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거실에서 선이 사라지고 있다. 서로 다른 디지털 기기들을 무선 연결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캠코더나 PC에 담긴 사진, 영상 같은 것들을 무선으로 대형 TV 화면으로 옮길 수 있게 된다. 기기 간 무선네트워크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표준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아이뉴스24는 '막오른 무선연결전쟁'을 통해 디지털 거실의 승자를 노린 숨가쁜 움직임들을 정리한다. [편집자주]
융합(convergence) 바람이 안방과 거실까지 강타하고 있다. 거실 한 복판을 점령하고 있는 TV를 비롯해 PC, 캠코더, 디지털 카메라 등 다양한 기기들을 가로막고 있던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신세대들은 초고화질(풀HD) 영상을 지원하는 캠코더로 동영상을 촬영, 이를 PC로 옮겨 편집한 다음 이용자 제작 콘텐츠(UCC) 사이트에 올린다. 다듬은 콘텐츠는 다시 평판 TV로 옮겨 대형화면으로 감상하기도 한다.
불과 몇 해전만 해도 TV나 PC, 캠코더 같은 디지털 기기들은 거실과 안방에서 따로 놀았다. 캠코더나 디지털 카메라 역시 TV와는 그리 친하지 않았다. 음악파일을 CD에 저장해 오디오나 휴대형 CD플레이어로 듣고, 비디오카메라로 프로테이프에 영상을 녹화해 'OO기념일'처럼 적어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당시엔 비디오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TV 화면으로 보기 위해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음성과 영상으로 나뉘어 있는 단자들을 찾아 일일이 연결하고 설정을 바꿔야 했던 것. 그러다 보니 디지털 기기에 밝은 사람들이 아니면 아예 연결할 엄두조차 내기 힘들었다. 당연히 유·무선 연결 필요성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디지털 기기들이 서로 융합되면서 '연결성'이 중요한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선 무선 연결성이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면서 '거실 내 무선 네트워크'를 둘러싼 표준전쟁까지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콘텐츠 활용의 혁명, 디지털기기를 한울타리에 묶다
MP3플레이어나 캠코더, PC, 평판TV로 활용하는 음악 및 동영상 파일은 다양한 형식들이 난립한 끝에 MP3, MPEG2, 디빅스(DivX)같은 것들로 표준화됐다. 번거로운 작업 없이 필요에 따라 같은 멀티미디어 파일을 다양한 기기로 옮겨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파일 형태의 콘텐츠 판매가 확대되고, 이용자제작콘텐츠(UCC)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디지털기기를 연결해줄 수 있는 네트워크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 가전 제조사들은 각종 기기들에 고화질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HDMI), USB 같은 연결고리를 적용하고 있다.
HDMI는 과거 비디오와 TV를 연결할 때처럼 음성과 영상으로 나뉘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선들을 케이블 하나로 간편하게 연결할 수 있도록 해주는 규격이다. 데스크톱PC나 노트북PC 등에서 폭넓게 쓰이는 USB도 마우스나 키보드는 물론 선풍기, 스탠드 조명, 커피포트, 각종 저장장치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하나의 선으로 연결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예전처럼 하드웨어기기를 연결한 뒤 환경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깔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어졌다. 웬만한 기기들은 HDMI나 USB로 연결하는 즉시 이용할 수 있도록 호환성이 높아진 것.
하지만 이 정도 연결성만으로는 사용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없다. 디지털기기 이용자나 제조사들은 아예 HDMI나 USB 케이블조차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거실이나 방안에서 기기들을 연결하는 선들을 없애버리려는 시도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무선으로 각종 콘텐츠를 주고받거나, 원격으로 기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무선네트워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기기간 보이지 않는 '고속도로' 시대가 열린다
당장 2008년부턴 무선네트워크를 활용해 TV와 PC, 디지털카메라, 캠코더, MP3플레이어 등 각종 디지털기기들을 연결·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디지털기기 전시회 '소비가전전시회(CES)'에서 주요 화두 중 하나는 '무선연결성'이었다. 선 없이 기기 간 초고화질 영상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해주는 무선HDMI와 무선USB 기술이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 휴대폰을 중심으로 일반화돼 있는 블루투스 기술은 활용 영역을 한층 더 넓힐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파나소닉, 필립스 등 글로벌 디지털가전 기업들도 각종 기기를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기술과 관련 제품들을 전시하면서 곧 전개될 '네트워크전쟁'을 암시했다.
무선HDMI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 와이어리스HD그룹은 올해 1분기부터 관련 기술을 디지털가전 업체들에 속속 전파하고 있다. 동시에 고속 무선통신 플랫폼 개발업체 사이빔은 무선HDMI를 지원하는 반도체 솔루션들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소니가 무선HDMI를 지원하는 액정표시장치(LCD) TV를 올해 말 출시할 예정인 가운데, 가전제조사들도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는 무선USB와 인터넷 프로토콜(IP) 기능을 동시에 지원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비스타 OS가 무선USB를 원활히 지원토록 할 예정이며, 일본 NEC는 무선USB 지원 노트북을 오는 3월 출시한다.
그동안 휴대폰과 헤드셋을 중심으로 무선연결을 지원했던 블루투스 진영도 거실, 자동차 영역에서 디지털기기들의 연결성을 확대 지원하기 위해 전송속도와 연결거리를 늘리는데 매진하는 모습이다.
소비자들의 욕구나 가전제품 제조사들의 목표는 선이 없는 간편함을 추구하겠다는 공통의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 올해를 기점으로 기기들이 무선연결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각종 네트워크들의 치열한 표준싸움을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이지은기자 leez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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