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쓴 채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13일부터 제주도를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ba5e834d17bc4e.jpg)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2022년 8월.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 115년 만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다. 시간당 100mm를 넘는 비가 집중되면서 반지하 침수, 도로 마비, 맨홀 역류 등 도시형 재난이 발생했다.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 침수로 일가족이 사망하는 등 인명피해가 이어졌다. 강남역 일대 등 주요 도심 지역이 물에 잠겨 도시 기능이 마비됐다.
반지하 주택의 구조적 취약성, 탈출의 어려움 등이 겹치면서 비극이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부실한 빗물받이 관리가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도시 곳곳의 빗물받이가 담배꽁초 등 쓰레기로 막혀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셈이다. 사전에 점검하고 살펴봤다면 어느 정도 참사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가 포항 지역에 상륙했다. 강한 바람과 함께 폭우가 쏟아졌다. 포스코가 침수돼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1973년 포항제철소가 쇳물을 처음 뽑아낸 이래 49년 만에 처음으로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였다.
이날 포항에는 1시간당 100mm가 넘는 기록적 폭우를 쏟아졌다. 포스코 인근의 냉천이 범람해 제철소 전체가 물에 잠겼다. 제선, 제강, 압연 등 전 공정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철강 생산에 큰 차질을 빚었다.
포스코 측은 냉천 범람으로 인한 불가항력적 자연재해라고 설명했다. ‘불가항력’이란 표현 전에 대비 부족이 원인으로 꼽혔다. 포항시의 냉천 정비사업으로 강폭이 좁아진 것과 포스코의 대비 부족이란 진단이 나왔다.
냉천은 평소에는 물의 흐름이 적어 마른 하천으로 불렀다. 태풍이나 폭우가 쏟아질 때는 범람 위험이 있었는데 안이한 대처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무대책과 사전대비 부족으로 빚어진 인재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쓴 채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13일부터 제주도를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7c1418f7efd586.jpg)
2023년 7월.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발생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 있는 궁평2지하차도에서 발생한 대규모 침수 참사였다. 이 사고로 14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고 16명이 부상했다. 차량 수십대가 침수됐다.
이날 충북에는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지하차도에서 약 수백m 떨어진 미호천교 확장 공사 현장의 임시 제방이 무너지면서 강물이 순식간에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왔다.
불과 2~3분 만에 약 수만톤의 물이 치고 들어오면서 순식간에 지하차도가 침수됐다. 이 또한 사전이 충분히 대비했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였다.
사고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미호천교 확장 공사 과정에서 설치된 임시 제방이 지목됐다. 시공사가 공사 편의를 위해 제방을 무단으로 훼손한 후 부실하게 임시 제방을 만든 게 드러났다.
심각한 폭우가 쏟아지고 하천이 범람하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교통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사고 발생 직전까지 차량이 지하차도로 진입하고 있었다.
더욱이 사고 전 여러 차례 침수 위험 신고가 있었다. 신고가 빗발쳤음에도 재난 관련 관계 기관(경찰, 소방, 지자체 등) 사이 정보 공유와 상황 전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무사안일주의와 무대책이 빚은 인재였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특징=변동성
갈수록 기후변화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일기예보도 정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 같은 동네인데도 한쪽은 햇빛이 다른 쪽은 폭우가 쏟아지기도 한다.
13일부터 우리나라는 제주도를 중심으로 장마철에 진입한다. 올해 장마는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강수량은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기상청의 일기예보는 참고할 만 사안인데 이것만 신봉해서는 안 될 일이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변동성이 크다는 데 있다. 예측불가능하고 불명확성이 깊어진다는 거다. 전문가들은 장마철을 맞아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 점검과 취약지역 파악이라고 했다.
이미 우리나라는 최근 5년 동안 반지하 침수, 포스코 침수, 오송지하차도 참사, 예천 산사태 등 수많은 자연재해를 경험했다. 이 모든 사건의 배경에는 무대책과 안일한 대처가 있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독특한 지형 구조와 최근 수년 동안 어떤 자연재해가 있었는지 파악하고 이를 사전에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상청은 지난달 15일부터 수도권, 경북권, 전남권에서 운영되던 호우 긴급재난문자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 운영하기 시작했다. 해당 제도는 기상청에서 직접 극단적 호우가 발생한 해당 읍·면·동에 40dB의 알람을 동반한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함으로써 신속하고 즉각적 안전조치를 유도하는 제도이다.
1시간 강수량 50mm 이상이면서 동시에 3시간 강수량이 90mm 이상이 관측되거나 1시간 강수량이 72mm 이상이 관측되는 경우 즉시 발송한다.
태풍에 대비하는 것도 서둘러야 한다. 최근 태풍의 특징은 발생 건수는 조금 줄었는데 강도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해수면 온도와 무관치 않다.
높은 해수면 온도가 에너지를 키우고 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이 점차 고위도로 올라오면서 많은 수증기와 에너지를 흡수하면 강력해진다.
몇 년 동안 우리나라에 큰 태풍이 없었다고 해서 안일하게 대처했다가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여름철에는 해안 도시를 중심으로 태풍에 대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쓴 채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13일부터 제주도를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dee05cfd7cec46.jpg)
읍면동에 '재난관리전문가' 마련해야
기초자치단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면 단위 등 좁은 지역을 중심으로 여름철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우리 지역에 취약한 곳은 어딘지, 발생할 수 있을 자연재해에 노출된 곳은 없는지, 나이많은 분들이 많은 곳에 취약성은 없는지, 산사태 위험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살펴야 한다.
정태성 국립재난연구원 박사는 “폭우가 쏟아질 경우에는 댐 하류지역이나 특히 공사 현장이 매우 위험하다”며 “이 지역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 ‘국부적 대응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박사는 “기초지자체 등 국부 중심의 대응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중앙정부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보니 기후변화에 따른 변동성에 대응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국부적이고 세부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강조점이다. 정 박사는 이런 상황에서 읍면동 지역에 재난관리전문가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박사는 현재 지자체에 계측기를 늘리고 지방 소하천 등에 대한 체크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하천 중심에서 벗어나 각 지역마다 수량 변화가 어떻게 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정 박사는 “지금 상황에서 ‘취약지역’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읍면동 지역에 경찰과 소방 인력을 배치하는 것처럼 재난관리전문가도 배치해 좁은 지역을 중심으로 세밀한 취약 지역 지도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앞으로 재난에 대한 인식도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박사는 “현재 우리나라는 ‘복구 중심’의 재난관리시스템으로 돼 있는데 ‘예방 중심’의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즉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사전에 여러 징후를 포착해 처방하는 ‘사전약방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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