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황제펭귄 부부. 지구 가열화가 계속되면 이번 세기말 황제펭귄이 멸종할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0c9a918ab180fc.jpg)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남극에 사는 펭귄이 일부 지역에서는 개체 수가 최대 50%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혹독한 남극 환경과 기후위기로 해빙(바다얼음)이 줄어들면서 먹이 활동에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4월 25일은 ‘세계 펭귄의 날’이다. 황제펭귄은 남극의 겨울이 시작되는 시기, 바다가 얼기 전 북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미국 맥머도(McMurdo) 남극기지 인근에서 자주 관측되는 점에 착안해 제정된 기념일이다.
기후위기와 서식지 파괴로 점점 사라져가는 펭귄을 보호하고, 그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정됐다.
남극을 대표하는 황제펭귄은 현재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서 ‘준위협종(Near Threatened)’으로 분류돼 있다. 주요 위협 요인은 기후변화와 어업 활동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해빙이 줄어들며 주요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어 황제펭귄의 번식과 생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남극의 황제펭귄 부부. 지구 가열화가 계속되면 이번 세기말 황제펭귄이 멸종할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715f2135682f47.jpg)
세계자연기금(WWF)은 옥스퍼드대의 시민과학 이니셔티브 ‘펭귄 워치(Penguin Watch)’와 시민과학 플랫폼 ‘쥬니버스(The Zooniverse)’와 협력해 펭귄 개체 수와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지속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해양보호구역(MPA) 지정과 지속가능한 어업 관리 등 다양한 보전 활동을 이어가며 펭귄의 서식지와 먹이 자원을 보호하고 있다.
황제펭귄은 키가 약 115cm에 달하는 펭귄 중 가장 큰 종이다. 짝을 이루면 평생 함께하며 번식과 육아를 함께 책임진다. 암컷은 알을 낳은 뒤 바다로 나가 최대 50km를 이동해 물고기, 오징어, 크릴 등을 사냥하고 새끼를 위해 다시 돌아온다.
그 사이 수컷은 알을 발 위에 올려 ‘육아주머니(brood pouch)’라고 불리는 깃털로 덮인 피부로 감싸 알을 따뜻하게 유지한다. 이 두 달 동안 수컷은 먹지 않고 영하 수십 도의 추위 속에서 알을 지킨다.
부화 후에는 암컷이 위 속에 저장한 먹이를 토해 새끼에게 먹이며 육아를 이어간다. 수컷은 다시 먹이를 찾아 바다로 떠난다. 여름이 찾아오는 12월, 해빙이 갈라지며 바다가 드러나고, 어린 펭귄들은 바다로 나아갈 준비를 마친다.
![남극의 황제펭귄 부부. 지구 가열화가 계속되면 이번 세기말 황제펭귄이 멸종할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a22cf5b7be8056.jpg)
기후변화로 해빙이 녹으면서 황제펭귄의 번식지와 먹이 사냥터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황제펭귄의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으며 이는 번식 실패로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2016년 남극 취재 당시 황제펭귄은 서식지인 케이프 워싱턴에 녹색 배설물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황제펭귄은 치어 등을 먹으면 배설물이 녹색을 띈다. 주요 먹이인 크릴새우를 먹으면 분홍빛이다. 해빙이 줄어들면서 크릴새우 먹이 활동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남극의 황제펭귄 부부. 지구 가열화가 계속되면 이번 세기말 황제펭귄이 멸종할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e4c7b1a75aba9.gif)
남극의 혹독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황제펭귄은 수중에서 평균 200m, 최대 565m까지 잠수하고 20분 넘게 머물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잠수 조류다.
사냥 능력과 집단 생존 전략 등 다양한 적응 기제를 발휘하며 수천 년 동안 남극 극한의 자연에 적응해 살아왔다. 해빙의 감소로 주요 먹이인 크릴과 오징어가 줄어들면서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황제펭귄은 남극 생태계의 먹이사슬 중간 단계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개체 수가 최대 50%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황제펭귄은 ‘허들링(huddling)’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군집을 이뤄 체온을 유지한다. 영하 50도의 추위 속에서 수천 마리의 펭귄이 서로 몸을 밀착해 체온을 유지하고, 돌아가며 무리의 안쪽으로 들어가 몸을 따뜻하게 만든다.
이렇게 밀착하며 체온을 유지하는 방법은 극한의 환경에서 중요한 생명 유지 수단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개체 수가 줄어들면서 충분한 수의 펭귄이 모여 허들링을 유지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생존 전략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WWF 측은 설명했다.
한편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남극의 환경 변화로 번식기에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졌을 때 나타나는 아델리펭귄의 사냥 전략을 확인했다. 이른바 ‘이원적 먹이사냥 전략’을 사용하고 있었다.
아델리펭귄은 먹이가 비교적 풍부하고 사냥하기 유리한 환경에서는 거의 같은 장소에서 먹이를 구했는데 환경이 불리해지자 사냥 장소를 나눴다. 영양공급을 자주 받아야 하는 새끼들에게 주는 먹이는 가까운 곳에서 구했고, 자기는 멀리까지 나가서 먹이를 섭취했다.
![남극의 황제펭귄 부부. 지구 가열화가 계속되면 이번 세기말 황제펭귄이 멸종할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16228874ef5eb5.jpg)
극지연구소 김정훈 박사 연구팀은 아델리펭귄 약 4만 쌍이 서식하는 남극 로스해 케이프할렛(Cape Hallett)에서 2021~2022년과 2022~2023년 두 하계 시즌에 아델리펭귄 47마리에 위치 추적-잠수기록계를 부착하고, 이들의 이동 경로와 먹이사냥을 추적했다.
아델리펭귄은 먹이를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하자 새끼 양육과 자기 영양상태 유지를 위해 ‘이원적 먹이사냥 전략(Bimodal foraging strategy)을 채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펭귄은 남극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남극 펭귄의 생존이 위협받으면 생태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이들의 생태와 적응을 지속해서 감시하고 영향을 평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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