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년 새해가 밝았다. 연말의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떨쳐 버리고 새 희망을 노래해야 할 때다.
2008년은 새로운 정부가 야심찬 5년 항해를 시작하는 해이다. 그런 만큼 정보기술(IT)업계도 긴장과 희망 속에 새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통신방송 융합을 비롯한 굵직한 과제들이 쌓여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바쁠 것이다.
지난 해부터 힘을 얻고 있는 그린IT 물결은 2008년엔 거센 강풍으로 휘몰아칠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08년 10대 전략적 기술'의 첫 번째 자리에 '그린IT'를 올려놓으면서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당장 다음 주 개막되는 CES 2008의 주제도 '그린 IT'다.
기업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구글, 인텔 등 주요 IT 기업들은 지난 2007년 6월 '기후 구원자 컴퓨팅 계획' 운동을 시작하면서 그린IT 운동의 불길을 지폈다. 이 운동에는 이들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MS), 델, 휴렛패커드(HP), IBM, AMD, 썬마이크로시스템즈 같은 쟁쟁한 IT 업체들이 함께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 그린IT 물결은 한국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평평해진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친환경 경영'이란 화두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린IT'는 그 연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지속 가능한 성장(sustainable growth)'이란 개념에 잇닿아 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란 후손들이 필요로 하는 자원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우리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성장을 말한다. 미래세대가 사용할 자원을 낭비하거나 여건을 저하시키지 않으면서 경제성장과 사회적 안정, 환경 보전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바로 지속 가능한 성장이다.
특히 주요 선진국들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인류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간주하고 법률이나 정책에 적극 수용하고 있다. 프랑스나 스위스는 아예 헌법에 이 정신을 반영할 정도다.
'그린IT' 역시 '지속 가능한 성장'이란 개념에 젖줄을 대고 있다. 그 동안 성장을 최우선 덕목으로 정신 없이 달려왔던 IT업계에서도 친환경 경영이 중요한 화두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의 새벽'을 노래했던 시인 박노해는 일찍이 '긴 호흡 강한 걸음'으로 새롭게 뛰자고 주장한 적 있다. 고통스런 성찰의 시간을 겪은 뒤 그가 던진 '긴 호흡 강한 걸음'이란 메시지는 당장의 조급함에 휘말리지말고 먼 곳을 향해 뛰자는 '희망 선언'이었다.
기자는 엉뚱하게도 '그린 IT'란 화두에서 박노해 시인을 떠올렸다. 물론 기자가 떠올린 것은 "우리들의 사랑/우리들의 분노/우리들의 희망과 단결을 위해 새벽 쓰린 가슴 위로/차거운 소주잔을" 부었던 혁명가 박노해가 아니다. 패배의 쓰라린 아픔을 겪은 뒤 '긴 호흡 강한 걸음'으로 달려가자고 외쳤던 시인 박노해였다.
꿈과 희망을 안고 2008년 새해가 밝았다. 2008년을 장식할 많은 희망 메시지들 속에 '지속 가능한 성장'과 그린IT가 좀 더 앞쪽에 놓였으면 좋겠다. IT업계 역시 당장의 조급함에 휘둘리기 보다는 '긴 호흡 강한 걸음'으로 희망을 노래하는 한 해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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