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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한·미 FTA 저작권 협상...美 문화자본 공세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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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미국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6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은 의약품 문제와 함께 저작권 분야 협상에 가장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국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 실적을 한·미 통상 현안에서 주요 의제로 다루는 등 자국의 미디어 및 콘텐츠·소프트웨어 업계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또한 미-칠레 FTA를 제외하고는 호주·싱가포르·바레인 등과 체결했던 FTA에서 사실상 문구까지 동일한 협상을 맺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와의 협상에서도 공세적인 압박을 가하거나 다른 협상 의제에서 카드화를 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문화관광부는 지난 해 부터 저작권 분야의 한·미 FTA 예상 쟁점을 준비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근 학계·업계·시민단체 등이 참가한 첫번째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저작물에 이용통제뿐 아니라 접근통제 개념까지 넣어 보호조치를 의무화해야 하는가와 ▲ 일시적 저장의 복제권 인정여부 ▲ 저작권 침해 혐의 네티즌에 대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신원정보 제공 의무 등이 한·미 FTA 저작권 협상에서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접근통제'까지 보호돼야-'접근'이 저작권자 권리냐

접근통제란 저작물을 함부로 복제나 전송, 방송할 수 없도록 한 이용통제 개념보다 엄격한 것이다.

허락받지 않은 저작물은 그 자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암호화기술을 통해 보호하도록 의무화하자는 것.

이용자보다는 저작권자의 권리를 강화한 개념이다.

미국의 저작권법은 이용통제조치뿐 아니라 접근통제조치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저작권법은 이용통제조치만 규정하고 있다.

임원선 문화부 관광정책과장은 "접근통제조치의 보호여부가 한·미 FTA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접근자체는 저작권자의 권리가 아니라는 점과 접근통제에 기초한 비즈니스 모델이 충분히 활성화돼 있지 않다는 점 등을 설명해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인환 인하대 법대 교수는 "이용통제방식만으로는 미흡해 접근통제도 해서 자국업체를 보호하자는 미국의 입장이 이해는 되지만, 교섭때에는 우리나라도 챙길 것은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렬 홍익대 법대 교수는 "주류견해가 접근통제라는 데 의심이 간다"며 "선량한 이용자를 범법자로 만들지 않으려면 협상때 기술적보호조치의 예외상황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하고, (정통부 소관의)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과 (문화부 소관의) 저작권법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시적 저장도 '복제'-서버에서 통제가능

일시적 저장도 '복제'로 보고, 저작권법상 보호해야 하는가도 쟁점이다.

일시적 저장(복제)란 컴퓨터를 이용할 때 프로그램 일부를 임시폴더에서 받아 플레이하거나,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들을 때 부분적으로 파일이 PC에 저장되는 것 등을 말한다.

이대희 인하대 법대 교수는 "미국정부는 일시적 복제를 저작권법상에 포함시켜 국익을 대변하고 있지만, WIPO 저작권조약 초안 7조와 WIPO 실연·음반 조약(WPPT)초안 7조와 14조에서 삭제되는 등 국제적으로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협상에서 안되니, FTA로 풀려고 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현행 저작권법에서 일시적 복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저작권법의 범위를 유형물에 고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직까지는 일시적 복제가 저작물의 주요 이용형태가 아닌 만큼, 설사 이를 인정하더라도 미-칠레 FTA에서 처럼 전반적인 예외로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남희섭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지재권 대책위원장(변리사)은 "미국이 일시적 복제를 주장하는 것은 자국의 문화자본의 이익만을 대변한 것"이라며 "일시적 저장(복제)은 스트리밍이나 캐싱서비스에서 보듯 이용자가 저작물을 이용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저작권자의 원래 권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한미 FTA에서는 검토기구 설치 정도로 넘어가야지 저작권 분쟁해결규정까지 명확히하면 미국 기업들이 우리정부를 상대로 제소를 감행할 가능성 마저 있다"고 우려했다.

최경수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실장도 "일시적 복제로 인한 저작권 침해우려는 서비스제공자가 서버를 통제함으로서 보호될 수 있다"며 "일시적 저장이 저작권법에서 복제권으로 인정받으면 (저작권법이 허용한) 이용자의 사적복제를 무력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김규성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상근부회장은 "소프트웨어제공임대(ASP)나 서버터미널, 스트리밍 방식 등 일시적 복제는 일반화되고 있다"며 "와이브로가 상용화되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특히 "일시적 복제가 활성화돼 산업에 많은 피해가 되는 만큼, 이를 한·미 FTA 대응이슈로 보지 말고, 전반적인 산업 이슈로 다뤄 저작권법상의 개념에 일시적 복제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서비스 제공자, 저작권 침해 혐의 네티즌 신상정보 제공 논란

저작권법상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범위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규호 광운대 법대 교수는 "미국은 각국과 FTA를 맺으면서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의 유형별로 면책규정을 다르게 규정하고, 이용자의 저작권 침해혐의시 정보제공의무를 OSP에 부과했다"며 "(하지만) 우리는 OSP의 면책요건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가장 핵심적인 면책사유 요건만을 규정하는 방식을 관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OSP의 신상정보제공 의무에 대해서도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할 때 당사자를 확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어떤 형태로 우리나라가 도입할 지는 숙제"라고 말했다.

박준우 서강대 법대 교수는 "신상정보공개를 통해 소송상의 기능을 강조한 것은 타당하지만, 법원을 통하지 않고 (일본처럼) 권리주장자가 직접 OSP에 정보공개를 요구하게 되면 우리나라처럼 형사소송이 민사소송보다 빈번한 나라에서는 부작용이 크다"고 말했다.

도학선 다음커뮤니케이션 법무팀 차장은 "인터넷실명제를 일부 도입했고, 필요이상으로 많은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국내 관행에 비춰봤을 때 신상정보 제공 의무화는 네티즌들의 인격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에대해 이 교수는 "협상시 받아들이더라도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토록 하고 개인적으로 알아내지 못하게 법원을 거치도록 하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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