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롯데케미칼이 석유화학 업황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수소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으나 시장이 생각보다 더디게 발전하고 성과가 저조하자 당초 계획보다 투자 시기를 늦추고 생산 목표량도 수정했다.
롯데케미칼이 최근 발간한 2024년 ESG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수소 생산 목표를 당초 계획보다 늘리는 대신 기간은 늦춰잡았다. 당초 2030년까지 청정수소 60만 톤을 생산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보고서에서는 2035년까지 127만톤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수정했다. 특히 청정수소가 수소로 바뀌었다.

투자 계획도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당초 2030년까지 4조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기간이 2035년으로 변경됐다. 현재까지 수소사업에 누적 투자된 금액은 1조원이다.
롯데케미칼이 이처럼 수소 사업 투자 속도조절에 나선 까닭은 시장이 생각보다 더디게 발전해 추진했던 사업들의 성과가 미미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이 수소사업 중장기 계획을 밝힌 것은 지난 2021년이었다. 오는 2030년까지 약 4조원을 투자해 청정수소 60만 톤을 생산하겠다는 게 골자다. 석유화학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친환경 에너지로 다각화하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수소 생산, 유통, 활용에 이르는 밸류체인 구축에 나서왔다. 지난해 10월에는 SK가스, 에어리퀴드코리아와 공동으로 출자한 합작법인 롯데SK에너루트가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울산하이드로젠파워2호'의 상업 운전을 본격 개시했다. 설비용량 20MW규모인 이 발전소는 일반수소발전 입찰시장이 처음 도입된 2023년 상반기에 사업자로 최종 선정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에도 성과는 미진했다. 2025년까지 연간 16만 톤 규모의 블루수소를 생산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실제 생산량은 전무하다. 이 때문에 롯데케미칼 측은 블루수소의 직접 생산 대신 해외에서 암모니아를 들여와 생산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암모니아 수입 방식은 직접 생산 대비 초기 비용이 적다.
블루수소 직접 생산을 아예 포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 유통 인프라 확대도 순탄치 않다. 울산 지역에 50기의 수소 충전소를 구축한다는 계획이었으나 현재까지 구축된 사례는 전무한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수소 수요 기반이 아직 미성숙한 게 롯데케미칼의 사업 확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라는 대의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실질적 수익성 확보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도 "수소 시장 인프라가 발전이 돼야 하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시장이 더디게 성장하는 수준이라 사업 속도 조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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