '국가적 법익'을 해치는 범죄를 제외하고는 대통령 재직 중 형사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헌법 의지다.

그렇다면 형사상의 소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문제다. 헌법은 소추하지 않는다고만 정했지 '수사-기소-재판' 중 어디까지 포함하는지에 대해서는 적시하지 않았다.

정치권은 각당의 유불리에 따라 "기존 진행되던 재판은 멈추지 않는다"(국민의힘), "불소추특권에 형사재판이 포함되고 기존 재판은 정지된다"(민주당) 등 입맛에 맞게 해석한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이 후보 역시 '기존 재판이 정지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2월 19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소추의)'소'는 기소를 말하고, '추'는 소송 수행을 말하는 것이라서 어쨌든 (기존 재판이) 정지된다는 게 다수설"이라고 주장했다.

헌법학계에서는 헌법 84조의 소추를 '재판을 요청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법제연구원도 '특정 형사사건의 재판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기소, 공소제기라는 것이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소추라는 개념은 재판해 달라는 신청"이라고 설명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어떠한 대상자의 잘못을 따지기 위한 절차를 '개시'하는 걸 얘기한다"며 "형사상 문제를 따지기 위해 절차를 개시한 게 형사상 소추이며 공소제기"라고 말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일각에서 소추를 두고 공소제기냐 공소유지냐 그러는데, 억지로 해석하면 안 된다"며 "형사소추는 명백하게 공소제기"라고 했다.

반론도 없지 않다. 익명을 요청한 한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 교수는 "형사소송법 제246조는 '국가소추주의'라는 표목 아래 '공소는 검사가 제기해 수행한다'고 정하고 있다"며 "당연히 소추는 기소와 수행을 의미한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2022년 3월 8일 저녁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의 꿈이 이재명의 꿈입니다' 서울 집중 유세에서 지지자와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2.3.8 [사진=연합뉴스]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형사소송법상 재판 정지, '중대한 질병·의사무능력'

법조계에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 문제를 바라본다. 하나는 형사소송법상 공판 정지 규정에 부합하는지, 다른 하나는 헌법상 '소추 제한' 규정이 명확한지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공판(재판)을 정지할 수 있는 상황은 명확히 규정돼 있다. 법 제306조(공판절차의 정지)에 따르면 재판은 △피고인의 사물 변별·의사 결정 능력이 없는 때 △질병으로 인해 출정할 수 없는 때 정지할 수 있다. 즉, 대통령직 수행은 형사소송법상 재판 정지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법원과 검찰 출신 등 법조계 인사들은 실무적 차원에서 헌법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사실상 재판을 진행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헌법상 '소추당하지 아니한다'와 관련해 기소나 수사만을 얘기하는 것인지, 재판도 포함하는 것인지 등 쟁점이 있고, 학계에서도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형사소송법상의 공판 정지에 해당은 안 되지만, 최근 법원이 (대장동 재판 증인 신분으로 5연속 불출석한 것에 대해) 더는 이 전 대표를 증인으로 부르지 않기로 한 것처럼 실무상 '자제하는 형식'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다른 법조인 역시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공소기각', '재판 중단', '재판 진행' 등 세 가지 견해로 나뉘는데, 법조인들과 얘기를 해보면 '재판이 정지되지 않을까' 전망하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엄밀히 말하자면 형사소송법에 따른 정지는 아니고, 법원이 기일을 추후에 지정(추정)하는 형태로 갈 것 같다"며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다루는) 대법원의 경우엔 변론기일을 진행하는 게 아니니까 판단하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대통령이 국가를 대표하는 동시에 행정부 수장인 만큼 재판을 받으러 가는 모습을 연출하지 않기 위해 재판이 정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전 대표는 현재 8개 사건·12개 혐의·5개 재판을 진행 중이며, 일주일에 절반 이상을 법원에서 보내고 있다.

차장검사 출신인 또 다른 변호사는 "일국의 대통령이 재판을 받으러 가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기 때문에 법원에서 기일추정(재판은 계속 하되 다음 공판기일을 공식적으로 지정하지 않음) 등을 형태로 재판을 미룰 것 같다"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일이기 때문에 재판부로서는 판단에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다. 따라서 '법원의 의지'에 달렸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2022년 3월 8일 저녁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의 꿈이 이재명의 꿈입니다' 서울 집중 유세에서 지지자와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2.3.8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권 도전을 위해 당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2025.4.9 [사진=연합뉴스]

"대통령, 판검사 직간접 인사 권한"

법원의 기일추정, 즉 '사법자제'가 현실적인 해석이라는 의견이 많지만, 이것이 과연 정당한지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는 법조인들도 적지 않다. 대통령은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각급 법원·검찰의 판사 및 검사에 대한 인사 권한을 직간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패범죄 전담 부장판사 출신 법조인은 "특정 피고인의 범죄에 대한 재판을 5년 동안 정지한다는 것이 정당한지는 일반적 국민 법감정에서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 될 것"라면서 "그뿐만 아니라 해당 피고인이 그 5년 동안 자신의 재판을 담당한 판검사들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도 "판검사 인사가 매년 있다. 보통 한 부서에서 2년간 근무하지만 5년이면 두세번 바뀌게 되는 것"이라면서 "임기 만료 후 재판이 재개되더라도 그때 가서 정상적인 공소유지와 재판이 가능할 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특검에 참여했던 변호사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다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결과적으로 국민이 민주적 정당성을 적극 부여한 것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사법부의 사법자제 가능성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라창현 기자(ra@inews24.com),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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