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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살 돈 언제 모으나"…대출규제에 주거부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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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투자' 잡으려 대출 옥죄니 매매수요가 전세수요로 전환
월세화 속도도 빨라질 전망⋯서민 주거비 부담 상승 우려

[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6억원 이상의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제한하는 등 강도높은 대출규제가 쏟아지면서 매매 대신 전월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갭 투자' 가구에 대한 전세 대출을 제한하고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강화한 영향으로 서민 주거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성북구, 노원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성북구, 노원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지난달 28일부터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통해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제한했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은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날 해당 주택의 소유권이 바뀌는 조건으로 받는 대출을 의미한다. 전세금을 받아 아파트 매입 금액을 내는 '갭 투자'가 어려워지면서 시장에 나오는 전세 매물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전세 매물이 더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입주를 앞둔 단지에서 세입자가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받아 전세보증금을 받을 때도 이번 규제가 적용된다. 새로 준공하는 단지에서 전세 매물이 나와야 전체 매물이 늘어나는데, 이들 단지에서도 전세 매물이 나오기 힘들어지게 된 셈이다.

직방에 따르면 하반기 서울 입주 물량은 1만4043가구로 상반기 1만7641가구 대비 약 3600가구 줄어든다. 시장에 나오는 신규 물량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출 규제 여파에 따라 전세 매물 감소를 예상하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시장에서는 전세 매물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4279건으로 1년 전 2만7862건 대비 12.9% 감소했다.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수요자가 늘어난 데다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전월세 수요가 아파트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매물 감소에 비해 전세를 찾는 수요자는 더 늘어나며 수급 불일치 현상은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수도권과 규제 지역 대상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면서 아파트 매매를 하지 못하는 수요자는 전월세를 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 또한 디딤돌과 버팀목 대출 등 정책대출의 한도도 줄어들면서 기존에 주택을 매수할 수 있었던 수요자도 주택 매수가 어려워졌다.

임대 계약이 끝난 수요자 다수가 주택을 매수하지 못하는 동안 새로 임대 시장에 들어오는 수요자가 늘어나면서 전세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6월 4주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45를 기록했다. 지수는 공인중개사무소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수치화한 통계로 100보다 클수록 매수자가 많다는 의미다.

"전세 계약 어려워지고 월세는 비싸고"…주거비 부담 커진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성북구, 노원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에 붙은 전세 매물 안내문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계에서는 대출규제 강화에 따른 주거비 부담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수요가 몰리는데 매물은 줄어들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어서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4주(6월 23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에만 0.8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달 21일부터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기존 90%에서 80%로 축소하기로 했다. 보증비율이 축소되면 소득심사가 강화되면서 한도가 축소되거나 대출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

매물 감소에 더해 전세 거래가 일부 어려워지면서 주택 시장의 월세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또한 지난 국토교통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근본적으로 전세 제도 자체가 역사적 사명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자연스러운 월세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서민 주거비 부담 가중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 보증금 역시 대출을 받을 경우 은행에 이자를 내야 하지만, 월세와 비교하면 부담이 적다. 부동산원 통계 기준 서울 주택 평균 월세는 5월 기준 96만7000원으로 1년 전 91만4000원 대비 5만원 늘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정부 규제에 따라 주택을 구매하는 수요자는 실거주 목적으로 구매해야 해 임대차 매물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면서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수도권 전세 가격 상승세가 도드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대차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경우 매매 가격 또한 영향을 받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내년부터 입주 물량이 감소하면서 전세와 월세, 매매 모두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번 규제로 실거주 청약 당첨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시장에 나오는 물량이 더 감소하며 전체적인 주택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3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수도권 임차가구의 월 소득 대비 월 임대료 비율은 20.3%을 기록했다. 매월 소득의 약 20%를 주거비로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월세 가격이 향후 더 상승하면 소득에서 차지하는 주거비 비중은 더 커질 수 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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